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 15초 안에 ‘Yes’를 이끌어내는 보고 테크닉 50
김범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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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장생활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가장 명료한 답을 최근에 깨달았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범준의 책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21세기북스 2019>을 읽고나서다. 직장내에서 상사에게 `보고' 잘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보고의 처음과 끝에 관한 가장 훌륭한 레퍼런스였다.  회사내에서 우리의 모든 활동은 결국 하나의 행위로 종결되고 있지 않은가?  마케팅, 업무계획, 관리, 행정 등 일의 끝은 보고로 마무리되기 쉽상이다.  보고는 또한 자신보다 직급이 훨씬 높은 사람에게 이루어지는 직장내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직장인들은 보고에 대해 경시하거나 보고를 잘 하는 방법을 고작 파워포인트 작성 능력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고란 무엇인가, 라는 이 책의 질문은 결국 우리에게 직장생활의 노하우와 직장내에서 승승장구하는 이들의 비결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던 것이다.


회사에서 상사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면 자신의 보고 스타일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 몇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일반적으로 보고를 하는 사람은 귀납의 구조에 익숙하다. 귀납은 개별적인 사실로부터 일반적 결론을 이끌어 내는 생각 체계다. 그러나, 우리의 보고를 듣는 상사는 생각회로 자체가 결론을 중시한다. 항상 시간이 부족한 상사는 보고자의 결론을 먼저 듣고자 한다. 상사는 마음속에서 이미 결론을 내리고 보고자에게는 그 근거를 듣고 싶어한다.  이런 상사의 뇌구조에 익숙지 않은 보고자는 아무리 장황하게 보고해도, 결국 보고받는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CMM 리포트를 활용한 보고다.  


CMM에서 C는 결론(conclusion)을 말한다. M은 시장(market) 혹은 소전제 마지막 M은 나(me) 혹은 대전제를 말한다.  결론 - 시장 - 나(우리) 순서로 배치한 보고를 통해 결론을 먼저 핵심으로 내세우고, 그에 대한 근거를 시장과 최종적으로 나(회사)의 대응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결국 보고란 보고를 받는 상사가 옳은 결정을 하도록 돕는 행위를 말한다. CMM은 상사의 뇌구조, 생리에 맞게 고안된 최적의 보고 양식이다. 이와 더불어 보고의 기본으로 알아둬야 할 것이 `5W 1H'다. 어떤 보고도 5W1H의 구조를 벗어나지 않는다. 5W1H란 언제(when), 어디서(where), 누가(who), 무엇을(what), 왜(why), 어떻게(how) 하였는가를 보고서에 담는 것이다. 보고서에서 빼어난 문체는 필요 없다. 오직 5W1H란 알맹이, 하나면 족하다. 5W1H는 보고의 기본인데, 그 기본이 없으면 상사에게 깨지는 것은 당연, 이런 일이 잦아지면 보고 기피증에 빠져들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보고에 관한 깨알같은 진실들을 나열한다. 그것은 보고 때문에 고통받는 직장인들이 명심해도 좋을 조언들이다. 책을 읽은 시점이 연말연초라 그런지 더 마음에 와닿았다. 작년 나또한 보고 때문에 희로애락을 겪은 바 있어서다.  모든 트러블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보고의 자세,기본,철학이 부재해서 벌어진 일 같았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보고 잘하는 실제적인 노하우 몇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보고를 할 때는 철저하게 긍정론자가 되어야 한다.  현실은 항상 녹록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정론자가 되기 쉬운 법이다. 그러나, 우리가 회사에서 밥벌이가 가능한 것은 이 녹녹지 않은 현실을 타개할 방법을 연구하고 실행하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안되는 이유' 백가지를 말하기 보다는 보고자에게 `되는 이유 한가지'에 열중하는 사람은 결국 인정받는다.  보고는 결국 안되는 일을 되게 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숫자 민감도를 높여야 제대로 된 보고다. "보고는 숫자가 전부다"란 말이 있다. 회사 업무에서 숫자만큼 간단명료한 것이 있겠는가. 연초에는 각 조직마다 매출 목표를 세운다. 거기에 어김없이 들어가는 것이 숫자다.  연말에는 실적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실적은 숫자가 전부다.  숫자는 보고자의 논리를 뒷받침해주는 강력한 도구이자 보고받는 상사를 설득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보고자가 `쯤'이라는 애매한 말로 보고를 이어갈 때, 그 보고는 이미 실패의 길로 들어선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단순함은 결핍이 아니라 보고의 핵심을 담아내는 기술이다. 보고를 받는 상사는 시간부족과 선택의 문제로 고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보고한답시고 많은 정보를 나열하면, 보고자는 상사에게 보고로 스트레스를 주는 것과 다름 없다. 곁가지를 처내고 단순하게 필요한 핵심만을 보고 하면 보고받는 이는 훨씬 편안하게 그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보고란 결국 상사의 최종 결정을 도와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복잡한 보고는 이 결정에 혼란을 일으킨다. 


넷째, 보고 상대자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 어떤 사람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상사라고 하지만 보고를 받는 주체도 똑같은 인간이다. 보고자가 원하는 것은 자신의 보고에 대한 상대방의 공감과 동의 아닐까?  그럼에도, 보고자는 대상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고 그를 알지 못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질 수 없다. 그러니 보고를 받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한 파악이 필요하다.  적(?)을 알아야 적을 공략할 방도도 나오는 법이다.  그에 따라, 보고의 디테일을 채울 수 있는 것이며 성공적인 보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니 보고자는 먼저 "나는 상대방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자문하는게 좋다.


"보고 등 커뮤니케이션의 전제는 `사회'다.  사회생활을 하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본적 전제를 무시하고 "커뮤니케이션은 무슨?  원래 인생은 혼자 사는거야!"라고 외치는 사람은 보고를 할 자격이 없다. 조직생활? 그만두는 게 낫다. 나를 제외한 타인들에게 이해받는 것을 꺼리지 않는 사람만이 보고를,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할 자격이 있다. 그리고 상대방을 얻을 수 있다."  136쪽, 김범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보고 때문에 깨지는 것은 직장생활의 일상다반사라고 치부한 적이 있다. 왜 상사는 나의 보고에 만족하질 못할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만들어낸 보고서가 짧은 검토 후 묵살될 때, 그 기분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듯하다. 그러나, 언제나 분명한 사실 한가지가 보고 후에 남았다.  상사는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보고 있었고, 언제나 나는 그 빈자리를 놓쳤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된다는 점이다. 거부된 보고가 분노로 돌아와 상사와 계급장 떼고 한판 붙고 싶은 적도 있었다. 물론 참는자에게 복이 있다고,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직장에서의 보고의 시간과 공간은 총탄이 거칠게 날아드는 소리없는 최전선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되돌아보면 보고는 언제나 가르침과 교훈으로 되돌아왔다.


보고를 받는 이는 회초리를 든 `훈장 선생님'이었다.  그 회초리를 맞으며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갈고 닦이고 있었던게 아닐까?  그래서 그 많은 보고가 벼리고 벼려져서 한 해 두 해, 내공이 쌓이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은 보고의 실무적인 스킬에 대해 말하고 있는게 아니라 보고의 태도와 철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보고 실무를 알고 싶거든 파워포인트나 워드프로세서 교육을 받는게 낫다.  하지만, 언제나 고민하게 되는 지점은 하얀 백지에 `무엇'을 담아내느냐 하는 점이다. 그리고 그 무엇을 상사에게 어떤 자세로 다가서서 표현하느냐는 점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직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보고는 그곳에 이르는 징검다리이자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의 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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