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 - 우리가 꿈꾸던 마을이 펼쳐지고 있다, 2015년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박재동 글.그림 김이준수 글, 서울시 마을공동체 담당관 기획 / 샨티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덧붙임. 

 책 소개 방송을 한지 6개월이 흘렀다. 꽤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다음 주에 소개할 책을 정하고, 쫓기듯이 읽고, 대본을 준비하고, 방송국에 가서 방송을 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이 모든 과정을 익숙하지 않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책을 소개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지금껏 내가 해온 책 소개는 줄거리 정리에 가깝다. 부끄럽다. 나는 생방송에 나가서 책을 소개하지만 사회자와 내가 나누는 대화는 내가 사전에 준비한 대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책에 대한 나의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전할 기회는 거의 없다. 대본을 준비하면서 말로 할 것을 글로 쓰게 되니 생생한 감상은 떨어져 나가 버린다. 13분 내에 책을 소개하는 것 자체가 인상 비평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니까 인터넷 서점이나 영화 리뷰에 해당되는 100자 평을 라디오판으로 하는 셈이지 않을까. 그러니까 우선 형식상 어떻게 해야 잘하는 소개인지 잘 판단이 안선다. 

 다른 어려움도 있는데, 책 소개라는 것을 왜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단 누가 이 방송을 듣는가 하는 문제도 있지만 듣는다고 하더라도 이 방송을 듣는 청취자가 내가 소개하는 책에 흥미를 가져 읽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물론 내가 소개하는 책을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사실 나 조차도 누가 소개한 책을 잘 읽지 않는다. 내가 읽고 싶은 책도 많은데 남이 소개한 책까지 어떻게 읽나. 그러면 책 소개 방송에서 내가 책을 소개하는 이유는 뭘까? 이런 책이 있다는 정도를 알려주려고? 아니면 책을 빌미로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시간을 적당히 채우기 위해서? 혹시 그 모든 것이 아닐까 싶다가도 그렇게 생각하면 좀 우울해진다. 이 코너의 이유는 못찾겠지만 내가 이 방송에 나가는 이유는 있긴 하다. 이렇게라도 한 주에 한 권을 이 방송이 아니었다면 보지 않았을 의외의 책을 읽고 만나는 작은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즐겨들었던 책방송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과 이동진의 <빨간 책방>이었다. 김영하는 팟캐스트의 특성을 이용해 시간 제약 없이 아예 책을 읽어주는 방송을 했는데, 귀로 듣는 책이라는 점에서, 믿을 만한 소설가가 선택한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존재 이유가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나는 이 방송이 오랫동안 업로드되고 있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빨책>은 믿을만한 평론가이자 독서가인 이동진과 좋은 작가인 김중혁이 책을 중심에 두고 나누는 대화만으로 충분히 가치있는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독서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독해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는데, 자칫 묻힐뻔한 좋은 책을 건져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존재이유가 충분해 보인다. 책을 소개한다는 것을 어떤 사람을 다른 누군가에게 소개시켜준다는 관점에서 보면 김영하는 주선자가 나가지 않고 소개 받을 사람만 약속장소에서 만나게 하는 방식이라면, 이동진은 주선자가 소개팅 장소에 상대가 나오기 1시간 전에 나가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일장연설을 하고 있는 방식이다. 어느 방식이라도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내가 하는 방송은, 내가 믿을만한 작가도 아니고, 섬세한 독해를 해주는 것도 아니고, 책에 대한 선정 기준도 모호하고, 책을 그대로 읽어주는 것도 아니라 이 방송이 왜 필요한지 이유를 잘 찾지 못하겠다. 그러니까 성혼 가능성이 매우 낮은 초보 결혼정보회사랄까. 심지어 돈도 되지 않으면서 말이다. 서동욱 선생이 하는 말로 위안을 먼저 삼겠다. 


"시작(詩作)이란, 홀로 훈련하는 운동선수가 오직 스스로에게 몰두하는듯하지만 기실 자신의 의식과 상관없이 공동체를 향해 열려 있듯이 그렇게 이루어진다. 수백 개 째 혼자 공을 던지는 투수의 훈련에서 오로지 의식되는 것은 자신의 구질이지만, 다른 한편 그의 공을 쳐낼 자를 의식의 바깥에서 필연적인 근거로 삼으며, 패스를 연습하는 축구 선수는 공의 향방만을 의식하지만 그야말로 자신의 패스를 받을 자를 필연적인 근거로 삼는다. 우리가 공동체를 인식하기 이전에, 우리의 실존은 공동체를 향해 이미 개방되어 있으며, 이 개방성은 타자를 향한 영원한 운동으로 표현될 것이다. 우리는 고독할 새가 없다기보다도 고독을 통해서조차 공동체를 향해 나간다. 따라서 표면에 나타난 형태가 나이건 너이건 어떤 것이건 간에 시를 주관하는 근본적인 화자는 '우리'이다." (<곡면의 힘>, 123~124쪽))


나는 시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수백 개 째 혼자 공을 던지는 투수처럼 책을 소개하는 내 목소리를 전파에 실어 보낸다. 공동체, 내게는 이 라디오를 듣는 지역의 청취자들을 희미하게 의식하면서. 물론 시와 같이 이런 책 소개가 우리의 언어를 교란하며 세계를 고양시키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 성찰이 아니라 책의 소중한 성찰의 빛이 조금 더 구석구석까지 미치도록.


이번에 소개한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은 지난 플레이어스 포럼에서 만난 김이준수님께 선물받았고, 김이준수님이 쓰신 책이다. 어린이날에 마을을 선물하자는 취지로 대본을 썼다. 저 이에게 소개할 여기 이 멋진 이를 주선자의 눌변과 우둔함으로 가려지지 않기를, 이 책이  담고 있는 소중한 성찰이 내가 살고 있는 대구도 비추길 빌 뿐이다.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


1.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네,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출판사 샨티에서 만들고, 김이준수가 쓰고 박제동이 그린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이라는 책입니다. 박제동 선생님은 만화를 그리시는 분이시죠? 이 책의 삽화를 그려주셨구요, 김이준수 선생님은 늘 본인을 ‘커피 노동자’라고 하시는데, 과거에는 신문사에서 기자로 계시다가 지금은 자유롭게 글을 쓰시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책의 대부분의 글은 김이준수 선생님이 쓴 글입니다. 이 책에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곳으로 만든 20가지 사례가 소개되고 있는데요, 저는 이 책을 읽는동안 부끄럽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습니다.


2.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이라는 제목만 들었을 때는 권영민씨가 부끄러움을 느끼실 이유가 무엇이었을지는 잘 짐작이 되지 않는데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네, 이 책을 읽어보면 사람들이 이웃을 만들며 정말 재미있게 살고 있는 모습이 나옵니다. 저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만 해도 5년 째 살고 있구요, 대학 가기 전까지 10대 전부를 대구에서 살았는데도 주변 이웃들의 이름도 모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살고 있는 동네를 잘 모르고 살아왔다는 사실, 이웃이 없다는 점이 부끄럽게 느껴진거죠. 사실 그럴만도 한게 저는 아파트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웃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는데요, 이 책에 소개된 파크리오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파트에서도 이웃 만들기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3. 우리나라 주거 유형의 60%가 아파트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아파트에서 살면서 이웃을 만든다는 것이 잘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시죠? 저도 처음에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일텐데요,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런 상상이 꼭 허황되거나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금방 파크리오맘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요, 파크리오맘은 ‘파크리오’는 서울 잠실에 있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임유화씨의 별명입니다. 임유화씨는 분당에서 2006년에 첫 아이를 낳았는데요, 주위에 친구가 없어서 굉장히 우울했다고 해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까 예전 친구들과 만나기도 어려워지게 되죠. 저 역시도 아이를 낳은 후부터 관계면에서 고립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데 임유화씨는 파크리오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이 아파트 단지에 사는 기혼 여성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고 해요. 매일 두 시간 이상 관리하면서 회원을 모았고, 2009년 봄에 ‘새봄 초록 파티’라는 파크리오맘 1회 정기 모임까지 개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회원수가 많아지니까 지금 이 카페에서는 30-40개의 동호회가 자발적으로 움직이구요, 4월, 9월에는 오프라인 벼룩시장을 여는데 처음에는 공간을 찾기도 힘들었지만 10회 이상을 하게 되면서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파크리오 단지의 행사로 받아들이고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해요. 심지어 파크리오맘 카페에서는 ‘기부 릴레이 드림’이라는 것을 한다고 하는데요, 한 회원이 자신이 쓰던 식탁을 버리려고 하는데 혹시 필요한 분이 있느냐고 글을 올리고 다른 회원이 혹시 받아가면 파크리오맘의 기부통장에 두 사람 이름으로 1000원이 기부금으로 적립된다고 해요. 그리고 식탁을 받은 회원은 한 달 안에 다른 누군가에게 자기 물건 중 무엇이든 기부를 해야 하는데요, 이렇게 기부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거죠. 나눔 음악회를 하고 엄마들이 재능기부를 해서 연간 무려 4000만원 정도나 되는 큰 금액을 국내외 아이들에게 기부까지 한다고 해요. 


4. 파크리오맘이라는 한 사람의 상상이 놀라운 일을 만들어 낸거군요.


제 아이가 두 살 때인데요, 그 날 제가 아이를 보고 있는 중에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제가 중요한 약속을 잊고 있었던 겁니다. 전화를 받고 놀라 15분만 기다려 달라, 금방 가겠다고 하고선 제 어머니와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니 아무도 대신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거에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당황해서 결국 유모차를 밀고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아이가 자꾸 우는 통에 미팅은 사실 엉망이 되었는데요, 그날 누군가가 아이를 봐줄 이웃이 한 사람이 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파크리오 아파트에서는 그게 정말 가능하다는 것을 보고 또 놀랐습니다. 임유화씨가 깊은 잠에 들어 아이가 초인종을 눌러도 듣지 못하고 전화도 꺼져 있었는데, 아이가 울면서 놀이터에 가자 놀이터에 있던 다른 엄마들이 아이를 달래며 함께 있어주고 저녁밥까지 먹여주며 돌봐주고 있었다고 해요. 어제가 어린이날이었는데요, 아이들이 가장 자라기 좋은 세상은 이런 이웃들이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 선생님은 아이를 정말 키우고 싶다면 답은 하나 뿐이라고 합니다. “부모 외에 신뢰하는 어른들이 있고, 아이가 원할 때 쉽게 들락거릴 수 있는 놀이터와 도서관과 단골가게가 있는 환경에서 키우면 된다”는 거지요. 즉 아이를 낳고 키우고 사랑하며 늙어갈 수 있는 ‘마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어린이날이라서 아이들에게 이런 저런 선물을 사주게 되는데요, 어쩌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마을’이 아닐까 해요. 


5. 저도 그렇지만 많은 부모님들이 어린이날이라고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서 장난감 선물을 하게 되는데요, 부모 외에 신뢰하는 어른들이 있는 마을을 선물한다니 대단한 거 같아요. 그런 마을을 파크리오맘은 자녀에게 선물한 셈이네요.     


이 책에서 김이준수 선생님은 우리가 마을에서 ‘놀고, 먹고, 모이고, 협동하고, 말하고, 예술하고, 교육하고, 일한다’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서울에 ‘삼각산재미난마을’이라는 곳 혹시 아세요? 얼마나 재미있으면 마을 이름이 ‘재미난’ 마을일까요? 재미난 마을이 생기게 된 것은 아이들을 사람답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 어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부모들 몇 사람이 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고 해요. IMF가 닥치니 실직이 늘어나고, 맞벌이 부부가 급증하면서 육아 문제가 지금처럼 사회 문제로 부각될 때 몇 사람들이 모여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만들어 어린이집을 만들었다고 해요. 이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들어갈 때가 되니까 이 아이 부모들이 초등 교육도 고민하기 시작하게 된 겁니다. 아이들이 저마다 지닌 재능과 상관 없이 성적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평가받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도록 내몰고 싶지 않아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배운 것을 머리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자연스레 녹아들게 하는 학교를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져 삼각산재미난학교를 만들게 되었다고 해요. 이게 삼각산재미난마을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 획일적인 교육에 대해서 고민하는 부모들이 직접 학교까지 만든다.. 정말 상상하기 힘든 이야기인데요, 지금도 그런 교육이 정말 가능한지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러시죠? 재미난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국어 영어 수학도 가르치지만 그보다 더 재밌는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요. 텃밭 가꾸기, 재래시장 마실, 골목 사진찍기 등을 하는거죠. 자기 소변을 썩혀서 거름으로 텃밭에 쓰고,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들을 생각하며 아이들은 날씨에 민감해질 겁니다. 학교에서는 이론으로만 배우는 대자연의 순환을 재미난 학교의 아이들은 직접 경험하는 거죠. 재미난학교에서 아이들은 교사에게 높임말도 하지 않는다고 해요. 학생은 반말로 자기 의견을 교사에게 말하는데요 수평적인 관계일 때 교육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겠죠. 


7. 아이들이 정말 마을에서 배우고, 자라고 있는 거네요. 그런데 ‘마을’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뭐부터 해야 할지를 잘 모르겠어요. 마을은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맞습니다. 저도 몇 해 전부터 아이들 놀이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요, 사실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인데도 놀이터가 하나 밖에 없고, 눈비가 오거나 너무 춥거나 더우면 아이들이 놀 공간이 돈을 내고 가는 키즈카페가 아니면 별로 없다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놀이 문제가 정말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동성로에 한번 가보세요. 놀이터가 없습니다. 놀이터가 없다는 것은 아이들 데리고 올 생각하지 마라는 겁니다. 요즘은 마트에도 놀이터가 있는데, 대구 시내에 아이들이 놀 공간이 없다는 것이 안타까워 놀이터를 만들겠다고 저도 이리 저리 뛰어다녔는데 이게 정말 쉬운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저는 이 책을 보면 제가 놀이터 만들기를 하기 힘들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요, 먼저 마을에서 함께 아이를 키우는 아빠와 만나고 대화 나누고 집에 초대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나온 정말 살기 좋은 마을들은 원래부터 있었던 곳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웃이 없어서, 외로워서, 집이 너무 비싸서, 아이들 교육하기가 좋지 않아서 불편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자기 집과 가게로 불러 모으고 이야기 나누고 대화하면서 학교와 도서관이 세워지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밥을 지어먹는 마을 부엌이 생기고, 마을 신문과 방송이 생기고, 놀이터가 만들어지더라구요. 좋은 마을은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좋은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한 사람의 꿈이 있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서 협력할 때 우리 아이들이 마음 편하게 자랄 수 있는 강한 마을이 자랄 수 있는거죠. 좋은 마을은 부동산 가치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가치 있고, 서로가 서로를 잘 알면 범죄의 가능성도 훨씬 줄게 됩니다.


8. 이웃이 있는 좋은 마을은 아이들과 어른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한편으로는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번거로운 일이 많아질 것 같다는 걱정도 생기는 것이 사실입니다.


네, 저도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는데요, 여기에 나오는 모든 분들은 “불편보다는 좋은 점이 훨씬 많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서울에서 한 개인이 일평생 일을 해도 집을 살 수 있는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이 책에 나오는 은실이네는 여성 5명이 모여 사는데요, 한 사람 당 방 하나씩을 쓰면서 주방 거실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해요. 서울에서 주거비용을 원룸에서 지내도 최소 65만원이 드는데, 은실이네 하우스에서는 일인당 30만원으로 임대료, 생활비가 다 해결되는 거지요. 물론 그런 경제적 이점 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이 내 아이 이름을 아는 마을은 보안을 이유로 문 걸어 잠그기에 바쁜 아파트, 저택보다 훨씬 더 이점이 많겠죠.


9. 말씀을 들으며 책의 제목처럼 <마을을 상상하는 20가지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은데요, 끝으로 정리해주시죠.


 어제가 어린이날, 곧 있으면 어버이날인데요, 어린이와 노인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곳이 바로 ‘마을’입니다. 마을이 있으면 내 아이를 여러 사람이 돌보기 때문에 안전하고, 친구가 있기 때문에 노인분들도 외롭지 않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마을들에서는 시장이 열리고 축제가 생기고 아이들이 다시 골목을 뛰어 다니고, 한 동네에 사는 아저씨와 못 보던 아저씨를 아이들이 구분하고, 서로가 서로의 별명을 부릅니다. 주택을 재산으로 생각하면 돈은 벌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함께 사는’ 기쁨은 알려줄 수 없고, 우리 부모님들이 노년을 외롭게 보내게 만드는 것일 수 있죠. 서울 통계지만 서울 시만은 2년 이내에 35퍼센트, 5년 이내에 65퍼센트가 이사를 합니다. 교육, 일자리, 경제 문제 등으로요. 이렇게 이사 다니는 사회에서 이웃이 형성될리 없는데 대구도 사정이 비슷할 겁니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이사를 많이 다니게 되거든요. 진짜 선물은 마을이라는 것을 이 책은 우리에게 알려줍니다.

이 책은 서울시에서 기획한 책인데요, 대구시에서도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가 마련되어 마을 공동체 만들기를 지원해주고 교육도 한다고 합니다. 주변을 보면 정작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마을을 만드는 일에 관심도 없으면서 지원금을 따내서 다른 곳에 쓰는 경우가 많은데요, 부디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은 많은 분들의 관심으로 대구가 정말 살기 좋은 도시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을 보시며 마을을 꿈꾸는 분들이 더 많아지졌으면 좋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