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살림지식총서 444
김도윤 지음 / 살림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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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들어봤을 셰익스피어. 너무나 유명하다보니 그의 이름은 많은 사람들이 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그의 유명세에 비해 많지는 않은 듯하다. 우선 나만해도 셰익스피어의 이름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고, 그의 작품들을 대략 알고는 있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나 작품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예전에 그의 유명세에 밀려 셰익스피어 작품을 찾아 읽어보기는 했지만, 그 어마어마한 양에 부담을 느껴 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눈으로 읽기만 했었다. 한 번 그러고 나니 다시 그의 작품을 읽을 마음이 쉽게 생기지 않았다. 그저 그의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영화를 보았을 뿐 말이다. 그러다 보니 셰익스피어의 위대함을 내 스스로 마음 깊이 느꼈다기보다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보다 할 뿐이었다.

 

 

햇릿(Hamlet)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 that is the question.

[햄릿] 3155

- <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p15 중에서  

오델로(Ohtello)

공기같이 가볍고 사소한 것도 질투하는 이에게는

성경의 증거만큼 강한 확신을 주는 확증이 될 수 있다.

Trifles light as air

Are to the jealous confirmations strong

As proofs of holy writ.

[오델로] 33319~321

- <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p23 중에서  

맥베스(Macbeth)

맥베스는 잠을, 무고한 잠을 살해했다.

Macbeth does murder sleep, the innocent sleep.

[맥베스] 2236

- <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p28 중에서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사랑은 눈으로 보지 못하고 마음으로 본다.

그렇기 떄문에 큐피드는 장님으로 그려져 있다.

Love looks not with the eyes, but with the mind.

And therefore is of Cupid painted blind.

[한여름 밤의 꿈] 11234~5

- <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p34 중에서 -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나의 적은 당신의 이름뿐입니다.

, 다른 이름이 되세요.

이름에 무엇이 있는지요?

장미를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해도 달콤한 향이 나잖아요.

T is but thy name that is my enemy...

O, be some other name.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로미오와 줄리엣] 2238~44

- <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p38 중에서  

템페스트(The Tempest)

이 쉬운 작업을 나는 쉽지 않게 만들리라.

지나치게 가벼운 승리는

상급도 가볍게 만드는 법이다.

But this Swift business

I must uneasy make, lest too light winning

Make the prize light.

[템페스트] 12451~454

- <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p43 중에서  

베니스의 상인(Merchant of Venice)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면 어떤 판결이 두렵겠는가?

What judgment shall I dread, doing no wrong?

[베니스의 상인] 4189

- <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p49 중에서  

겨울 이야기(Winter's Tale)

결백함은 모함을 부끄럽게 할 거이고,

포악함은 인내심 안에 떨 것입니다.

Innocence shall make

False accusation blush, and tyranny

Tremble at patience.

[겨울 이야기] 3228~30

- <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p53 중에서 -

      

그런 나에게 이 책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에 대해 알고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 셰익스피어의 주요 작품들, 셰익스피어가 그린 인물들 등으로 된 이 책의 깔끔한 구성은 멀게만 느껴지던 셰익스피어에 더 쉽게 다가가게 해주었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주요 작품들을 간단한 줄거리와 작품의 의의로 요약 정리한 파트에서 나는 그동안 알고 싶었지만 알 수 없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에 대해 충분히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예전에 내가 힘겹게 눈으로만 읽느라 잘 파악할 수 없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의 줄거리를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왜 그렇게 유명할 수밖에 없는지 가슴 깊이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 나는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나의 이런 생각은 책을 읽을 때도 많이 작용해서 내가 읽고 싶은 책은 그 책에 대한 소개나 설명, 분석한 글을 안 읽으려 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가끔은 작품을 만나기 전에 미리 그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데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되었다. 때론 책에 대해 아는 만큼 그 책에 담긴 깊은 의미 이해했을 때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통해 나는 전에 읽었던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새로운 것들을 느끼게 되었다.

 

 

수백 년간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사랑을 받아 온 이유는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사랑과 증오, 위선, 진실, 즐거움, 슬픔과 같은 다양한 감정이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인간의 본성을 뛰어난 솜씨로 작품화했고, 덕분에 그의 손에서 탄생한 캐릭터들은 지금도 우리들 사이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 <셰익스피어 그리고 인간> p91 중에서 -

      

알면 알수록 대단하게 느껴지는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 그는 과연 이런 작품들을 어떻게 쓸 수 있었을지. 그의 작품들이 너무나 대단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셰익스피어가 혼자 이 모든 작품들을 다 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지 싶다. 한 두 작품도 아니고 그가 쓴 대부분의 작품들이 여러 세대를 거쳐 계속해서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고 많은 이들에 의해 재창조되고 있으니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구성면에서도 절대 단순하지 않고, 내용면에서도 절대 얕지 않았다. 많은 이들에 의해 계속해서 재조명되며 꾸준히 관심을 잃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분석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그의 작품에 양파처럼 까도까도 속을 알 수 없는 깊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에 적혀 있는 것처럼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수백 년간 사랑을 받아 온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본성을 뛰어난 솜씨로 작품화했기 때문이지 싶다. 그의 작품에서 표현된 인간의 본성에서 나오는 다양한 감정들을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 수 있었을까. 벌써 세상을 산 지 30년을 훌쩍 넘겼는데도 나는 아직도 내 감정 하나조차도 잘 모를 때가 많은데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다양한 캐릭터들과 캐릭터들을 통해 표현되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수많은 관계들. 언젠가 시간을 내서 다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봐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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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살림지식총서 168
김성곤 지음 / 살림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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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어떤 사람으로부터 자기가 사춘기였을 때 책<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더라면 사춘기 시절을 한결 쉽게 보냈을 거란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나는 책<호밀밭의 파수꾼>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체 어떤 책일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남들은 10대에 읽는다는 책을 나는 20대 후반 늦은 나이에 읽게 되었다. 그런데 나의 기대와 달리 이 책은 나에게 전혀 흥미롭지도 재미있지도 않았다. 그저 유명한 책이라니까 끝까지 읽기위해 겨우겨우 책장을 넘겼을 뿐이었다. 다 읽은 후에도 나에게는 큰 깨달음을 얻지도 못했다. 내 지성이 부족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왜 이 책이 왜 사춘기 시절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전에 내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쓴 독서일기를 봐도 나는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에서 큰 감명을 받지는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왜 이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어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다시 읽히며 회자되고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이런 나에게 우연찮게 읽게 된 이 책<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은 책<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이 책을 쓴 작가가 겪었던 시대적 배경과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저 한 편의 소설책으로만 읽었던 나에게 이 책은 책<호밀밭의 파수꾼>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를 다양한 시각으로 생각해보게도 해주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에서 샐린저는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의 입을 빌어, “정말로 내가 감동하는 책은 말이야. 다 읽고 난 뒤에 그걸 쓴 작가가 친구가 되어, 언제라도 전화를 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란다. 하지만 그런 기분을 주는 책은 좀처럼 없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그 어느 독자의 접근도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패러독스를 보여주고 있다.

- <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p6 중에서  

얼마 전 개봉되어 화제를 뿌렸던 영화<파인딩 포레스터 Finding Forrester>가 샐린저를 모델로 했다는 세간의 추측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샐린저 역시 포레스터처럼 가짜가 판치는 저속한 세상이 싫어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은둔을 택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포레스터는 우연히 만난 흑인소년을 통해 다시 현실세계로 나오게 되고, 그에게 자신의 창작기법을 전수해준다. 그러나 샐린저는 세상과 괴리된 채, 여전히 칩거와 은둔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 <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p6 중에서  

1950년은 드디어 샐러저의 작품이 영화회된 해였다. 그가 <뉴요커>지에 발표했던 <코네티컷의 엉클 위글리 Uncle Wigglily in Connecticut>가 새뮈얼 골드윈 사에 의해 <나의 어리석은 마음 My Foolish Heart>라는 제목으로 영화회되었고, 주연으로는 당시 인기 여배우였던 수전 헤이워드나 다나 앤드류스가 출연했다. 그러나 자신의 원작을 크게 훼손했다고 생각한 샐린저는 이후 영화를 싫어하게 되고, 헐리우드와 모든 인연을 끊게 된다. 포크너의 <소음과 분노 The sound and the fury>(율 브리너 주연)나 솔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 Seize the day>(로빈 윌리엄스 주연) 같은 작품도 영화화되었는데, 유독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영화화되지 못한 이유도 샐린저가 영화사에 판권을 넘겨주는 것을 일절 거부했기 때문이다.

- <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p34 중에서 -

    

전문가적인 시각으로 여러 가지 자료들을 바탕으로 작가 J.D. 샐린저와 그가 쓴 책<호밀밭의 파수꾼>에 대한 설명을 보다보니 나는 이 말이 생각났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내가 그저 한 편의 소설로만 읽었던 책에 담긴 다양한 의미들은 내가 책<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한 번 읽었던 책을 웬만해서는 다시 찾아보는 편은 아닌데, 이 책을 읽고 나서는 책<호밀밭의 파수꾼>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같은 제목의 책이라도 출판사마다 번역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번역이 보다 잘 되어 있는 번역서를 잘 골라서 다시 읽어봐야지 싶다. 원서로 읽고 작가의 의도를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원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더 어려울 듯싶으니 말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런 다양한 해석이 작가에게 검증을 거친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작가로부터 보다 심도 있고 명확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이 책에서 말해주고 있듯이 책<호밀밭의 파수꾼>의 작가 샐린저는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할 뿐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다른 사람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자신의 작품에 대해 부가적인 설명이나 해석을 전혀 곁들이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더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며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진 듯했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니 오히려 사람들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작가가 정말 이렇게까지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했을까 싶은 생각은 든다. 분명 작가가 작품을 쓸 때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려 써내려가기는 했을 테지만 말이다. 어쩌면 작가 샐리저는 자신이 작품에 담은 의도나 의미는 분명하나, 그 해석만큼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작품이 재해석되는 것도 원치 않았고, 자신의 생각 또한 내비치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이 책에서는 샐린저가 그의 작품이 영화화 되면서 자신의 작품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시키기 못하게 막았다고 하고 있지만 말이다.

 

우리가 같은 것을 보더라도 누가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끼고, 같은 사람이 보더라도 어떤 상황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끼기 마련이다.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해석을 다를 수밖에 없고 말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정치적인 시각으로 볼 때, 사회적인 시각으로 볼 때, 문학적인 시각으로 볼 때 분명 각기 나름의 다른 해석이 이루어질 것이다. 나는 책<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을 때, 이 책이 갖고 있던 시대와 상황 모든 것을 배재한 채 그저 한 권의 소설로만 봤을 때 흥미로움을 전혀 느끼지 못 했을 뿐 아니라 책에 담긴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한 가지 깨달은 것은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책이 쓰여졌던 시대와 상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쩌면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앞에 보여지는 잠깐의 행동이 아닌 그 사람의 출생과 성장과정까지도 알고 받아들어야 하는 것처럼, 책도 책이 쓰여졌던 시대와 책을 쓴 작가가 갖고 있던 상황에 대해서도 알고 받아들였을 때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나에게 가벼운 만남으로 여기고 쉽게 지나쳐버렸던 책<호밀밭의 파수꾼>과 깊이 있는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여러 외국어로 번역되었는데, 번역본마다 제목이 다르게 붙는 이변을 불러왔다. 예컨대 이태리어 번역은 <한 남자의 인생>이었고, 일본어판의 제목은 <인생의 위험한 순간들>이었으며, 노르웨이 번역본은 <모두들 자신을 위해, 그리고 악마는 최후 순간을 취한다>였다. 또 스웨덴판은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는 구원자>였고, 덴마크판은 <추방당한 젊은이>였으며, 프랑스판은 <마음의 파수꾼>이었다. 독일어판은 <호밀밭의 남자>였고 네덜란드판은 처음에는 <고독한 방랑자>였다가 나중에는 <사춘기>로 바뀌었다.

- <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p36 중에서  

그러나 이 소설은 신경쇠약에 걸린 홀든이 캘리포니아의 어느 요양소에서 정신과 의사에게 털어놓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기를 포기하고 결국 서부로 떠나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곧 그가 아이들의 순진성이란 아무리 노력해도 영원히 지키거나 보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오염된 채 어른들의 경험의 세계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의 지적 편력은 궁극적으로 순진성으로부터 지식과 경험의 세계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 <J.D. 샐린저와 호밀밭의 파수꾼> p56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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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아름다운 꿈과 도전의 메시지, 2012 개정증보판
신웅진 지음 / 크레용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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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대단하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갔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그 생각은 오히려 점점 더 커져만 가고 있다. 한 살, 두 살 나이 먹을수록 성실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것인지 절감하고 있기에 더 그랬다. 나만해도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열심히 세워놓았던 한 해의 계획도 쉽게 미루고, 절실히 여겼던 꿈도 쉽게 접었다. 몸이 조금 힘들다고 텔레비전에서 재미있는 프로를 한다고, 매일매일 운동을 하자던 굳은 계획도 올해 안에 다시 예전 몸매를 되찾자는 꿈도 종종 접어버리곤 했으니 말이다. 어찌 보면 그리 어렵지 않은 계획이것만 그동안 잠깐의 즐거움과 편안함을 위해 너무나 쉽게 나의 계획과 꿈을 지키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선택한 그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내가 지금 평범한 아기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자 참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성실이야 말로 그 어떤 꿈도 이루게 해주는 큰 힘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말이다. 예전에도 반기문 사무총장님의 일생을 만화로 그린 짧은 전기를 읽으며 멋지다는 생각은 했지만, 역시 글로 읽으며 느끼는 감동은 더 컸다. 성실함으로 무장한 그분을 보면서 정말 책에 나온 것처럼 반총장님의 반만 해도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빠서 못한다고 하고, 힘들어서 못한다고 하는 것이 변명에 지나지 않음을 반총장님의 이야기를 보면서 절실히 느꼈다. 그리고 성실의 중요성을 우리 아이들에게 일깨워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가 천재이길 바라지 말고, 영재이길 바라지 말고, 인생의 큰 힘이 될 수 있는 성실함을 가르쳐줘야지 싶다.

 

그가 대답을 하는 데는 원칙이 있었다. 먼저 잘한 부분을 칭찬해주는 것이었다. 격려가 동기부여를 하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게 안 통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거죠?”라는 질문을 했다. 그에게 보고할 때는 반드시 대안을 준비해야 했다. 일이란 것은 언제나 변수가 생기게 마련이다. ‘만약’이라는 변수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몇 년 동안 노력해 온 것이 한꺼번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외교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관한 일이다. 상대방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100가지 이상 예측을 해도 부족할 수 있었으니 그는 항상 직원들에게 대안부터 마련해놓으라는 지시를 했다.

그러나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소리를 지르거나 혼을 내는 법은 없었다. 차분하게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으면 어떻게 해결되어야 하는지 말해주었다. 그러면 되레 직원이 알아서 반성하고 고쳐나갔다. 평소 그가 어떻게 일하고 생활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와 같이 일하는 직원들은 그를 따라 피곤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행동으로 보여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포용하며 이끌어가는 것, 이것이 그의 리더십이다.

-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p157 중에서 -

“여보게, 인생이라는 게 말이지. 힘겹게 올라가야 하는 언덕도 있고 또 내려가줘야 하는 굴곡이 있고 그럴 수밖에 없어. 그리고 큰 사람일수록 그런 게 있게 마련이야. 자넨 지금 많이 억울하겠지만 이건 자네 인생에서 끝이 아니니 너무 억울해하지 말게나. 문제는 이렇게 내려와 있을 때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점이야. 높은 곳에 있을 때, 잘 나갈 때는 모두들 잘사는 법을 알고 있지. 그러나 이렇게 내려와 있을 때 어떻게 하는가 사람의 크기를 결정하는 법이라네.”

-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p217 중에서 -

“자, 저기 겨울나무를 보세요. 이파리가 하나도 없으니 앙상해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내년 봄에 다시 와 보세요. 눈부신 이파리들을 엄청나게 달고 있을 것입니다. 이게 자연과 인생의 같은 이치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겨울나무처럼 앙상해 보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앙상해 보이지 않고는 내년 봄 눈부신 이파리들이 달린 나무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무를 오래 가꾸면서 깨달은 이치입니다.”

반기문은 자신의 인생에 느닷없이 겨울처럼 시련이 다가왔을 때 자신이 앙상한 나무처럼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다음 해 봄날 눈부신 이파리들을 달 수 있었다. 그때 다른 사람들 눈에 초라해 보이는 것이 두려워 한승수 장관을 따라 유엔으로 가지 않았다면 오늘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겨울과 같은 위기와 시련이 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시련과 위기가 왔을 때 겨울나무처럼 앙상해 보이는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면 다음 해 봄날 무성한 이파리가 달린 나무는 결코 될 수 없을 것이다.

-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p219 중에서 -

반총장님의 인생 자체가 하나의 바른 생활의 교과서이지 않나 싶다. 바르고 곧은 마음으로 성실하게 꿈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셔서 결국 정상에 서신 삶이 말이다. 그동안 요즘 세상에 착하다는 것은 바보 같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총장님의 삶을 보면서 착하게 산다는 것을 조금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도 잘 되기 위해서가 아닌,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세상을 대할 때 그것은 언젠가 다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다시 믿게 되었다. 지금 순간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하는 선택이 얼마나 인생을 짧게 보는 것인지도 돌이켜 생각해 보게 되고 말이다. 착하고 바른 선택을 한다는 것이 바로 당장은 손해 보는 것처럼 여겨질 때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에 더 큰 보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신 반총장님.

 

우리 아이들이 좀 더 성장해서 인생의 롤모델을 찾을 시기가 되었을 때 이 책을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착하고 바르다는 것이 어떤 것임을,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 어떤 것임을 알게 해주고 싶다.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난 뒤, 내 삶의 우선 순위가 중요도를 다시 적게 되었다. 진심과 성실. 이 두 가지가 내 삶에 깊이 파고들기를 바라본다.

 

1. 공부라는 놈을 믿고 마음을 줘라

2. 꿈도 물을 줘야 자란다

3. 결핍이 없이는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배울 수 없다

4. 최후의 승리는 결국 선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5. 열정만 있다면 부족한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다

6. 계산하지 않은 진심이 큰 행운을 몰고 온다

-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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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만 볼 수 있다면 - 그리고 헬렌 켈러 이야기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5
헬렌 켈러 지음, 신여명 옮김 / 두레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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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나 역시 헬렌 켈러의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있다.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던 여인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었다. 그녀의 장애만 알았을 뿐 그녀가 어떤 일을 하며 살았는지에 대해서는 말이다. 헌데 이 책을 읽으며 헬렌 켈러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나는 헬렌 켈러가 직접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주제로 쓴 글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을 통해 본 헬렌 켈러의 생애였다. 이 두 이야기는 절묘한 만남과도 같았다.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날마다 치열하게 살겠다는 다짐은 꽤 훌륭한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을 때때로 해 봅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산다면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하게 깨닫게 될 테니까요. 우리는 날마다 온화한 마음으로, 활기차게, 그리고 뜨겁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수많은 날들이, 달들이, 그리고 숱한 해가 펼쳐져 있다고 여긴 나머지 감사하는 마음을 곧잘 잊어버립니다.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헬렌 켈러 이야기> p9 중에서 -

몸도 마음도 몹시 힘든 상태에서 나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며 난 오랫동안 잊고 있던 헬렌이라는 사람을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헬렌, 그녀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녀가 갖고 있는 여러 장애들이 떠올라 마음이 경건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는 어떠한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절대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모든 장애들을 극복했는데, 나는 그녀가 갖고 있던 장애를 단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난 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처럼 힘들어 하는 것일까. 나는 볼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으며, 말 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때때로 나의 마음은 이 모든 것들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열망으로 소리칩니다. 단순히 만져 보는 것만으로도 이처럼 즐거운데,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더 많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는데도 뜻밖에도 아주 조금밖에 보지 못합니다.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색깔과 온갖 움직임이 빚어내는 파노라마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냥 지나쳐 버리지요.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면서, 갖지 못하는 것에만 마음을 빼앗기는 것이 바로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타깝게도 이 빛의 세계에서 우리가 받은 ‘볼 수 있다는 선물’을 삶을 더욱 충만하게 해 주는 수단이 아니라 그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도구로만 사용합니다.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헬렌 켈러 이야기> p15 중에서 -

나 역시 그녀가 말하는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나는 가진 것에 감사하지 못하고, 갖지 못하는 것에만 마음을 빼앗긴 사람이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단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절실한 소망을, 너무나 쉽게 매일매일 이루며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녀가 말하듯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지만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바로 눈 뜬 장님이었던 것이다. 어쩌면 볼 수 없는 것보다 더 슬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도 보지 못하다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근데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니.

 

다음 날 아침이 오고, 나는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한다는 기대에 들떠 새벽을 맞이할 것입니다. 확신하건대, 진짜로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매일 새벽은 끊임없이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간일 것입니다.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헬렌 켈러 이야기> p37 중에서 -

장애가 없는 사람이더라도, 살다보면 장애를 가진 사람과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 그때서야 우리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불편한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장애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그 불편함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정말 어렵다. 그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우리 생활 속에서 우리 몸이 얼마나 많이 쓰이는지 잘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몸의 불편함을 아이들을 낳고 기르면서 정말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 아이를 가졌을 때 내 몸이 내 몸 갖지가 않았다. 나중에는 집 안에서조차 내 마음대로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였다. 택배 아저씨가 문을 두드려도 현관문까지 빨리 나갈 수가 없어 택배 아저씨는 집에 사람이 없는 줄 알고 택배물을 경비실에 맡기곤 했다. 그런데 문제는 택배가 온 걸 알면서도 바로 아래층에 있는 경비실에조차 혼자 갈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작은 한 걸음을 떼는 것이 고통일 때였다. 몸이 그러니 필요한 것이 있어도 집 앞에 있는 슈퍼에 조차 혼자는 나갈 수조차 없었다.

 

나는 아이를 가진 잠깐 동안 겪은 몸의 불편함이지만, 정말 다리가 불편한 사람들은 어떨까 싶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작은 행동 하나를 위해서도 장애가 없는 사람들보다 몇 배의 노력을 해야 했고, 간단한 일에도 훨씬 더 많은 힘을 들여야 했다. 방문객이 찾아왔을 때 현관문을 열어주는 아주아주 간단한 일조차도 말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은 그 간단한 일에 10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것도 몸을 움직임으로서 오는 고통까지 감내하며 말이다.

 

아이들을 연년생으로 낳은 뒤, 나에게 있어 쌍둥이 유모차는 곧 내 발이었다. 그런데 유모차로 다니는 세상은 생각보다 많이 불편했다. 멀쩡하게 걸어 다닐 때는 전혀 몰랐던 것들이 하나하나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불과 10cm밖에 안 되는 턱도 아이를 둘이나 태운 유모차로 올라가기에는 힘이 들었다. 혼자 다닐 때는 운동 삼아 걸었던 작은 언덕도 아이 둘에 각종 아이 용품을 실은 유모차로 넘기에는 너무나 힘겨웠다. 아무리 급해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 절대 갈 수가 없었다. 한 손으로 밀고 지나가면 되는 상가나 건물의 유리문도 유모차와 함께 지나가기 위해선 매번 유모차를 돌려 등으로 유리문을 밀며 지나가야 했다.

 

내가 유모차를 끌고 다니며 느낀 것은 휠체어를 탄 이들의 고충이었다. 아이들이 있는 나에게 유모차가 두 다리나 마찬가지이듯이 휠체어를 탄 이들에게도 휠체어는 곧 그들의 다리일 것이다. 그런데 유모차나 휠체어가 다니기에는 불편하다 못해 어렵고 힘든 곳이 많았고, 아예 불가능한 곳도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나야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크면 유모차를 안 가지고 다닐 수 있지만, 휠체어를 타는 이들을 그럴 수 없으니 평생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정말 몰랐을 것이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얼마나 불편한 삶을 살고 있는지, 그리고 내가 장애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하지만 나는 아이를 낳고 몸이 예전 상태로 돌아오고, 유모차가 어느덧 익숙해지고 다니던 길로만 다니면서 잊게 되었다. 그렇게 몸의 불편함이 지나간 뒤 찾아온 것은 더욱더 깊어진 마음의 답답함이었다.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대한 답답함. 하지만 내가 갖고 있는 답답함은 헬렌이 갖고 있던 것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런 살아 있는 그림은 날마다 수백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보고 지내는 삶의 일부지만, 이런 풍경에 두 번이라도 눈길을 주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아쉽지만 거의 없을 거예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놀라운 광경을 못 보는 장님입니다.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죠.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헬렌 켈러 이야기> p38 중에서 -

나의 두 눈은 행복한 모습을 볼 때나 불행한 모습을 볼 때나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고 이해하기 위해서지요. 내 마음은 사람들과 여러 사물의 모습으로 가득합니다. 내 눈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습니다. 눈길이 머문 모든 것들을 세심하게 눈 안에 담으려고 애씁니다. 어떤 광경을 보면 유쾌하고 즐거워 행복해지지만, 또 어떤 것들은 가여워서 내 마음을 애처롭게 합니다. 나는 불행하고 비참한 모습에도 눈을 감지 않습니다. 그것 또한 삶의 일부니까요. 비참하고 슬플 모습에 눈을 감는 것은 마음과 정신의 문을 닫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헬렌 켈러 이야기> p41 중에서 -

나는 볼 수 없는 사람이기에 볼 수 있는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귀띔을 해 줄 수 있습니다. 볼 수 있다는 축복을 충분히 활용하게 해 주는 한 가지 충고랄까요. 즉 내일 당장 장님이 될 것처럼 당신의 눈을 사용해 보세요. 그리고 다른 감각들을 사용하는 데도 똑같이 그렇게 해 보세요. 내일 귀머거리가 될 것처럼 음악 소리와 새의 노랫소리,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강렬한 선율에 귀를 기울이세요. 내일 당신의 촉각이 모두 마비될 것이라 생각하고 모든 물건들을 만져 보세요. 내일부터 다시는 냄새도 맡지 못하고 맛도 못 볼 것처럼 꽃의 향기를 맡고, 한 입 한 입 음식을 맛보세요. 그렇게 모든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세요. 자연이 여러 접촉 수단을 통해 당신에게 가져다주는 이 세계의 모든 즐거움과 아름다움에 영광을 돌리세요. 그렇지만 확신하건대, 모든 감각들 가운데 볼 수 있다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은 없습니다.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헬렌 켈러 이야기> p43 중에서 -

헬렌은 그 어떤 감각들 중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만큼 큰 기쁨을 주는 것은 없다고 했다.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었던 헬렌은 볼 수도 없었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아이들을 돌보느라 자유롭지 못해 내가 느꼈던 답답함과는 차원이 다른 답답함이었을 텐데 말이다. 내가 아이를 갖고 돌보며 느꼈던 몸의 불편함과는 또 다른 불편함이었을 테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난 내가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앞을 볼 수 있기에 가질 수 있는 행복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지를 못했다.

 

헌데 헬렌의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내가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눈으로 보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말이다. 내가 보는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찾은 적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녀의 말처럼 눈을 도구처럼 사용했을 뿐이었다. 책만 하더라도 난 내가 좋아하는 책을 그녀보다 훨씬 수월하게 읽을 수 있고, 점자책만 읽을 수 있는 그녀와 달리 난 읽을 수 있는 책도 정말 많았다.

 

평생 깜깜함 어둠 속에서 세상을 보려 했던 헬렌을 생각하며 난 내 안의 답답함을 조금 털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볼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보려하지 않았을까 반성했다. 몸은 아이들에게 묶여 있지만, 내 눈만은 묶여 있지 않은데 말이다. 난 책을 볼 수 있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고, 온 세상을 볼 수 있는데 말이다. 또 볼 수 있기에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왜 난 답답함만을 느끼려 했을까.

“나는 그제야 내 손 위로 쏟아져 내리는 차가운 물의 이름이 ‘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살아 숨 쉬는 낱말의 입맞춤을 받은 내 영혼은 긴 잠에서 깨어나 빛과 희망과 기쁨을 맛보았고, 비로소 자유를 찾았다.”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헬렌 켈러 이야기> p92 중에서 -

헨렌의 글은 훌륭한 성공을 거두었고, 그래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시련을 통해 헬렌의 마음은 더욱 깨끗해지고, 삶은 더욱 진실해졌습니다. 헬렌은 시련과 고통을 통해 영혼이 강해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헬렌 켈러 이야기> p121 중에서 -

몸의 감각을 통해서만 세상을 본 것이 아니라 상상력과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습니다. 볼 수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더 깊이 세상을 보고, 이해하고, 깨달았습니다. 헬렌은 사람이 지닐 수 있는 가장 큰 장애를 짊어지고 괴로워했지만, 그 장애 앞에서 용기를 잃거나 굴복한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나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마음의 눈은 언제나 미래를 향해 있었습니다. “나는 낙관주의자이기 때문에 행복하다”라면서 “낙관주의가 자신의 신앙”이라고 말했습니다.

 

헬렌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습니다. 헬렌은 “행복해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무엇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자신은 선을 행하는 것이라 대답하겠다.”라고 했습니다. “행복해지려면 행복을 낳는 일부터 해야 한다. 즉 선생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말처럼 헬렌 켈러는 평생 사람을 사랑하고 선을 실천하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사흘만 볼 수 있다면 그리고 헬렌 켈러 이야기> p210 중에서 -

나와 헬렌의 다른 점은 신체적인 차이뿐만이 아니었다. 헬렌은 나와 달리 시각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나와 달리 마음의 눈을 갖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시각을 갖고 있는 나보다 훨씬 더 큰 행복감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나는 헬렌이 처음 차가운 물을 손으로 느끼며 물의 이름인 ‘물’을 알았던 것처럼, 볼 수 있다는 것이 ‘선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나는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들을 수 있는 즐거움을, 말할 수 있는 즐거움을 느끼고 감사하며 살아야지 싶다. 나도 헬렌처럼 마음의 눈을 활짝 열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으로 느껴야지.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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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찰스 다윈 Who: 세계인물교양만화 2
안형모 지음, 스튜디오 청비 그림 / 다산어린이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유익한 만화라면 세상의 어느 부모도 아이들에게 만화를 읽지 말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중간중간 곁들어 있는 자세한 설명은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들도 잘 모를만한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재미있게 보고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책이란 이런 책을 말하는 것이지 싶다. 세계적인 위인들의 생애를 통해 그들의 위대한 업적 뿐 아니라, 그들을 통해 알게 되는 지식과 미래에 대한 열정까지도 우리 아이들이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진화론이라는 말은 귀에 익은데 이상하게 찰스 다윈이라는 이름은 조금 낯설었다.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너무 졸았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나에게는 처음 듣는 이름처럼 참 생소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곤충과 동식물들에 대해 공부하다 남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다윈. 그는 모두가 창조론을 믿고 있을 때 진화론이라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생각을 전했다. 그렇게 그는 진화론가 찰스 다윈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새기었다.

 

아이들에게 읽어 주기 전 내가 먼저 이 책을 보면서 찰스 다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뿐 아니라 부모의 역할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하고 배우게 되었다. 다윈의 아버지, 로버트 다윈은 자식들에게 엄격했지만, 자식의 미래를 이끌어주기 위해 자식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며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물론 다윈은 그의 아버지가 제시해 준 길을 그대로 걸어가지는 않았지만, 그 덕분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나도 이제 부모가 되었지만, 그것은 참 쉽지 않은 역할이다. 다윈의 아버지를 보며 나도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방황할 때 그들이 원하는 길을 찾을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든든한 멘토같은 부모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과학 명문가였던 다윈 가 십계명

1. 아버지가 아이의 인생 스승으로서 멘토 역할을 한다.

2. 늘 음악적이고 유쾌한 가정 분위기를 만든다.

3. 여행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준다.

4. 적성에 맞지 않으면 끝까지 강요하지 않는다.

5. 아이가 학자로서의 비전이 보이면 힘닿는 데까지 후원한다.

6. 비판자가 많을 때는 시간을 두고 설득하는 방법을 쓴다.

7. 모임을 결성해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간다.

8. 대를 이어 열정을 바칠 수 있는 가업이나 가학을 만든다.

9. 하루 일과 계획표는 철저하게 짜서 실천하도록 노력한다.

10. 새로운 인생의 길을 열어주는 스승이나 친구를 만들어 준다.

- <WHO? 찰스 다윈> p37 중에서 -

부담스러운 가격만 아니라면, 아이들을 위해 WHO? 시리즈 60권 전집을 바로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아직 우리 두 아이들이 어리다는 것을 이유삼아 우선은 집에 있는 몇 권의 WHO? 시리즈로 만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책의 뒷장에 나와 있듯이 초등학교 교과서와 연계되어 있는 인물들이 많아 초등학교 가기 전이나 초등학교에 가서 읽기에 정말 좋은 위인전이란 생각이 든다. 조금이라도 더 착한 가격으로 WHO? 시리즈 전집을 만나볼 수 있길 바래본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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