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스티브 도나휴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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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스티브 도나휴는 20대 시절 아프리카 사하라를 횡단하는 모험을 했다. 열 살 때 본 한 편의 영화가 그를 사하라로 이끈 것이다. 그가 본 영화는 1962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을 석권한 <아리비아의 로렌스>였다. 그 영화에서 주인공 로렌스는 잘 생긴 외모에 듬직한 모습으로 낙타 위에서 칼을 차고 사막 위를 질주했다. 이 영상은 어린 시절 그가 이슬람 문화에 매혹당한 기회였다. 또, 그것은 젊은 시절 방랑하던 그를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으로 이끌었고, 그 경험을 바탕삼아 책 한 권을 써냈다. 베스트셀러가 된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이다. 책의 성공으로 그는 작가와 강사로서 입지를 다지게 된다.

 

우연히 관람한 영화 한 편에서 그는 인생의 진로를 구축했고 결정적인 성공을 이루어 낸 것이다. 되돌아보면, 우리 삶도 사소한 `끌림'과 우연한 `기회'를 통해 길을 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자신이 무엇에 끌리고 있는가, 아는 게다. 스티브 도나휴의 두번째 책 <인생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은 이같은 무의식적인 `끌림'을 내면의 나침반으로 정의한다. 인생에서 나침반은 지도가 표시해주지 못한 땅으로 우리를 인도하며 친절한 지도에 의지하지 않고도 여행을 가능케 해준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던 저자는 강연차 미국의 남부 플로리다의 바닷가에 도착한다. 호텔에 여장을 푼 그는 많은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모래사장을 걷다가 이상한 풍경과 마주한다. 해안 여기저기에 경찰 저지선이 설치되고 사람들이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건 이제 막 부화하는 바다거북 새끼들을 보호하는 폴리스라인이었던 게다. 수백마리의 바다거북이 모래 속 알에서 부화해, 한꺼번에 바다를 향해 질주하는 모습은 장관을 연출한다. 그 새끼 바다거북들은 이제 그 바닷가를 떠나면 수십년 동안 대양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떠나, 언젠가 다시 자신이 태어난 그 해변으로 정확히 돌아올 것이다. 그 위대한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을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 자세히 묘사한다.

 

"둥지를 떠나는 일은 바다거북의 생애에서 가장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스티브 도나휴 <인생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p.37

 

이 책에서 저자는 바다거북의 장대한 여정과 회귀를 여섯 가지 부문으로 나눠, 인간의 삶이 가진 여정에 빗대 해설한다. 바다거북은 어떻게 일평생 수천킬로미터를 여행하고, 대양과 대양 사이를 가로질러 정확히 자신이 부화한 해변으로 돌아올 수 있는 걸까? 거북의 몸 속에 지구자기장에 반응해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거북의 여행에는 지도가 없지만, 내면의 나침반은 광활한 대양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해준다. 우리가 내면의 본능적인 끌림을 통해 일평생 무언가에 열정을 쏟아내듯 말이다.

 

바다거북은 둥지를 벗어나 여행을 시작하지 않으면 결국 죽는다. 그가 주식으로 하는 해초는 바다 속에 있고, 육지에는 거북알을 노리는 천적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거북의 여행은 결국 떠난 자리로 회귀한다는 점에서 사람의 여행과 비슷하다. 하지만, 둥지를 떠나, 되돌아온 몇 십년 후의 바다거북은 예전의 연약하고 무지한 거북이 아닐 게다. 저자는 이 점에 착안해 바다 거북에게서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자 했다.

 

제목에 `6가지 방법'이란 타이틀을 집어 넣은 건 아무래도 베스트셀러가 된 첫 책에 대한 기대에서 아직 저자가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듯 하다. 또, 첫 책이 나오고 6년 동안 후속작을 내지 못한 것은 저자가 느낀 부담감의 반증 같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불행한 가정사를 솔직히 드러낸다. 장성한 아이들을 놔두고 아내와 이혼했던 일, 그럼에도 아이들과 규칙적으로 시간을 보내며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일, 대학 입학을 앞둔 딸 아이의 해외 여행을 기꺼이 허락하고, 여행중에 만난 남자와 결혼식을 올렸던 딸아이와의 갈등을 속속들이 고백한다.

 

또, KBS 다큐먼터리 PD의 제안으로 다시 33년 만에 사하라 사막으로 취재팀과 여행을 떠나고, 다큐먼터리를 찍은 일. 그리고 이제 6년의 침묵을 깨고 자신의 두 번째 책을 펴낸 일이 이 책에 모두 담겨 있다. 제목처럼 이 책에는 그닥 많은 인생의 지혜와 힌트가 숨어 있지 않다. 하지만, 자기계발서 치고 무척 정직하게 자기고백적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일독할 수 있어 좋다.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는 바다거북의 생태를 통해 오히려 독자는 각자 생에 맞서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응용해 낼 수 있지 않을까? 제목의 무게에 값하진 못하지만, 진정 우리 내면의 나침반의 정체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책 같다.

 

"바다거북과 같이 당신의 나침반도 연습할수록 더욱 정확해진다. 그러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라. 심장이 뭔가에 끌려 따라갈 때는 특별한 걸 성취하는 데 연연하지 말고 그저 가볍게 연습하듯 따라가라. 그러면 심장에게 당신이 심장의 소리를 듣고 있다고 전달될 것이다. (중략) 끌림이 당신을 어디로 데려가는지 목도하라. 당신도 나처럼 작가나 강사가 될지도 모른다." 스티브 도나휴 <인생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p.73

 

 

 

2012.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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