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 달 살기
전은주(꽃님에미)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번 주 교통방송 책 소개에서는 원래 하지현, 엄기호가 쓴 <공부중독>을 소개하려고 했다.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가 선생님에게 메시지가 왔다.

"요즘 책 선정이 무겁다고 모니터 회의에서 이야기가 나왔는데 조금 가벼운 걸로 될까요?"

나는 메시지를 받고, "제가 몸이 무거워 책도 무거운 것을 좋아해요"라고 답을 드렸다. 하지만 속마음은 달랐다.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왜냐하면 최근 소개했던 책은 가벼운 책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33)에서는 단편 <소나기>를 이어쓰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소개했고, (32)에서는 진중권이 쓴 <아이콘>, (30)에서는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을 소개했다. 다소 무거운 책이라면, (31)에 했던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이지만 이 책도 사실 어렵거나 무거운 책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했다. 더 가벼운 책이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받고 나는 라디오 방송에 나가서 많은 분들에게 권할 수 있을만한 더 가벼운 책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모니터를 하신다는 분들에게 묻고 싶었다. 어떤 책이 무겁다고 생각하시는지, 라디오에서 소개할만한 가벼운 책은 어떤 책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물론 모니터 회의에 갈 수가 없으니 물어볼 수도 없다. 그리고 이전까지는 모니터에서 비교적 무게 있는 책을 재미있게 소개해줘 유익하다 정도의 반응이 나왔다고 들었기 때문에, 이번 모니터 내용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내가 지나치게 완고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년 소녀를 만나다>가 무겁다면, 그보다 더 가벼운 책은 나도 소개하고 싶지 않다. 다른 방송 예컨대 TBS에서 진행되는 책 소개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책은 <당신을 만나서 참 좋았다>, <가족이라는 병> 같은 책들인데, 솔직히 이런 책은 나는 별로 소개하고 싶지 않다.

사실, 나는 방송에서 소개할 책을 고를 때는 신간이나 청취자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특별히 염두에 두기 보다 우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려하고, 그렇게 읽은 책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이 될 수 있는 내용 같다는 생각이 들면 소개글을 썼다. (물론 쉬운 책을 골라야 한다는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던 건 아니다) 세상에 책은 너무 많기 때문에 모든 책 소개는 좀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소개하는 이의 취향이 많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것이 책소개고 그런 것이 공감을 얻기 더 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 과정이 썩 잘 되지는 않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작가 선생님에게 그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만 한다면 되도록 빨리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개편이 이뤄지는 11월까지는 해야 한다고 한다. 그전까지는 '한주에 한권 가볍게 책을 읽어본다'는 취지에 맞는 책을 골라서 소개해야 한다. 오늘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소개한 것도 그런 맥락이 있다. 물론 이 책은 누구에게라도, 특히 부모에게라면 강력히 추천할만한 책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없었다면 라디오에서 소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여행과 제주에 대해서 내 생각을 좀 더 적극적으로 적어보려고 했다. 너무 유명한 책이라 관심 없는 분들도 소개글은 읽어봐 주신다면 고맙겠다.

여하간 교통방송 책소개는 몇 개월을, 최소한 3개월은 더 해야 하지만 그동안 좋은 점도 많았다. 쉬운 책을 늘 선정해야 한다는 부담 탓에 평소라면 잘 읽지 않았을 책을 읽고 생각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린 것이 기뻤다. 책선정이 너무 무겁다는 말이 아니라 책 소개가 잘못되었다는 말을 들었다면 그만하겠다고 마음 먹지는 않았을 것이다. 도대체 무겁고 가볍고 무슨 기준으로 그러는지 모르겠다. 정치, 경제, 여행은 어려워도 책은 어려우면 안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이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소개하고 그런 반응이라면 수긍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솔직한 내 생각을, 끝으로 말하자면, 전혀 수긍이 안된다. 그동안 내가 소개한 책 중 그 어떤 책도 무겁지 않다. 아무튼, 이제 몇 번 안 남았다. 쉬운 책 사러 알라딘 중고서점에 나가봐야겠다.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달 살기

-전은주


  1.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시나요?


 네, 이번 주에 제가 소개해드릴 책은 출판사 북하우스에서 만들고, 전은주씨가 쓴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이미 아시는 분들도 많으실텐데요, 제주도 한달살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낸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은주씨는 꽃님이, 꽃봉이 두 남매의 엄마인데요, 이 책에는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 달을 함께 보낸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 기억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2016년 처음으로 소개해드렸던 책이 마이케 빈네무트가 쓴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였습니다. 이 책은 마이케가 퀴즈쇼에서 우승을 해 받은 상금으로 1년동안 한 달동안 한 도시를, 그래서 모두 열 두 개의 도시를 여행하는 내용을 담은 책인데요, 전은주씨는 퀴즈쇼 우승도 하지 않았는데도 한 달 간 제주도에서 살기로 마음 먹고 떠난 것이지요. 


2. 퀴즈쇼에서 우승을 했다면 아마 아마 제주에서 일 년 살기를 했을 수도 있겠죠. 아이들 학원 보내랴, 남편 뒷바라지 하랴 말은 쉽지만 그래도 한 달 살이를 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에서 마이케의 경우는 50만 유로나 되는 상금도 있었고,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녀도 없고, 사실 직업도 저널리스트이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에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이케가 떠난 후에 자유를 배웠다고는 하지만 마이케의 상황은 이미 보통 사람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자유로웠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꽃님엄마 전은주씨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주도에 월세방을 구해 방학동안 가 있을 것이라고 하니까 이웃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남편은?”이었다고 해요. 이 질문은 “마누라가 밥도 안 해주고 한 달이나 집을 비운다는데, 또 재롱떠는 아이들을 못 보는건데 남편이 허락해줬냐”는 뜻이기도 하구요, 아니면 “애 아빠도 없이 혼자서 두 아이를 어떻게 돌보냐”는 뜻이기도 한 거죠. 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방학이었다고 해도, 아이들은 사실 방학 때 더 바쁘거든요. 각종 캠프를 가고 학원 뺑뺑이를 돌기 때문에 학교 다니면서 해오는 것들을 모두 중지하고 ‘한 달’의 휴식기를 갖는다는 것이 보통 부모로서는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지금은 제주 한달살이가 정말 힙한 문화처럼 유행이 되었지만 전은주씨 가족이 가던 2013년은 그런 문화는 거의 없었던 때거든요. 그런 점에서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죠.


3. 정말 그렇네요. 요즘 제주도 많이 가잖아요? 대구에서도 제주로 가는 비행편이 많이 생겨서 예전보다는 쉽게 2박 3일, 3박 4일 짧게 다녀오시는데, 한 달씩이나 있을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좀 들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제주도에서 가볼 만한 곳은 다 가봤다고 생각했거든요. 제주에 가면 누구나 가는 곳들이 있잖아요? 천지연, 천제연 폭포, 용두암, 만장굴,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여미지식물원 같은 유명 관광지들 말이죠. 식당도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꼭 가봐야 하는 식당은 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만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달 살이도 길다고는 물론 할 수는 없겠지만 한 달 정도는 살겠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가볼 수 없는 곳들을 이 책은 여러 장소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꽃님이네도 처음에는 잘 알려진 장소 위주로 방문을 합니다. 한림공원이나, 김녕미로공원 같은 곳들이죠. 그런데 한 달 살이의 종반으로 갈수록 단기 관광객들이 잘 가지 않는 곳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제주 기적의 도서관, 아부오름, 휴애리 자연생활농원 같은 곳들은 아마 가보지 못한 분들이 더 많으실 겁니다. 사실 제주도가 굉장히 넓습니다. 서쪽 애월에서 동쪽 성산까지 가려면 차로 2시간은 가야 하거든요. 2박 3일 여행으로 제주도를 다 봤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죠.


4. 제주에서 한 달 살이가 제주도를 ‘재발견’하도록 해준 거네요.


 책과는 조금 먼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최근 제주는 국제자유도시가 되겠다고 기치를 세우고 나서부터 부동산 광풍에 외국의 개발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난개발이 우려가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주도민들도 그런 문제를 대체로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데요, 많은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말 문제는 사람들이 ‘제주’를 잘 모른다는 것에 있습니다. 제주를 잘 모른다는 것이 단지 좋은 관광지가 어디인지를 모른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주의 문화, 정서, 제주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채로 관광지를 훑어보고, 맛집을 들르거나 하는 것은 지역을 훼손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거든요. 어쩌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여행 방식 자체가 대단히 소비적이고 파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 이 마을을 전혀 모르는 관광객이 해마다 1000만명 이상이 오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제가 이런 이야기를 길게 드린 이유는 이 책이 좀 다른 방식의 여행을 제안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관광지를 훑어보는 여행, 여행지에 대한 이해 없는 여행이 아니라 이 책은 “느린 여행”이 뭔지를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5. “느린 여행”, 느낌이 좋은 말인데요, “슬로우푸드”처럼 여행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네, 그런 여행을 디투어링이라고도 하는데요, 말 그래도 진짜 여행은 목적지까지 바로 가는 것이라기 보다 좀 우회로를 거치는 여행이거든요.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참 충실합니다. 책의 후반부에는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특히 어린이들과 함께 읽을만한 도서 목록을 제시해줍니다. 설문대할망을 모르면 제주 문화에 대해서 무지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설문대할망과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를 담은 책, 또 일을 나간 해녀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 또 저희가 잘 알지 못하는 제주의 역사, 특히 4.3 항쟁에 대해 소개해주는 이야기 책 등 여러 권을 소개해 줍니다. 제주를 더 사랑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제주를 더 이해하려는 노력도 필요한거죠. 특히 전은주씨는 두 아이를 데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제주에 있는 도서관으로 가서 이런 책들을 읽었다고 해요. 제주에는 아름다운 도서관이 참 많은데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바람도서관’이라는 곳이 참 좋았습니다. 바람도서관은 카이스트와 서울대를 나온 젊은 부부가 지리산에서 꿀을 치면서 살다가 제주로 와서 펜션을 운영하면서 거실을 이렇게 도서관으로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고 해요. 꽃님이와 꽃봉이가 여기서 책을 읽고 뛰어놀고 낮잠도 자는 것을 보니 저도 제 아이와 함께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6. 비가 오는 날이면 도서관에 가고, 햇살 좋은 날이면 바닷가로 나가고, 정말 슬로우여행이네요. 


 슬로우여행으로 꽃님이네는 ‘제주’도 재발견을 했지만, 무엇보다 전은주씨는 ‘가족’을 재발견합니다. 아이들과 밀착해서 한 달을 아름다운 제주에서 보내니까 이전에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거죠. 한 달 동안 부비고 다니다 보니 남매는 서로를 더 의지하게 된 것은 물론입니다. 또 전은주씨 역시 제주에서 밥그릇 네 개, 식판 두 개, 냄비 하나로 살아보니 그동안 외출할 때마다 입을 옷이 없다며 불평했던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주도에서는 늘 입던 옷도, 똑같은 반찬으로 지내도 괜찮았던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보니, “애초에 삶이 지루하지 않으니 옷이나 메뉴따위로 변화를 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루한 삶을 소비로 바꾸려 했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 책은 언뜻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한 달을 살아본 사람의 여행기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닌 책입니다. 엄마와 아이가 여행을 통해서 성장한 기록을 담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주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준다는 점에서 여행기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양육하는 하나의 방법을 알려주는 육아서적이기도 하고, 엄마가 된 여성의 성장 에세이이기도 한 여러 얼굴이 있는 책입니다.


7. 제주에서 한 달을 지내는 것이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기는 한데, 이런 질문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선 비용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월세를 얻고, 항공권을 사는 것으로도 비용이 많이 들텐데요, 전은주씨는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았다고 해요. 일단 꽃님이네가 가장 많이 간 곳이 바닷가와 도서관인데요, 아시다시피 바닷가와 도서관은 입장료가 없지요. 아침은 해 먹고, 점심은 도시락, 저녁은 외식과 해먹기를반반으로 하니까 생활비도 많이 들지 않았다고 해요. 평소 쓰던 한 달 생활비를 바탕으로, 아이들 학원비가 안들어가니까 서울에서 살 때와 큰 차이가 없었던 거죠. 그리고 제주에서 한 달을 지내려면 차가 필요한데요, 렌트 비용이 크기 때문에 꽃님이네는 배에 차를 실어 갔다고 합니다. 오히려 그 편이 더 저렴했다고 해요. 이 책을 읽으면 정말 아이를 데리고 제주도 가고 싶어 온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꽃님이와 꽃봉이는 밤이면 엄마와 그림 그리기, 만들기를 해서 작품을 벽에 붙여두고, 동화책을 읽고, 비오면 수학 문제도 풀고, 날씨 좋으면 올레길도 가고, 바다도 갑니다. 그리고 금새 다른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밤이면 깊은 잠에 빠집니다. 학원 다닌다고 지쳐 있는 아이의 모습 대신에, 또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모습 대신에 내 아이에게 한 달이라도 그런 시간을 오롯이 주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 안할 수가 없어요. 저도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이기지 못해 2014년 가을에 아이를 데리고 제주 한 달 살이를 떠났습니다. 그 때 이 책이 정말 도움이 되었어요.

 간단히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이 책의 내용처럼 정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지 않았고, 저희가 묵은 민박집에 함께 한달 살이 온 가족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제 아이는 남자아이인데, 동갑내기 여자아이가 바로 옆 방에 묵고 있어 함께 여행을 했어요. 지금까지도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구요. 저희는 제주가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8. 아, 이번 여름방학에 더 많은 분들이 제주 한달 살이에 도전해보시면 어떨까 하네요. 정리해주시죠.

 아까 디투어링에 대해서, 슬로우 여행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는데요, 요즘 청년들이 많이 하는 여행 중에 ‘내일로’라고 56500원을 내면 5일 간 열차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저는 그 여행이 참 근사한 슬로우 여행이라고 생각했는데요, 거기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곳을 가보고, 길도 잃어버려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내일로’ 여행 족보가 돌아다닙니다. 어딜 가서 자야하는지, 뭘 보고, 뭘 먹어야 하는지 매뉴얼에 따라 청년들이 다니는 거에요. 이런 여행은 새로운 곳을 경험한다는 여행의 취지와는 맞지 않습니다. 여행이기보다는 쇼핑에 가깝죠. 

 오늘 소개해드리는 <아이들과 제주에서 한 달 살기>에도 숙소로 고려할 만한 곳, 꽃님이네가 다닌 맛집과 카페, 좋았던 장소들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분이라면 부디 이 책을 족보로 생각하고 이 책을 따라하지 마시고 정말 발길 닿는대로, 마음에 드는 곳에서 서고, 조용한 식당에 들어가보고, 낯선 제주를 경험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은주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익히되 잊으라”. 계획은 세우고 움직이더라도 아이들과 여행을 할 때는 엄마 계획을 잊으라고 권합니다. 바닷가에 오면 물에 들어가야 한다는 건 엄마 생각이고, 아이들은 그냥 모래만 팔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여행의 묘미이고 즐거움이라는 겁니다. 이 책을 제주 여행 족보가 아니라 ‘슬로우 여행 지침서’로 읽으신다면 ‘제주’와 ‘가족’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실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