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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들
박기범 지음, 김종숙 그림 / 낮은산 / 2014년 8월
평점 :
덧붙임.
<그 꿈들>.
이 책은 내용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두 분 작가의 삶이 놀랍다. 책에 소개된 작가 소개를 그대로 옮겨 본다. 그림을 그린 김종숙 작가, 이야기를 만든 박기범 작가에 대한 소개.
박기범.
동화 쓰는 사람. 이천삼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할 무렵, 그곳 아이들의 곁이 되고자 인간방패, 평화지킴이로 전쟁터로 들어가 그 전쟁을 함께 겪었다. 한국에 돌아온 뒤로 그곳에서 인연을 맺은 이들과 우정을 나누며 평화를 바라는 일들로 지내었으나, 내전으로 치닫는 상황에 하나둘 소식마저 멀어졌다. 세상에 대한 무력감은 글을 쓰는 일에 대한 자괴감으로 이어졌고, 이천칠년, 한옥 짓는 일을 배우는 목수학교에 들어갔다. 이천십이년, 숭례문 복원공사와 석가탑 해체보수공사 같은 곳에 잡부로 들어가 맨 밑에서 일들을 배운 뒤, 지금은 문화재보수기술자가 되어 일을 하고 있다.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글과그림」 동인...으로 『문제아』, 『미친개』 같은 동화를 썼다.
김종숙.
그림 그리는 사람.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림 그리는 것으로 진정의 끝에 닿고자 하며, 붓을 잡으면 고통스러운 대결을 놓지 못한다. 가난하고 굶주리고 눈물겨운 것, 그것을 외면하지 않고 그 극한의 칼날 위를 걸어야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는. 그러하기에 그의 작업을 지켜보는 일은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당신의 붓질 하나하나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를 알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살라 버릴 것만 같은, 몸속 식지 않는 불덩이. 그러나 그 작고 가녀린 몸으로 오징어 덕장에서는 다른 이보다 곱절의 일을 씩씩하게 해내며, 식당 설거지도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해 오고 있다. 1965년 속초에서 태어났고, 「글과그림」 동인으로 『미친개』에 그림을 그렸다.
두 분 모두 직업과 생업 사이의 거리를 지닌 분들이라는 점이 우선 감동이 된다. 인터뷰에서 박기범 작가는 세상의 조화를 깨고 싶지 않아 목수가 되었고, 문화재 복원일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http://www.aladin.co.kr/author/wauthor_interview.aspx?AuthorSearch=@63071
이렇듯 동화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냥 작가가 되는 것과는 조금 더 고단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왜냐하면 동화작가는 한편의 동화를 개연성있게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을 넘어 삶 전체가 고스란히 자신이 그려낸 동화 속 세계에 바쳐지길 요구 받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그 헌신과 열정이 이 책의 그림과 글에서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책을 보고(읽는 것이 아닌), 또 작가의 삶을 보고 나는 어떤 세계에 바쳐진 삶인가 생각하게 된다. 하느님과 돈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는데, 두 작가의 삶에 비하자면 나는 돈을 예배하며 매일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가.. 책에 나온 이야기처럼 공감도, 고통도, 애원도 숫자에는 들어있지 않다. 숫자의 편리함은 공감의 고통과 번거로움을 줄여준다. 그림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숫자란 그 얼마나 가벼운 것인지 돈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호기있게 외쳤던 10살 때의 감각이 되살아 남을 느꼈다.
그 꿈들
1.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이번 주는 특이한 책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혹시 진행자님께서는 최근에 그림책을 읽어본 적 있으세요?
2.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라면 자주 읽어주지요.
네, 저도 아직 아이가 어려서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는 편입니다만, 그래서인지 그림책이라는 것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고만 생각해왔는데요, 아마 많은 분들이 저처럼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사실 서점에는 성인들을 위한 그림책도 많이 있는데요, 오늘은 특별하게 그림책 한권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출판사 낮은산에서 만들고, 박기범이 쓰고 김종숙이 그린 <그 꿈들>이라는 책입니다.
3. 성인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하시니까, 언뜻 생각하기로는 만화책도 떠오르구요, 미술에 관한 책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떤 책인가요?
네,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그 꿈들>이라는 책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책을 제주도에 있는 그림책 갤러리 제라진이라는 곳에 방문했다가 소개 받게 되었습니다. 제라진 갤러리는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상업 갤러리는 아니구요, 그림책미술관 시민모임이라는 곳에서 운영하는 그림책 문화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제라진갤러리를 방문했을 때는 오늘 소개해드리는 책인 <그 꿈들>에 그려져 있는 김종숙 화가의 원화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잘 아시겠지만 사실 앤소니 브라운이나 로즈메리 웰스와 같은 아이들 그림책은 너무 아름다고 예술성도 뛰어나잖아요? 제라진갤러리는 그래서 이렇게 좋은 그림책에 실려있는 원화를 전시하고, 그림책을 읽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가해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책 독서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림책미술관 시민모임에서 읽는 그림책은 단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은 아니구요, 어린이들도 읽기에는 별로 무리가 없긴 하지만 내용과 그림이 그보다는 좀더 복잡한 성인들이 읽는 그림책이라 할 수 있어요. 제라진 갤러리에서는 이 밖에도 그림책 창작 워크샵도 진행하구요, 드로잉 수업도 하구요, 작가를 모시고 북콘서트도 진행하기도 합니다.
4. 그림책을 읽고 독서모임을 하는 것을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왠지 그림책이라니까 참여하는데 부담이 적을 것 같아서 좋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저도 사실 제라진 갤러리에 방문해 그림책미술관 시민모임이라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만 해도 그림책 독서모임이라는 것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요, 제라진 갤러리에 계신 분의 말씀을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괜찮은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일단 그림책이면 큰 부담이 되지 않으니까 독서회에 와서 누구라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고전이나 어려운 책을 읽는 모임도 도움이 많이 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지적으로 더 훈련 받은 사람들이 아니라면 모임에 나와서 자유롭게 생각을 나누기에는 한계가 많잖아요? 하지만 그림책은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읽는 것에는 부담이 적지만 책의 그림을 보거나 글을 읽고 느끼는 점은 사람마다 다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이제 일곱 살인 제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도 새롭게 깨닫는 점이 많은데요, 저는 아이가 그림책에 나오는 이야기와 정보를 이해했는지에 집중하는 반면 아이는 이야기보다는 그림에 훨씬 더 관심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엉망진창 흙>이라는 그림책을 읽어준 적이 있는데요, 저는 흙의 종류가 10만가지가 넘고, 가로세로 1미터 크기의 땅에 300만마리가 넘는 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게 되는 것이 더가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흙에 대해 설명해주는 두더지 옆에 조그맣게 그려진 개구리를 찾느라고 책을 읽어줘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거죠. 하지만 아이는 아빠가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을 배웁니다. 장난스럽게 그려진 개구리를 찾으면서 개구리는 흙에서만 살 수 있다는 것을, 흙이 점점 없어지면 더 이상 개구리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말이죠. 아이와의 그림책 읽기에서도 어른인 제가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보게 되는데요, 이처럼 그림책은 단순해 보여도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책에 실려 있는 그림을 하나 하나 살펴보며 의미를 파악하고, 감상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복잡하다고도 할 수 있죠. 오늘 소개해드리는 <그 꿈들>이라는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5. 아, 그렇네요. 그림책에 실려 있는 그림들은 이해를 돕기 위한 단지 참조그림이나 일러스트가 아니라 그것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니까 그 의미를 읽어가는 것이 만만치 않겠네요.
네, <그 꿈들>이라는 이 책에 실려 있는 삽화들도 말씀하신 대로 이야기를 돕기 위한 참조그림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 하나의 작품이라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마치 너무 좋은 작품이 많이 전시된 미술관에서는 이 작품을 보다가 저 작품으로 가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죠. 오늘 소개해드리는 <그 꿈들>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두꺼운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전쟁에서 들리지 않는 목소리, 그러니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와 언론의 왜곡에 가려져 잘 들리지 않는 소박하고 힘이 없는 개인들의 삶과 꿈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책의 한 부분을 제가 읽어드리겠습니다.
“저 멀리, 텔레비전과 신문으로만 소식을 듣는 사람들은 더는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슬픈 마음에 깊이 젖어들지 못했습니다.
-어제 하루에만 백 명도 넘게 죽었다는군.
-시장 한가운데다 로켓포를 쏘았다나 봐요.
-어쩌자고 죄 없는 사람들까지 다 죽게 하는지.
-어차피 이럴 거면 한 번에 다 쏟아 부어야 해. (중략)
어느 날은 백 명이었고, 어느 날은 백오십 명이라 했습니다.
어느 날은 공원에서 폭발이 일어났다고 했고, 또 어느 날은 예배당 건물에 포탄이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뉴스에서는 거기까지만 말해 줄 뿐,
죽거나 다치게 된 이들이 간직한 이야기들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스러져 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
묻혀 버린 한 사람 한 사람의 어젯밤 이야기,
숨이 막힌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랑,
저물어 버린 한 사람 한 사람의 꿈.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것들.
하지만 전쟁을 벌이는 이들은 그 아름다운 것들을 아주 없는 것처럼 무시했습니다.
오로지 사망자 숫자만 헤아릴 뿐. 먼 곳의 사람들은 그 숫자에 무덤덤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번 그 오누이가 나눈 이야기도, 그 노인의 얼굴에 깊게 팬 주름도,
아이를 들쳐 업고 뛰던 아버지의 숨소리도 그 숫자로는 알 수 없었습니다.”.
6. 숫자에는 영혼이 없죠. 수백명이 죽었다는 것은 수백개의 삶과 꿈이 사라졌다는 것인데, 뉴스를 통해 사라져간 삶과 꿈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기란 어려우니까요.
그렇습니다. 이 책을 쓴 박기범 작가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시작될 무렵, 그곳 아이들의 곁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인간방패로 전쟁터에 들어가 함께 전쟁을 겪었다고 합니다. 인간방패가 되었다는 것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의 명분에 동의하느냐 못하느냐, 그러니까 이라크 독재자인 후세인 편이냐 미국 편이냐 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이라크인들도 독재자의 지배가 옳지 않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인데요, 박기범 작가는 독재보다도 어떤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쟁이 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직접 전쟁을 겪으면서 한 개인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전쟁에는 결코 승자와 패자도 없고 모두가 패자라는 것을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
이 책에는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너무 많은데요,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택시 기사인 하이달의 꿈은 곧 결혼할 가디르와 조그만 보금자리에서 가디르를 닮은 아기를 낳고, 해 저물녘 티그리스 강변을 가디르와 함께 거니는 것입니다. 소박한 꿈이죠. 또 다른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이 전쟁에 참전한 군인인 미국인 스미스 일병입니다. 스미스는 원래 트럭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요, 여자 친구인 메이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결혼을 하려 했는데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스미스를 열정도, 용기도 없는 청춘으로 보았다고 해요. 스미스는 그래서 이라크 파병 군인이 되기로 했다고 합니다. 여자친구의 아버지에게 자신이 용기있고 열정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다시 청혼하기 위해서 말이죠.
7. 두 명 모두 비슷한 처지네요. 모두 결혼을 하겠다는 소박한 꿈이 있는...
네, 나이도 비슷했다고 해요. 어느 날 스미스 일병이 지키고 있는 검문소에서 소동이 일어납니다. 저쪽에서 자동차 수색을 하던 선임병이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서로 맞고함을 치고 차 안에 있던 한 젊은 남자가 어떤 손동작을 하기도 하면서요. 스미스 일병은 주변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는 것을 자주 봤기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젊은 남자로부터 뭔가 위협을 느꼈어요. 그리고 죽고 싶지 않아서, 살아서 여자 친구를 다시 만나고 싶어서 버스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방아쇠를 당겨 총구를 휘갈겼습니다.
그런데요, 그 실랑이 벌였던 사람이 바로 택시기사 하이달이었습니다. 이라크에 폭격이 시작되자 한 초등학교에도 폭탄이 떨어져 수 많은 아이들이 팔다리가 잘려 나갔는데요, 하이달은 운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죽어가는 아이들을 병원으로 옮기는 일을 해 왔습니다. 늘 가는 병원에 더 이상 아이를 눕힐 곳이 없자 근처 보건소로 아이들을 싣고 가는 길에 검문소에 통과해야만 했습니다. 아이들의 출혈이 많아 위급한 상황이라 하이달은 너무 급하니까 그냥 지나가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군인들은 무조건 입다물고 기다려라는 거죠.
하이달은 “아이들이 죽어간다”고 외쳤지만, 군인은 “한마디만 더 나불대면 테러범으로 생각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한 사람은 미국인, 한 사람은 이라크인이니까 서로 대화가 잘 될 리가 없죠.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하이달의 목소리가 커졌던 겁니다. 울부짖듯 애원을 했으니까요. 거기에 놀라서 스미스 일병이 하이달에게 총을 쏜 겁니다. 트럭기사인 스미스가 택시기사인 하이달을 쏘아죽인 거죠. 청혼을 준비하던 하이달에게 또 다른 청혼을 준비하던 스미스가 말이죠.
8. 아, 가슴이 아프네요. 한 사람은 전쟁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에, 다른 한 사람은 전쟁에서 죽어가는 아이를 살려야겠다는 간절함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거네요. 정말 전쟁에서는 그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사람들의 꿈이 전쟁에서 사그라드는 무수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습니다. 기름통을 배달하지만 축구 선수가 꿈인 한 소년의 무릎에 폭탄의 파편이 박히고, 90세의 노인이 평생 처음 갖게 된 집이 폭격으로 폐허가 됩니다. 아마 청취자분들께서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안타깝게 느끼시겠지만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을 함께 보신다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폐허가 된 땅을 쓸고 있는 노인의 뒷모습의 슬픔과 폭격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초조한 모습이 물감을 두껍게 발란 그린 유화 작품으로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박기범 작가는 이 책을 이라크에서 돌아온 후 10년이 지난 후에 썼습니다. 이라크에서 돌아온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이라크의 많은 사람들과 연락이 닿았지만 종전 후에 이라크에서 내전이 발발하면서 대부분과 연락이 끊겼다고 해요. 그래도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0년 후 스미스가 이라크를 찾아가 무릎을 꿇고 사람들에게 용서를 빕니다. 임신하고 있던 여자친구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데리고 와서 말이죠. 그리고 스미스가 무릎을 꿇고 있는 동안 스미스의 아이인 빌리와 이라크 아이들은 벌써 친구가 되었구요.
9. <그 꿈들>, 이 책을 추천해주시는 이유를 한번 정리해주시죠.
네, 이 책은 전쟁에서 우리에게 잘 들리지 않았던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서 들려줍니다. 뉴스를 보면서, 수많은 숫자들을 보며 놓치기 쉬웠던 전쟁의 비극과 고통, 한 사람의 꿈에 대해 다시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수십만의 실직자가 있고, 수백명이 바다에 빠져 죽었을 때 거기에는 숫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한 인간의 삶이 있습니다. 그런 것을 상상하기 위해서 감수성이 필요합니다. 뉴스를 보면서는 분노할 수 있지만 감수성이 생기지는 않잖아요. 이 책은 아름다운 그림들과 함께 그런 감수성을 일깨워줍니다. 그런 점에서 그림을 전혀 보여드리지 못한 오늘의 책 소개는 반쪽짜리 소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림책은 한번만 보는 책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사다주면 읽었던 그림책을 수십번을 읽잖아요? 읽을 책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읽을 때마다, 그림을 보면서 전에는 느끼지 못했고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새롭게 발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동영상과 문자가 줄 수 없는 메시지를 움직이지 않는 한 장의 그림이 우리에게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해드리는 <그 꿈들> 뿐 아니라 더 많은 그림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어떤 분이 예전에는 문맹이 문제였지만 앞으로는 점점 더 이미지를 읽어내지 못하는 이미지맹이 문제가 될 거라고 한 말이 기억납니다. 그림책 읽기로 이미지맹에서 탈출을 시도해보시길 추천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