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학습법 - 배움을 즐기고 끊임없이 성장하는 고수 시리즈
한근태 지음 / 이지퍼블리싱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류대를 나와 외국에서 석,박사까지 하고 대표기업에서 이사를 엮임했지만, 40대 초에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강의를 하고 살고 있는 저자의 `어른 공부법'을 다룬 책이다. 기업 컨설팅을 주로 하는 저자에게 공부는 일의 연상선에 있는 기초닦이나 마찬가지.  더군다나 저자는 공학도로 인문계열의 기반이 되는 글쓰기, 독서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았다. 박사학위와 특정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은 대학을 나오고, 회사를 나오는 순간, 쓸모 없어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어떻게 컨설팅 업으로 제 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을까?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끊임없는 공부, 즉 독서를 통한 지식을 수혈한 덕분이다.  이 책은 독서하고 요약하고 그것을 고도화하여 책을 쓰는 나름의 방법을 설명한다.  태생적인 고수는 없다.  읽고 쓰고, 그것을 책으로 엮어낸다. 그가 바로 고수다. 


많은 책을 읽어도 그것이 가치있는 지식으로 남지 않는 이유는 뭘까?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간과하기 때문에 그냥 시시한 독서, 시시한 글쓰기가 되고 만다.  독서에 관한 자기계발서나 다름없는 책이지만, 이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  그가 독서와 글쓰기에 깊이 빠져들고 책을 읽고 소개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긴 시기는, 회사를 나와 컨선팅을 하겠다고 작정하고부터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책읽고 책소개하는 일이, 어떤 계획과 포부 아래서는 큰 결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무작정 책을 읽어서는 평생 그 지식이 가치있는 것으로 창출되진 못한다.  저자는 현재 세리시이오에 20년째, 책을 요약해 8분짜리 영상으로 소개하는 일도 하고, 동아비즈니스 리뷰에 6년째 A4용지 5장분량의 글을 쓰고 있다. 또, 교보 북멘토에 매달 신간 5권을 추천하는 10줄 남짓의 글을 쓰기도 한다.  어른 공부의 핵심이 지극히 싱겁지 않나?  고작 책읽고 책소개라니?   그렇지 않다.  


독서가 새로운 지식의 창출인 서평이 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자신과 독자가 관심가질 만한 책을 10권쯤 읽는다. 그러면 그 중 한 권쯤은 독자에게 소개할 책이 나오기 마련. 어떤 책은 서문만 봐도 느낌이 온다.  책은 주로 앞부터 읽지 않고 관심가는 분야부터 읽는다.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도 붙이고, 접고, 표시를 하고, 줄도 치고, 메모도 한다. 그 다음 읽은 내용을 필사한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훗날 기억하지 못한다. 필사(자판입력)의 과정을 거치면 책을 다시한번 읽는 효과를 낸다. 필사를 통해 책의 핵심을 다시한번 파악한다.  필사한 것을 바탕으로 소개할 내용을 뽑아내고 나머진 버린다. 솎아내기 과정을 거치면 이제 글을 쓸 차례다. 순서를 정하고 논리적으로 연결한다. 소개할 내용에(요약), 글의 처음과 끝을 상상력을 발휘하여 준비한다. 그러면 하나의 서평이 완성된다. 


"나는 요약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요약이 내 업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난 책을 요약하고, 상대가 한 말을 요약하는 게 직업이다." 209쪽


인류 역사의 성인들로 알려진 이들이 한 일이란 고작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말을 하며, 누군가를 가르친 게 다다. 그들이 성인의 반열에 오른건 장사나 사업 수완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들은 읽고 쓰고 말하고 가르침으로써, 위대한 인간이 됐다. 평범한 우리가 성인이 될 순 없겠지만, 그들을 흉내낼 수 있다면 삶이 위대하고 건강해지지 않겠는가. 저자는 아무도 시키지 않는 공부,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서 할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공자의 어록을 기록한 책 <논어>의 첫 문장은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로 시작된다. 역시 동양의 성인인 공자가 가장 행복했을 때도, 무언가를 배울때였다. 그는 촌부나 어린 아이로부터도 배울것이 있으면 배움을 주저치 말라고 조언했다. 저자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소개하며, 책을 내고 지식을 나눌 때 행복감을 느끼는 이유 역시 그렇다.


"나는 평생 크게 두 가지 성격의 공부를 했다. 하나는 먹고살기 위한 공부다. (중략..) 또 하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다. 마은 이후 지금까지는 내가 좋아서 공부했다." 61쪽


<고수의 학습법>이라고 해서, 배움에 대한 큰 스킬을 기대하고 책을 사서 읽었다. 하지만, 내용이 지나치게 평이해 놀랐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그간 내가 오랜시간 반복해왔던 일에 지나지 않았다. 책을 읽고 요약하고 서평을 쓰는 것! 딱 그 정도다. 나는 20대 초반에 그 일을 시작해서 무척 늦었다고 자책했으나, 저자는 무려 40대 초반에 그 일을 시작했다고 말하는 것에 놀랐다.  내가 늦은게 아니었던 것이다. 실제로, 40대 초반, 50대 초반에 책을 읽고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도 크게 성장하는 것을 많이 봐왔다. 단, 저자는 그 일을 직업으로 삼으며 전문성과 끈기로 쉴새없이 지식을 확장해 왔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 업이 되는 경우만큼 행복한게 있겠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본업과 책읽고 글쓰기를 병행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일단 독서와 글쓰기야 말로 지식을 확장하는 유일한 길이란 점을 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서두르지 말고 그것을 꾸준히 해내는 것이다. 목적지를 정해놓고 지칠 때 쉬어가는 것을 지키면 된다. 그것이 업으로 이 일을 하는 사람의 방법론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나이가 들면 좋은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마음속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라나는 것도 역시 큰 장점이다.  원해서 하는 공부이니만큼 효율이 훨씬 높다.  그러니, 어른 공부의 핵심은 자발성과 독서다. 그것이 시작점이며 지속시킬 의지와 끈기만 있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