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미술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신화 뒤집기, 개정판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박이소 옮김 / 현실문화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매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1.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이번 주에 소개해드릴 책은 출판사 현실문화에서 만들고, 매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가 쓴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는 책입니다. 저는 서양미술사에 관심은 있지만 아직 이해가 부족한 분들이 미술에 관련된 책을 소개해달라고 하면 먼저 이 책을 소개해드립니다. 왜냐하면요, 서양미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도 이 책 한 권을 읽고 나면 서양미술에 대해서 아는 척하기 정말 좋거든요. 물론 단지 ‘아는 척’ 하는 수준을 넘어서 서양미술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주는 좋은 책이라 오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2. 보통 서양미술사 관련 서적은 너무 두껍잖아요.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 서양미술사를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고대부터 시작해서 현대에 이르는 긴 내용을 보면 읽다가 질려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네, 저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요, 사실 서양미술사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접근하는 분이시라면 유명한 책이죠,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라는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사실 곰브리치 책은 고전에 해당하는 책이고, 많은 분들이 갖고 계신 책이지만 정작 읽은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책이 너무 두껍거든요. 모두가 읽은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읽은 사람이 몇 없는 책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책입니다. 제가 얼마 전 미술사학을 공부하고 오신 선생님과 말씀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 분께서도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로 미술사를 공부하셨다고 하더라구요. 곰브리치는 사실 고등학생들에게 서양미술의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 밝히고 있을 만큼 쉬운 필치로 이 책을 썼지만 거장이 들려주는 미술 이야기는 미술사에 대한 가장 균형잡힌 서술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오늘 제가 소개해드린 책인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를 보면 곰브리치 뿐 아니라 보통의 서양미술사에서 다루는 많은 작품에 대해서 ‘미술이 아니었다’라고 합니다. 심지어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1503년 경에 그린 <모나리자>도 미술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3.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미술이 아니었다구요? 뭔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요, 왜 <모나리자>가 미술이 아니었다고 하는 거죠?


 <모나리자> 뿐만이 아닙니다.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로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라는 작품도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아담과 신이 서로 팔을 벌려 손가락을 내밀고 있는 위대한 작품 중 하나인데요, 이 책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에서는 이 작품도 미술이 아니었다고 해요. 아마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가보신 분은 2층 회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서 있는 머리가 잘려나간 여신을 조각한 석상을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사모트라키의 니케 상>이라는 미술사에서 빠지지 않는 위대한 걸작 중에 하나인데, 심지어 이 작품도 미술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4. 도대체 왜 그 모든 작품들이 미술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거죠? 


네, 아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분들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실 것 같은데요, 이 책을 처음 펼치면 나오는 내용이 바로 이겁니다. 작품 하나를 보여주고 ‘이것은 미술이 아니었다’, 또 다른 작품 하나를 보여주고 ‘이것은 미술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30페이지가 지나갑니다. 저도 읽고 무척 당혹스러웠는데요, 왜 우리가 모두 미술이라고 알고 있는 작품들에 대해서 ‘미술이 아니었다’고 단언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는데요, 이 책의 저자인 매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에 따르면 ‘미술’은 근대, 그러니까 지난 200년 간의 발명품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모나리자>, <아담의 창조>는 모두 200년도 훨씬 전에, 근대가 시작되기 전에 만들어진 그림들인데요, 근대 이전의 사람들이 만든 이렇게 훌륭하고 뛰어난 그림과 물품, 건물들이 근대가 시작되면서 ‘차용’되어 미술로 변형된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아는 미술은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닙니다. 20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거지요. 


5. 아, 그러면 ‘미술’이라는 것이 발견된 것이 200년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그 이전에 그려진 작품은 원래는 미술이 아니었다는 말인 거지요? 그런데 저는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는데요, 그림을 그리고, 조각하고, 건축하는 모든 것이 ‘미술’이고, 그런 거라면 기원전부터 이뤄져왔는데요, 왜 미술이 200년 전에 나타난 발명품이라고 말하는건가요?


네, 정확한 지적이신데요, 이 책에서는 미술을 단지 그리고, 조각하고, 건축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책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에서 말하는 미술은 “미술관에 전시되고, 박물관에 보존되며, 수집가들이 구매하고, 대중매체 내에서 복제되는 그 무엇”을 말합니다. 그래서 미술가가 미술작품을 창조한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소용이나 가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미술작품들은 미술의 여러 제도들, 그러니까 말씀드린 대로 갤러리나 미술사, 미술출판,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순환하면서 현대 세계의 다른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더 깊은 의미와 중요성을 획득하게 되는 거죠. 한 마디로 말해서 어떤 작품을 미술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전시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아시다시피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는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니까 미술관에 걸려 있던 것이 아닙니다. 그 당시에는 미술관이 없었기 때문인데요, 사실 최초의 공공박물관은 베를린에서 1822년에 만들어진 알테스 박물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정말 200년 밖에 되지 않았죠? <모나리자>도 마찬가지인데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죽을 때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하구요, 루브르 박물관이 생기고 나서 전시되기 시작했으니까 애초부터 미술관에서 전시되거나 보존된 것이 아니니 원래는 미술이었다고 할 수 없는 거지요.


6. 미술관에 전시되거나 복제되는 것을 미술이라고 한다는 책의 메시지는 이해가 되는데요, 그래도 뭔가 좀 찜찜한데요. 보통 자신이 직접 그리거나 조각한 작품이라면 미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네, 그런 찜찜함을 충분히 이해하는데요, 문제는 자신이 직접 그리거나 조각한 작품 모두를 미술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자신이 직접 그린 것이 아니라면 미술이 아니게 되는 거지요? 자신이 직접 그리거나 조각한 것이 아닌데도 우리 모두가 미술 작품으로 알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요, 바로 마르셀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모르는 분들은 아마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면 바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을텐데요, 이 작품은 1913년에 뒤샹이 만든 작품인데, 이게 뒤샹이 만들었다고 말하기는 좀 애매한 구석이 많아요. 왜냐하면 뒤샹이 <샘>이라고 이름 붙인 이건 그냥 시중에 파는 남성용 소변기거든요. 뒤샹이 한 일이라고는 뉴욕의 어느 화장실 용품 매장에서 남성용 변기를 사서 거기다 서명을 하고, 작품을 출품한 것 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뒤샹이 직접 만든 작품이 아니죠.

 심지어 뒤샹이 했다고 하는 서명도 자기 서명이 아니에요. 이 작품에서 서명을 자세히 보면 '뒤샹‘이라고 되어 있지 않고 ’머트‘라고 되어 있습니다. 머트는 변기회사 이름이었습니다. 심지어 지금 미술관에 전시된 <샘>은 뒤샹이 1913년에 출품했던 그 변기가 아닙니다. 뒤샹이 전시회를 마친 후 바로 폐기해버렸는데, 그걸 1960년대에 다시 사진을 보고 복제해서 지금 전시되고 있는 거죠. 그러면 뒤샹이 직접 만든 것이라고 보기 힘든 이 작품 <샘>은 미술일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7. 그렇게 보면 단지 직접 그리고 만든 모든 것을 미술이라고 말할 수는 없게 되는 거겠네요. 뒤샹이 그러면 미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변기에다가 <샘>이라는 제목을 붙인 걸까요? 뒤샹 정말 그렇게까지 생각했을까요?


뒤샹은 분명히 의도를 가지고 그렇게 했습니다. <샘>이라는 작품으로 뒤샹은 현재의 우리 것이 아닌 다른 문화와 시대의 사물들을 미술로 취급하고 이해하려는 것을 꼬집었다고 할 수 있어요. 뒤샤이 화장실의 변기를 미술 전시회의 좌대 위에 올려두고 ‘샘’이라고 이름을 붙여서 변기를 미술로 바꾼 것은, 미술사가들이 기원전 190년 경에 만들어진 <사모트라케의 니케상>을 좌대에 올려두고 미술관에 전시해서 ‘미술’이라는 세례명을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거죠. 뒤샹은 아프리카 제사용품에 대해서 ‘원시미술’로 부르는 미술계 문화에 대해서 이런 말까지 한 적이 있습니다. “종교적 물건들에 ‘미술’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우리들이며, 사실 그러한 단어는 원시인들에게 존재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다만 우리 자신의 만족을 위해 이 개념을 창조했으며, 사실상 우리 자신만의 용도를 위해 이를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8. 미술사에 다뤄지는 대부분의 작품들이 원래는 미술이 아니었다는 생각은 그동안 별로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이 책의 생각이 아주 새로운 것 같아 보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에서도 많이 경험하는 것인데요, 아주 영리한 학생이 있다고 해도 그 학생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학교에서는 영리하다는 말을 못 듣습니다. 영리하더라도 영리한 게 아닌거죠. 우리나라 많은 대학에서 박사 학위가 없으면 교수로 임용하지 않는데요, 음악이나 미술을 전공하신 분들 중에서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학위는 없는 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그런 분들도 학위라는 제도에서 벗어나 있으면 대학 사회는 그 분들의 실력이 있더라도 교수로 임용하지 못하게 되는 거에요. 분명히 불합리한 면이 있지만, 미술이라는 것 역시 이런 제도와 무관한 게 아닙니다. 

 사실 오늘은 미술관과 미술에 대해서 주로 말씀을 드리게 되었지만 어떤 작품을 미술로 규정하는 것에는 다른 요소도 많이 있습니다. 서양미술사에서 사실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거의 소개되지 않습니다. 주로 여성들은 그림에 벗은 몸으로 나오는 등장인물이 될 뿐 그림을 그리는 주체로 묘사되는 경우는 잘 없거든요. 무엇이 미술인지를 규정하는 것에 가부장적 가치관이 개입되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이 책은 서양미술사가 말해주지 않는 서양미술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 그 어떤 책보다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책입니다. 왜 미술사에는 여성이 없는지, 예술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미술창작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풍부한 그림과 함께 쉽고 재밌게 알려주는 책이에요.


10. 끝으로, 이 책 소개해주시는 이유 말씀해주시죠.


최근에 조영남씨의 작품들이 대작이다 아니다를 두고 논란이 되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저는 대작인지 아닌지 말할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저는 이번 논란이 우리에게 “무엇이 미술인가”를 두고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분들은 현대미술에서는 마치 뒤샹처럼 직접 그리거나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대작이 나쁜 것만도 아니라고 하시지만, 또 많은 분들은 조영남씨의 작품처럼 회화 작품이라면 작가의 개성이 직접 그리는 중에 나타나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작은 사기였다고 합니다. 어느 쪽으로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 전에, 조영남씨의 그림을 구매한 분들이 아니라면, 좀 거리를 두고 이런 주제의 문제를 생각하는 일이 아주 재밌는 일입니다. 과연 조영남씨의 작품이 대작일까? 미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대작이라도 미술이 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회화에서는 왜 대작이 어려울까? 


이런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주변의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는 것이 많은 미술지식을 배우는 것만큼이나 가치 있는 일일 겁니다. 저는 이 책이 이런 문제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여러분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의 제목대로 조영남씨의 작품을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을 통해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보시는 한 주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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