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책 읽은 얘기는 못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만 합니다.

우리 회사에서 아름다운 가게와 함께 하는 행사 때문에, 뭐 좀 내놓을 게 없나…하고 여기 저기 뒤져봤습니다.

없더군요.^^;; 살림살이가 없는 것은 아닌데, 아직도 물건들을 내놓는 것이 아까울만큼 집착이 많은가 봅니다.

이 어리석은 욕심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할텐데…

책장에 꽂힌 책을 골라 내놓을 생각으로 책장을 둘러 봅니다.

거실에 책장 하나, 안방에 책장 6개, 작은 방에 2개, 어머니 방에 2개, 똥이 방에 2개, 주방 옆에 1개, 화장실 옆에 1개, 베란다에 묶인 책 약간…대략 이렇습니다.

오랜만에 책들을 하나 하나 찬찬히 들여다 봅니다. 문득, 오래된 책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새삼스럽게 발견한 책들도 있습니다. ‘내가 이런 책도 가지고 있었구나…’하며 신기해 합니다.

10년, 20년 전에 헌 책방에서 샀던 기억이 나는 책들도 있습니다. 읽은 책들도 있고, 아직 읽지 못한 책도 있습니다.

그 책들이 나를 보고 한마디씩 합니다.

‘이렇게 책장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지겨워 죽겠다’

‘너, 이렇게 처박아 놓으려고 나를 샀냐?’

‘마음이 변했어, 책은 안 읽고 매일 영화만 보고…’

‘그래, 이제 난 쓸모없는 존재다. 그러니 버리던지, 불에 태워서 없애던지 해라…’

‘비싼 돈 주고 사서 이렇게 잠만 재우면 되겠냐?’

‘책은 폼으로 사냐? 책만 많으면 네 인격이 훌륭해 진다니?’

‘책 욕심만 많지, 정작 책은 안 보는 녀석이네….’

흐이구…이런 얘기들을 듣고 있자니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좋은 책들도 있고, 버리고 싶지만 애매한 책들도 있습니다.

오래된 책들은 이마에 먼지를 덮어 쓴 채 묵묵히 잠들어 있습니다.

한 때는 싱싱하게 자기 존재를 과시했던 책들입니다.

이제, 책들을 하나 하나 모두 깨끗하게 씻기고 닦아서 이름을 달아줄 생각입니다.

책과 나는 주종의 관계가 아니라, 좋은 친구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제는 작고한 작가 이문구 선생이 생전에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누가 너에게 하루 세끼 밥을 먹여준다면, 네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책을 읽는 것이라고 말하겠다.

좀 이상적인 말씀이지만, 나름대로 느낌이 옵니다.

우리 인간의 삶은 8시간 잠 자고, 8시간 일하고, 8시간 휴식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하죠.^^

이 정도만 되어도 사실 상당히 괜찮은 삶일 것입니다.

저에게도 위와 같은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산에 올라서 책을 읽으며 살고 싶다.’

뭐, 이문구 선생을 흉내낸 것이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거짓은 아닙니다.

지금의 삶이 하루 하루 노동과 짧은 휴식으로 조금의 여유도 없어서 더욱 그렇지만

마음을 비우고, 삶도 덜어내고, 욕심도 비우고, 생활을 소박하게 살고 싶습니다.

하루 세 끼가 해결된다면-이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요즘 더 뼈져리게 느낍니다만-

좋은 책,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읽고 싶습니다.

책을 배낭에 넣고 산에 올라 산에서 책을 읽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움일테구요.

더 늙으면 햇볕 따뜻한 양지녘에 앉아 그저 풍경을 바라보기만 하겠지요, 가끔 자울자울 졸면서…

무념의 상태, 그것은 모든 것을 잊어버린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포함한, 내가 그 속에 포함된

일체의 상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읽을 필요도 느끼지 못할 정도의 무념, 이렇게 늙는 것이 소원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나이가 들면서^^; 욕심이 줄어드는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욕심이 있습니다.

‘욕심’이라는 말을 한문 단어나 한글 단어로 가만히 되새겨 보면, 참 의미심장합니다.

다른 단어들-예를 들자면, 상쾌, 소쇄-도 그 단어와 뜻이 참으로 절묘한 것들이 많습니다만, ‘욕심’이라는 단어를 보면, 욕구, 욕망처럼 무언가를 강하게 원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죠? 그래서 그 정도가 지나치면 추하게 보일 정도로 말입니다.

‘욕심’을 입으로 말하면, 뭔가 꾸역꾸역 입안 가득 머무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욕심을 낸다’는 것은 여러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 좋은 뜻으로 쓰면 열심히 살아가는 삶의 추동이 되기도 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한 획득이나 추구의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욕심’은 좀 정도가 지나친, 그래서 분수 이상의 무언가를 가지려는 뜻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에게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욕심이라면, 책에 대한 욕심이지요.

뭐, 그밖에 전자제품들-앰프, 카메라, 컴퓨터 부품 등등-에 대한 욕심도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꼭 한 가지만을 고르라면 역시 책입니다. 책에 대한 욕심이 이렇게 여전한 것은 아마도 어렸을 때부터 집에 책이 없었던 영향인 것 같습니다.

가난했던 우리집에는 책이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 아바이-평양사람입니다-도 월남하고, 가세가 몰락하면서 책을 가지고 다닐 여유가 없었던가 봅니다. 학교 다닐때는 늘 친구 집에 가서 책을 빌려다 보았고, 철이 들 무렵부터는 헌책방에서 책을 한권씩 사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으니까요.

책이 없다보니 눈에 보이는 책이란 책은 닥치는대로 다 읽었습니다. 그 책이 어린이용이건, 성인용이건, 어려운 책이건, 쉬운 책이건….^^ 그래서 어린 나이에 [선데이 서울]이라는 명작도 읽고^^ 한글은 한글이되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읽고…^^ 하여간 만화, 잡지, 소설….모든 영역에서 난독을 했습니다.

이제, 집 책장에는 그동안 모아놓은 책이 꽂혀 있고, 매달 몇 권씩 책을 사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지만, 요즘도 틈나면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합니다. 인터넷에 있는 헌책방을 뒤져서 책을 고르고, 주문하고, 새 책방에서도 책을 고르고, 주문하고…그리고 마음이 뿌듯해지고…왜 책이 이렇게 고플까요?

배를 곯아본 적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책은 여전히 고픈 걸보면 정신의 양식이 아직도 부족한가봅니다. 똥이에게 물려줄 것이라곤 오직 책밖에는 없네요. 그래도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물려준 것이 DNA와 건강한 육체라면, 나는 거기에 책을 조금 더 보태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임꺽정 세트 - 전10권 - 개정판 홍명희의 임꺽정 1
홍명희 지음, 박재동 그림 / 사계절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게시판을 시작하면서, 처음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나 작가 가운데 한 분이 바로 벽초 홍명희였습니다.

홍명희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라면 할 말이 많습니다만, 이제는 남한에서도 해금이 되었고, 그 작품이 모두 출판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90년까지만해도 출판금지가 되어 있어서 읽고 싶어도 읽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컷지요.

북한에서 부수상까지 지낸 분이니 남쪽의 정권이나 극우들이 보기에는 이만저만한 ‘빨갱이’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홍벽초가 쓴 대하소설 [임꺽정]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이견을 내놓지 못할 만큼, 그야말로 ’5천년 역사 속에서 한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문학’이 무엇인가라고 한다면 서슴없이 [임꺽정]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임꺽정]이 대체 왜 그렇게 위대할까? [임꺽정]을 쓴 홍벽초 그 자신부터 당대에 이미 ‘조선의 천재’라는 찬사를 받은 분입니다.

조선의 천재는 홍벽초, 육당 최남선, 이광수로 당시에 ‘조선의 3대 천재’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이광수가 천재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홍벽초와 최육당이 천재라고 한다면 그건 인정합니다만.

어쨌거나 그런 홍벽초가 틈틈이 집필을 한 것이 [임꺽정]입니다. 사계절 출판사에서 정본으로 10권짜리가 나왔죠. 저는 초판본 9권짜리와 새로 나온 10권짜리 2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국지가 중국 역사의 대하소설이라면 [임꺽정]은 조선 민중의 삶을 살아 있는 것처럼 그린 풍속화이자 민중의 성장하는 투쟁 기록입니다.^^(단어가 갑자기 이상해지네…ㅋㅋ) 단 한 줄의 외래어나 외국어가 없는, 순수한 우리말의 전형이며 가장 아름답고 멋있는 우리말로 기록된 문학이라는 점에서 [임꺽정]은 ‘우리 문학의 최고’라는 찬사와 영예를 앞으로도 계속 받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치민 평전
윌리엄 J. 듀이커 지음, 정영목 옮김 / 푸른숲 / 200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 [호치민 평전]을 다 읽었습니다. 무려 4개월이 넘게 걸렸습니다. 게으름 때문이긴 하지만, 1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어서 진도가 더디게 나갔습니다.

이 평전을 쓴 사람은 베트남의 적이었던 미국인입니다. 그것도 베트남의 미국대사관에서 일하던 사람이었죠. 그는 베트남이 미국을 상대로 조금도 굴하지 않고 싸우는 원인이 무엇일까 찾다가 베트남의 영웅 호치민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합니다.

그후 거의 평새을 바쳐서 호치민과 관련된 자료를 찾았고, 그 결과물이 [호치민 평전]으로 출판된 것입니다.

이 책은 우선, 방대한 자료와 팩트에 입각한 기술이 돋보입니다. 호치민의 행적을 좇아 프랑스, 미국, 소련, 중국, 싱가폴 등 거의 전세계를 다 돌아다니면서 호치민과 관련된 사실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더욱 냉정한 시각으로 베트남 공산당의 역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호치민이 베트남 최초로 공산당 조직을 건설하고 소비에트와 정치적 관계를 지속하는 과정, 호치민이 중국과 소비에트를 오가며 베트남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자세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평전의 덕목이랄수 있는 ‘객관적 시각’에서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미국인의 시각으로 본 것이기 때문에 베트남 공산당 조직과 호치민과 그의 동지들이 독립을 위해 투쟁한 역사를 상당히 많이 깎아내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해서는 거의 기술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베트남을 침공한 통킹만 사건에 대해서도 왜곡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미국과의 전쟁-에서 베트남인은 군인, 민간이 포함해서 1백만명이 죽었고 약 5백만명이 다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군은 5만 5천명이 죽었습니다. 한국군도 5만명 가까이 죽었죠. 베트남은 소비에트와 중국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치를 수 있었고 마침내 조국을 통일했습니다.

호치민은 지금도 베트남 독립과 통일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인물이고, 그의 헌신, 겸손, 검소함 등은 베트남 지도자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지금 도이모이(혁신, 개혁) 과정에 있고, 다른 권력들처럼 부패 현상이 나타나지만, 그래도 상당히 건강하게 발전하고 있는 국가 가운데 하나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에 용병으로 참가한 것에 대한 용서와 사죄를 구하는 행사가 있었고, 이런 행동이 베트남 국민들에게 아주 좋은 인상을 주었다고 봅니다. 가해자가 먼저 솔직하게 반성하고 용서를 구할 때, 진정한 화해가 있을 것입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국가를 외세의 침략에서 구하고 독립과 통일을 이룬 호치민은 충분히 존경할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