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미술관에서 서경식 선생님 강연이 있었고, 그 날 패널로 나서게 되어 말씀을 나눴다. 우문들을 선생님은 이번에도 너무도 아름답고도 정교한 언어로 답해주셨다. 사전에 아래의 질문 목록을 만들어 갔는데, 대부분의 질문을 드렸다. 선생님의 강연과 대담 내용은 아르코미술관에서 나중에 책으로 묶어낼 계획도 있다고 하신다. 일단 내가 준비해갔던 질문 목록을 올려둔다.


아르코미술관 난민포럼5. 서경식 선생님의 강연 후 드리게 될 질문들. (패널. 권영민)


(강연을 듣고)

1.한국에서도 혐오 발언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특회에서는 재일조선인을 바퀴벌레로 부른다고 하셨는데, 여기에서는 파키스탄 사람들을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는 말로 ‘파퀴벌레’, 중국 사람을 ‘짜장’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일본에서 헤이트스피치가 이렇게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에 위안부 문제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한 일본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일본에서 ‘혐한’ 감정이 커지는 이유를 이렇게 썼습니다. “혐한 감정은 특히 이 10년동안 서서히 커져왔다. 그리고 그들의 혐한은 1990년대 초 이후의 역사 문제 갈등에서 한국인이 그들을 용서하지 않고 언제까지고 비난만 한다는 생각에서 오는 부분이 크다”. 이런 생각은 타당한 것일까요?


(난민에 대한 책임의 문제)

 3.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은 3.8%입니다. 세계 평균의 1/10. 얼마되지 않는 숫자인데, 일부에서는 우리가 너무 많이 받는다고 합니다. 지금 난민이 대거 발생하게 된 책임은 미국과 유럽 세계에 있는데 그 책임을 왜 우리가 함께 져야 하냐는 거죠. 그리고는 옆 나라 일본은 난민 안받는다며 진정한 주권국가라고 치켜 세웁니다.

 

 선생님께서도 9.11 이후 “대테러의 시대”가 발생한 근원으로 돌아가 사고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식민지주의’에 있다고 하신 적이 있고, 유럽, 미국, 일본에 의한 ‘식민지 지배’의 마이너스 유산이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요, 그 마이너스 유산을 왜 우리 같은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가 져야 하냐고 묻는 겁니다. 식민지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럽과 미국, 일본에게 난민을 더 받으라 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한국 상황에 대해서) 

4.  우리문화사랑국민연대와 같은 오프라인 조직을 포함해 우리나라에는 현재 다문화주의를 반대하는 온라인 커뮤니트만 20개 정도가 있습니다.

 이들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는 혐오하지 않지만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에 대한 지원은 강력히 반대한다’고 하는데, 언뜻 들으면 인종주의적 혐오와 선을 그으려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말하자면, 난민을 포함해 한국에 있는 외국인을 지원하는데 예산만 해마다 2000억 이상 쓰이고, 지원단체까지 포함하면 수조원을 쓰고 있다며 외국인에게 지나친 특권을 주면서 정작 정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은 위반하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어떻게 보면 쉽고 명확한 논리인데요, 외국인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것과 외국인을 혐오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차별금지법에 대해서)

 5.  일본에서는 헤이트스피치 금지 법안이 통과되었고, 이 나라에서도 ‘차별금지법’이 이미 2007년에 입법이 예고되었는데 10년동안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문제는 헤이트스피치 금지법안이나 차별금지법이 마련되더라도 혐오와 차별을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것에 있습니다. 


(전시에 대해서)

 6.  선생님께서 지금 아르코미술관에서 하고 있는 전시를 보셨는데요, 선생님께는 어떤 작품이 인상적이셨나요?


 저는 차지량 작가의 코리언세일이라는 작품이 재미있었습니다. 한국에서 다문화 반대운동, 외국인 혐오 발언을 하는 이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마치 난민을 환경오염 물질처럼 취급하는 것 같습니다. 탄소는 미국이 가장 많이 배출했는데 왜 우리가 탄소로 인한 피해를 받아야 하냐는 거지요. 그래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듯 언젠가는 난민을 거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지량 작가가 코리언세일이라는 작품에서 그런 상상력을 발휘한게 아닐까 해서 저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브렉시트에 대해서)

8.  최근에 마이클 무어가 이탈리아를 휴가도 많고 낙관적인 나라인양 그린 영화를 만들어 공개했는데요, 사실 이탈리아 해변에 몇 년전부터 난민들이 떠밀려 오고 있다고 합니다. 한 쪽에는 일광욕을 하고 물놀이를 하는데 옆에서 바다를 건너기 위해 튜브를 사는 난민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탈리아의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입국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 샤를리 앱도 테러 이후 외국인에 대한 보복테러가 잇따라 일어났구요 르펜과 같은 극우정치인의 등장에는 그런 배경이 있는 것 같구요, 영국의 브렉시트, EU 탈퇴 결정을 두고도 난민 문제와 결부시켜 분석하려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졌습니다. 자유, 평등, 인권과 같은 가치를 여지껏 유럽 세계가 내세워 왔는데 최근 분위기는 명백히 이런 인도주의적 입장이 후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선생님께서 이베리안 반도 최후의 이슬람교 나라 그라나다가 함락, 그리스도교에 의한 레콩키스타가 완성되었을 때 유럽의 다원적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불관용적인 일원적 지배의 시대로 돌입했고 그것이 결국 홀로코스트로 귀결되었다고 쓰신 적이 있습니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이 새로운 불관용의 시대로 돌입하는 것은 아닐까요?


(보편주의에 대해서)

9.  세계자본주의가 국가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그동안 우세했었습니다. EU도 애초부터 경제적 이익을 위해 각 국가들이 월경을 쉽게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세계자본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경계가 약해졌지만, 지금 양상은 흐릿한 경계 때문에 부의 편중이 일어나자 다시 국민주의로 회귀하는 상황처럼 보입니다. 다시 국경의 벽을 더 높게 만드는 것인데요, 세계적인 현상처럼 보입니다. 


(보편주의는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10. 선생님께 늘 여쭤보고 싶었지만 그동안 여쭤보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시라 생각도 됩니다만, 선생님, 난민들 내지 소수 민족 커뮤니티 중심주의와 보편주의 사이에는 긴장이 있을텐데요, 말씀하신대로 이 양자의 긴장을 해소하는 것이 ‘새로운 보편주의’ 혹은 ‘보편적 보편주의’에 대한 모색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그리고 보편주의와 또 다른 보편주의 사이의 갈등도 있을 겁니다. 새로운 보편주의를 구상하기 위해서는 연대가 필요하고, 연대가 가능하려면 새로운 이념이 필요할텐데, 반식민주의가 그런 이념의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예비질문1. (모순과 갈등을 견디는 것에 대해서)  

  보편주의와 보편주의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갈등을 견디고 갈등과 함께 살아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논리적으로 딱 맞아 떨어지지 않더라도, 모순적인 것들을 견디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예비질문 2. (에스니시티와 내셔널의 관계에 대해서)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헤이트스피치는 인종주의적인 것일까요, 내셔널리즘적인 것일까요? 제가 이런 질문을 드리는 까닭은 선생님의 글에서 네이션과 에스니시티가 가끔 구분되지 않을 때처럼 읽힐 때가 있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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