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디얇은 치졸함. 세심한 비열함

셀레브와 인맥 쌓기에 열을 올리는 것과 자기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은 반비례하는 것 같다. 예전에 친구는 내게 전화해 대학원 같은 학과에서 공부하던 한 지인이 이름난 지식인들과의 친분을 위해 공금을 동의없이 사용하고 심지어 유용까지 했고, 셀레브와의 관계를 과시하는데 급급하다며 한참을 비난했다. 그 지인은 내가 보기엔 조금도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동의가 되지 않았다. 친구는 그 학과 사람들 모두 그 지인과 등을 졌다며 지인을 믿지 못할 사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친구가 지인을 모함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다시 말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지인은 정말 그런 류의 사람이었고, 친구의 말이 맞았다. 사람 일에는 겉으로 다 드러나지 않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점들이 있다. 태블릿 컴퓨터라도 발견되지 않으면, 누군가의 추가적인 고발이나 항변, 폭로라도 없으면 믿기지 않는, 결코 다른 사람들로부터는 공감 받을 수 없는 그런 '세심한 비열함'과 '얇디얇은 치졸함' 같은 것. 그런 것들이 있다. 최순실의 치졸이나 비열도 그런 종류의 것이라 친박계 인사들이 지인을 옹호하려 든 나처럼 멍청하게 최순실을 옹호하려 들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순실처럼 위악적인 인간보다 말로는 공공, 정의, 선을 외치는 위선적인 인간들의 진심을 알기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너무나도 세심하고 얇디 얇지만 도무지 참을래야 참을 수 없는 종류의 비겁함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아마 지인을 비난했던 친구의 심정도 그랬을 것이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역겹다는 느낌. 역겨움을 견디지 못했던 친구는 외로운 삶을 살아가지만, 역겨움에 겨운 그 지인은 수많은 동정표를 얻고 공정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로 자기 소원대로 셀레브들 주변을 멤돌며 셀레브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셀레브들과 잘 지내고 있다. 역겨운 지인만큼이나 역겨운 현실인데, 박근혜 주변을 멤돌며 박근혜와 친분을 과시하며 박근혜와 잘 지낸 최순실의 몰락을 보니 역겨움을 심판하게 될 일말의 가능성이 아직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의 외로움도 보상을 받을 날이 올 것이고, 셀레브를 쫓아다니며 온갖 유명한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페친을 맺고 셀레브의 간지러운 곳을 핥아대는 지인도 심판 받을 날이 올 것이다. 
힘을 내자. 친구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