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개정3판
박상훈 지음 / 후마니타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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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발견

- 정치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학 강의


1.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네, 지난 수요일이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지요? 그래서 가져온 책인데요, 출판사 후마니타스에서 만들고, 박상훈 선생이 쓴 <정치의 발견>이라는 책입니다. 박상훈 선생은요, 이 책을 발간한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하구요, 동시에 정치학 박사이기도 합니다. 


2. 그러니까 출판사 대표께서 쓰신 정치에 관한 책인 셈이네요. 


 그렇습니다. 서울 합정에 가면 이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후마니타스 책다방이 있는데요, 분위기가 좋은 곳이라 저도 서울에 가면 가끔 들립니다. 그 때마다 한 쪽 책상에서 열심히 책을 읽으시고 자판을 두드리는 분이 계신데 그 분이 바로 박상훈 선생님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정치의 발견>이라는 책은 우리에게 정치라는 것이 왜 필요한지, 정치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어떻게 정치적인 실천을 할 수 있는지를 다루는 책입니다. 


3. 그런데, 대개 ‘정치’나 ‘정치적’이라는 말이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 보면 “정치가가 하는 말을 믿어?”라는 대사도 자주 나오잖아요? 


 네, 우리 사회에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어하면서 국회의원을 욕하는 아주 이상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주변의 누군가가 국회의원이 되거나 정치인이 되면 겉으로는 아닌 척 하겠지만, 아마 속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부러워 할 겁니다. 그러면서도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 아침 7시부터 확성기를 틀고,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도 하고, 온 종일 사람들과 악수하러 다니는 거죠. 저희 집 앞에서도 아침 일찍부터 확성기를 틀어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아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에 재밌는 사례가 나오는데요, 18대 국회의원에서 노회찬씨는 낙선을 했었는데 길을 지나다 우연히 한 부부를 만났다고 했요. 그런데 그 부부가 하는 말이 “자신들은 노회찬 후보가 정치인이 될까 봐 걱정해서 내심 떨어졌으면 했다”고 해요. 그래도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구요. 노회찬씨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놀랐는데, 그 부부가 무안해 할까봐 웃으며 “제가 정치인이 되어야지 아님 왜 출마했겠어요. 그럼 누굴 찍으셨어요?”라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당연히 노회찬씨를 찍었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이 부부는 노회찬씨를 신뢰하고 지지하지만 그래도 정치인이 되지 않고, 정치에 오염되지 않았으면 했다는 겁니다.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지만, 그 정치인이 정치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 부부의 심리에 ‘정치’라는 말이 가진 이중성이 다 들어있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인 박상훈 선생은 누군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기꺼이 정치를 하라”고 말한다고 해요.


4. 아, 그건 왜일까요? 정치적이라고 하면 사람을 이용하거나, 협잡을 꾸미거나 국회의사당에서 싸움을 하는 모습이 먼저 그려져서 오히려 저라면 말리게 될 것 같은데요.


 네, 저도 그럴 것 같아요. 우리나라 국회의원에게 주어진 특권이 많다는 비판이 많이 있지만, 다르게 말하면 국회의원도 4년 계약직이라고 할 수도 있거든요. 선거를 해서 재신임을 받지 않으면 일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인지, 요즘 고등학생들 중에서도 정치인을 미래직업으로 희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게다가 정치 자체가 마치 ‘반인반수의 양면성’이 있습니다. ‘선한 목적’을 위해 헌신하고자 노력하면서도 그 수단으로서 강제력이라는 ‘악마적 수단’을 회피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도, 박상훈 선생은 ‘정치’가 꼭 필요하다고 합니다. 오바마가 아직 대통령이 아니었던 시절,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하려고 할 때 사람들이 “왜 정치판처럼 더럽고 추잡한 곳에 뛰어들려고 하는가?”를 묻습니다. 거기에 대해 오바마가 답변했던 부분을 한번 읽어드릴께요.


“그런 회의적 시각을 갖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정치에는 또 다른 전통이 있다. 그것은 아주 단순하고 분명한 생각에 기초를 두고 있다. 우리는 서로 서로에 대한 관심과 이해관계를 갖추고 있고, 그 때문에 우리를 하나로 결집시키는 힘이 분열시키는 힘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이 옳다고 믿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상당한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약간만 조정해도 모든 어린이가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가도록 도와줄 수 있고 국가적으로 당면한 여러 어려운 문제들에 잘 대처할 수 있다”.


여기까지인데요, 오바마의 말을 정리하면 정치에는 나쁜 면이 있지만, ‘또 다른 전통’ 즉 사람들의 생각을 결집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가져오는 힘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박상훈 선생은 우리가 정치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정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정치를 좋게 바꾸기 위한 노력도 부정당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우리에게 정치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도록 해서 멀리하게 해서 이득을 보는 집단도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해요.


5. 이번 총선에서 대구 지역의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낮은 투표율도 이 책의 설명처럼 대구 시민분들이 정치에 대한 회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까요?


 네, 확실히 이번 선거는 그 이전보다 정치에 대해서 회의할 수밖에 없게 하는 이슈가 많았던 것 같아요. 특히 대구시민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느낄 사안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또 다른 이유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서울에서 투표율이 가장 높은 열 개 동네를 뽑으면 예외 없이 가장 부자인 동네가 순서대로 나열된다고 해요. 투표율이 낮은 동네는 그 반대구요. 그렇게 보자면 전국에서 가장 어려운 대구의 경기가 낮은 투표율의 원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 이야기들하는 것처럼 단지 대구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해서는 안되고, 정치에 무관심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하는 거죠. 먹고 살기도 바쁜데 정치에 대한 관심까지 가지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6. 게다가 정치인들의 비리나 특권을 남용하는 신문 기사를 보면 정말 정치라는 것에 회의를 느끼게 되요. 아마 청취자분들 중 다수가 그러실 겁니다.


 네, 그런데요, 물론 정치인들의 비리나 특권을 남용하는 것은 당연히 없어야 하는 건데, 재밌는 것은 이 책은 그렇다고 해서 정치인이 윤리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라는 거에요. 정치인들은 좀 다른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보통의 사람들은 “악에 대해 폭력으로 대항하지 말라”가 사랑의 윤리지만, 정치가는 “너는 악에 대해 폭력으로 저항해야 한다”가 사랑의 윤리가 된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정치가는 악을 막지 못하면 악이 만연해지는 것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인거죠. 그래서 위대한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의 말을 빌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정치가는 악에 대해 폭력으로 저항하기 위해 악마적 힘을 사용하는 운명을 가졌다” 고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정치가는 단지 윤리적이고 착하기만 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 대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어리석고 비열하다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외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거죠. 


7. 그러니까 좋은 정치란 그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식으로는 이뤄지지 않고, 악마적인 힘을 이용해서라도 악과 싸우는 태도가 있을 때만 이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네, 맞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소개해드리는 이 책 <정치의 발견>은 정치에 대한 책이면서 동시에, 좋은 정치인의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책입니다. 정치인이 되기 위해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과 이상을 다루고 있는 책인 거죠. 그 중 하나가 바로 금방 말씀드린 것처럼 온갖 비난에도 불구하고 ‘악과 맞서 싸우는 의지’이구요, 또 다른 하나는 ‘말의 힘’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말을 잘하는 분들이 많지만, 박상훈 선생은 ‘말의 힘’을 사용할 줄 아는 정치인으로 ‘오바마 대통령’을 소개합니다. 심지어 박상훈 선생은 마흔 다섯에 오바마가 서른세 살에 쓴 <아버지로부터의 꿈>을 읽었는데 오바마의 인간에 대한 이해가 너무 깊어 자기 자신이 압도당하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8. 저도 말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 말을 잘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데요, 오바마 대통령의 어떤 말이 저자를 사로잡은 걸까요?


 미국에서 9.11 테러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이 전쟁을 시작하기 위해 분위기가 고조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오바마는 어떤 반전 집회에서 연설해 줄 것을 부탁받았다고 해요. 오바마의 많은 참모들이 반대했는데 오바마가 해보겠다고 하고, 연설문을 써서 집회에 나가 연설을 했다고 합니다. 반전집회, 그러니까 전쟁을 반대하는 집회에 나가서 오바마가 처음 한 말이 뭔지 아세요? 어떤 말을 했을 것 같아요? (대답) 놀랍게도 “나는 모든 전쟁에 반대하지는 않는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나왔다” 며 연설을 시작합니다. 반전집회에서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전쟁하지 말자’고 경쟁하듯 이야기하는데, 거기에 나와서 ‘모든 전쟁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야유가 터져 나온 거죠. 그런데, 오바마가 연설을 이어가자 분위기는 급 반전이 이뤄집니다. 제가 한 부분만 읽어보겠습니다.


“나는 모든 전쟁에 반대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나왔다. 남북전쟁은 역사상 가장 잔인한 전쟁 가운데 하나였지만, 무력으로 인한 시련과 수많은 인명의 희생을 통해 이 나라를 완성했고 이 땅에서 노예제도라는 사회적 악을 철폐할 수 있었다.

나는 모든 전쟁에 반대하지 않는다. 9월 11일, 그 처참한 죽음과 폐허 그리고 그 숱한 먼지와 눈물을 목격했고, 이교도에게는 무자비해도 좋다는 미명 아래 무고한 사람들을 살육한 자들을 끝까지 추적하여 색출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지지했으며, 그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내 손에 무기를 들 것이다.

나는 모든 전쟁에 반대하지 않는다. 내가 반대하는 건 어리석은 전쟁이다. 내가 반대하는 건 경솔한 전쟁이다. 내가 반대하는 건 탁상공론에만 열중하는 이 정부의 몇몇 인사들이 인명손실이나 시민의 고통에 대해 고려도 하지 않는 정책을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오바마는 자신은 모든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하려는 이라크 전쟁은 경솔한 전쟁이기에 반대한다고 합니다. 모든 전쟁을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모든 전쟁에 반대하지만 이라크 전쟁은 반대한다’고 말하는 편이 훨씬 더 합리적인 태도처럼 보이고, 이라크 전쟁이 경솔하고 오만한 전쟁이라는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죠. 그러면서 이라크 전쟁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의견까지도 존중합니다. 9.11 테러 이후의 울분을 이해한다고, 나름대로의 명분도 있다는 것을 읽어주면서 그들을 적으로 돌려 세우지 않는 것이지요.


9. 좋은 정치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 참 많은데요, 이제 마무리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먼저 이번에 국회의원이 되신 분들도 지혜로운 말과 용기로 악과 싸워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 책은 정치는 더럽고 추잡한 면이 있더라도 그것이 우리가 사는 사회와 우리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어느 때보다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하는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는 바꿔야 할 현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청년 실업 문제, 노인 빈곤 문제, 교육 문제, 미세 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등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대구의 경우는 전국 시도 중 1인당 소득이 가장 낮아 힘든 시기를 겪고 계신 분들도 많구요. 투표 참여는 중요한 정치 참여 행위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닙니다. 우리 모두 깨어있는 정신으로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을 지지하고, 비판하고, 감시할 때 좀 더 좋은 정치인이 나오게 되고, 그러면 더 좋은 정치가 실현되고, 좋은 정치가 좋은 사회를 만듭니다.

 사실 이 책은 박상훈 선생이 어느 진보적인 정당에서 했던 강의록을 정리한 것인데요, 책에서도 나오듯이 정치적 입장과 이 책 내용은 별로 관련은 없어요. 누가 읽으셔도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정치에 대한 나름대로의 판단과 기준을 정립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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