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 금지 - 재미있는 게 이기는 거다!
놀공발전소 엮음 / 이야기나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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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이번 주 교통방송에서는 놀공발전소의 <노력금지>를 소개했다. 이 책이 지닌 다채로움과 놀공이 만든 게임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설명했다는 자신이 없다. 게다가 오늘은 내 코너를 마친 후 특집 방송이 있어 13분 내에 소개를 마쳐야 했다. 지난 12월에 플레이어스 캠프에서 피터공을 만나 뵌 적이 있는데, 나보다 더 무섭게 생기셔서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몇분의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피터공이 직접 소개하는 게임과 놀공발전소에 대해서 들을 수 있는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그 때 들었던 내용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정확한 멘션은 기억나지 않지만, 게임은 가상적이지만 게임의 참가자들이 느끼는 경험과 감정은 결코 가상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가상현실을 체험한다고 하더라도 가상현실을 체험하는 나 자신은 결코 가상적이지 않다는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나는 그 때 가상현실에서의 체험을 실제현실에서의 체험에 비해 인식론적으로 더 불확실하고, 낮은 질과 등급을 지닌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어왔다는 것을 피터공과 대화하며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예술-경험 자체가 본질적으로 '가상성'과 불가분하다는 것은 당연한 것임에도 유독 게임에 대해서만큼은 그 가상성을 어떤 혐의를 가진 것으로 의심하고 경계하고 있었다. 내가 별로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도 아마 그런 오해 때문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흔한 스타크래프트 한번 한 적이 없고, 화투나 카드놀이, 장기, 바둑, 모든 종류의 보드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놀이를 굳이 들자면 그냥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이 거의 유일했다고 할 수 있다. 왜 그랬을까. 돌이켜보건대 나는 가상의 갈등에 참여하면서 내가 갈등으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 느끼는 그 결코 '가상적이지는 않는 기분과 느낌'을 용납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실제 현실에서도 그런 기분을 느끼고 싶지 않은데 왜 가상현실에서까지 그런 경험을 해야 하나, 그런 생각이었던 거다. 가상의 갈등에서 진 것은 내가 바둑판에 둔 흰돌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것을 견디기 힘들었다.

 

더하여, <노력금지>를 이번에 소개하면서 새롭게 생각하게 된 것도 있다. 놀공이 하는 일, 더 본질적으로 게임이라는 것이 현상학적 환원과 유사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현상학은 규정하기 어려운 분야지만, 내 식으로 이해하자면 '보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후설과 하이데거는 모두 사태 그 자체로 가서 사태를 직시하면서 보이는 것을 기술하려고 했다. 즉 관찰자가 아니라 세계 내에 존재하는 참가자로서 말이다. 놀공이 만드는 게임은 그런 의미에서 현상학적이다. 게임 참가자들이 사태의 방관자나 관찰자가 아니라 사태 자체에 들어가도록 게임을 고안하고, 어떤 사태를 기존의 방식과는 다르고 낯설게 볼 수 있도록 한다. 그러니까 놀공클래식의 경우, 우리가 고전에 대해서 갖고 있는 선입견에 대해서 판단 중지하고, 고전에 대해 누군가로부터 듣는 수준이 아니라 게임이라는 '틀'에서 직접 체험하게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특정 고전을 다른 방식으로 보도록 만들고, 게임이 일어나고 있는 장소, 예를 들면 교보문고 강남점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만들고, 심지어 게임에 참여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다르게 보도록 만든다. 놀공이 유니세프와 협력해서 만드는 교육 게임이나 책에 소개된 어느 그룹에서 진행된 창의성과 관련된 게임도 기존의 구호활동, 창의성 자체를 게임을 통해 새롭게 보고 재정의하도록 유도하는데 이런 과정은 '현상학적인 것' 그 자체이다. 

 

현상학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이어가자면, 하이데거는 '보는 방법'을 배우고자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했다고 한다. 세잔 역시 생빅투아르산과 사과를 끝도 없이 그렸던 것도 보는 방법에 대한 탐구였다고 할 수 있다. 세잔을 사랑했던 피카소는 세잔이 이룩한 성과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보는 방법을 개척해 나갔다. 즉 그 방법은 '모방'이었다. 피카소는 습작으로 위대한 작가들의 작품을 수없이 모방했는데 이것은 단지 테크닉 때문이 아니라 '다른 나'가 되어 보는 연습이었다. 다른 존재가 되어 대상을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피카소는 자아를 연성화시키고자 했다. 쉽게 말해 모방은 자아를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창의성, 새롭게 보기는 이 말랑말랑한 자아라야 가능하다. 딱딱한, 경화된 자아의 시선은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에 닫혀 있다. 무엇이든지 '-되기'를 원했던  피카소가 최종적으로 모방하고 싶었던 것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자유분방하고 언제든지 다른 나자신이 되고,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편견이 없다. 어쩌면 놀공은 놀라운 현상학적 직관으로 자신들이 풀어야 하는 문제, 고전에 대해서, 학습에 대해서, 창의성에 대해서, 사회에 대해서 새로운 경험을 담은 게임을 고안하고, 게임 참가자들은 게임 속에서 피카소처럼 '다른 나'가 되는 경험으로 자아를 연성화시키고 사태를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된다. 어쩌면 나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토록 자아가 경직되고 굳어있고, 현상학 연구도 포기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근에 몸이 안좋아져서 읽으면서 든 생각, 다이어트도 '노력금지'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 공부보다 살을 빼기 위한 노력의 총량이 더 많았던 것이 그동안 내 삶이었다. 놀듯이 공부하는 것처럼 놀듯이 다이어트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놀공발전소를 따라 놀듯이 다이어트하는 놀다이체육관을 만들어보고 싶다. 피터공은 러닝머신을 탈까?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그 기계를 '노력금지'를 세상에 외치는 놀공사람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궁금해진다.

 

 

노력금지

재미있는 게 이기는 거다!

 

1.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이번 주에는 출판사 이야기나무에서 만들고, 놀공발전소에서 만든 <노력금지>라는 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한 사람이 아닙니다. 놀공발전소라는 회사의 구성원들이 함께 쓴 책인데요, 사실 이 책이 특이한 점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노력금지>라는 책의 제목도 독특하고, 책의 구성도 독특하고요, 주제도 독특합니다. 그리고 책을 쓴 이 회사 구성원의 이름도 독특하고, 놀공발전소라는 회사가 하는 일도 독특합니다. 정말 모든 것이 독특한 책을 오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2. 그렇게 모든 것이 독특할 수 있나요? 어떤 책일지 궁금해집니다. 먼저 책의 저자가 놀공발전소라고 하셨는데요 어떤 곳인가요? 꼭 동아리 이름 같아요.

 

놀공발전소는 ‘놀공’으로 부르기도 하는데요, 한마디로 말하면 게임을 만드는 회사입니다. 게임이라고 하면 아마 많은 분들이 컴퓨터 게임이나 보드게임 같은 것을 떠올리실텐데요, 이 회사는 좀 다른 종류의 게임을 만듭니다. 사람들이 직접 움직이며 체험할 수 있는 빅게임을 만드는데요, 예능 프로그램 중에 “러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죠? 거기에서 출연자들이 미션을 수행하고, 추격전을 펼치는 것을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겁니다. 놀공발전소는 이렇게 게임 참가자들이 말을 움직이거나 캐릭터를 손가락으로 조작하는 게임과는 달리 참가자들이 직접 카드가 되고, 캐릭터가 되는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고 소개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는 설명만으로는 놀공발전소를 제대로 소개했다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놀공에서는 게임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삶의 반경과 생각의 깊이가 게임을 통해 확장되도록” 만들겠다는 거지요. 그래서 이 회사의 이름이 놀이발전소가 아닙니다. 놀이와 공부의 첫 글자가 합쳐진 ‘놀공발전소’죠. ‘놀 듯이 공부하자!’라는 뜻을 품고 있는 회사인 겁니다. 그래서 이 회사는 게임을 만드는 동시에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3. 아, 놀공발전소가 그런 뜻이었군요. 놀 듯이 공부하고, 공부하듯이 논다.

 

이 책의 제목 <노력금지>, 부제인 “재미있는 게 이기는 거다!” 라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력금지라는 말은 놀공을 창립한 피터공의 좌우명이라고 해요. 피터공은 미국 뉴욕에서 대학을 마치고 19년 동안 생활하면서 ‘Dinner Dash'라는 성공한 게임을 만든 게임회사의 CEO였습니다. 피터공은 게임회사를 세우기 전에 타임지에서도 일을 했고, 제약회사에서도 있었는데 그 때 “내가 진정으로 즐거운 일이 아니라면 노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해요. 이렇게 말하면 꼭 해야 할 일 중에 꼭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닌 것도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피터공의 말은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피터공과 놀공발전소는 하기 싫지만 어떻게 하면 우리가 꼭 해야 할 일들을 ’게임‘을 활용해서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겁니다.

공부도 바로 그런 거죠? 꼭 해야 하지만 하기 싫죠. 사실 학창시절에 공부 참 하기 싫잖아요. 그래도 엉덩이에 진물이 날 정도로 앉아서, 졸리면 허벅지를 연필로 찔러가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누구나 있죠? 피터공은 공부도 게임을 이용하면 전혀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게임의 문법을 이용하면 지루한 공부도 재미있게, 그리고 더 낫게 공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책에서 피터공은 게임을 “플레이어가 규칙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갈등에 참여하고 그 과정에서 측정 가능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시스템”이라고 규정하는데요, 어떤 게임이라도 해 보셨던 분은 다 아시겠지만 이 게임 속의 갈등은 분명히 현실이 아니고 가상인데도 불구하고 거기에 참여하면서 갈등에서 이기려고 노력하고, 지면 분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게임의 특성을 현실을 변화시키고, 사람들이 힘들게 느끼는 학습과도 접목시켜 보겠다는 것이 피터공의 생각이었던 거지요.

 

4. 놀공발전소의 대표인 피터공이라는 이름도 특이하네요. 성이 공씨인건가요?

 

특이하죠? 저는 처음에는 좀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피터공의 본래 이름은 피터 리거든요. 근데 왜 피터공이라고 할까, 이상했습니다. 그런데 피터공 뿐만 아니라 놀공발전소의 모든 구성원들의 호칭에도 지인공, 애련공, 은현공처럼 공이 붙어 있습니다. 피터공은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온 후 수평적인 대화환경을 만들기가 어려웠다고 해요.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멤버가 수평적으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비판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는데 서로를 부를 마땅한 호칭도 찾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씨’라고 하기에는 건방지고, 영어 이름을 만드는 것도 어색했다고 해요. 그래서 이름 끝에 ‘씨’를 대신해 ‘공’을 붙여 부르기로 했다고 합니다. 뭔가 옛날 유럽 귀족 호칭도 연상되고 나이 차이나 직위 차이도 지워지기도 하고, 구성원들 간의 멤버십도 돈독해지는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놀공만의 특이한 조직 문화인데요, 놀공만이 지닌 독특하고 재밌는 조직문화가 이 책에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혹시 진행자분은 다른 회사 워크샵에 가본 적 있으세요? (대답) 내 회사 워크샵도 가기 싫은데 다른 회사 워크샵을 왜 갑니까? 그런데 놀공멤버들은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해갈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워크샵에 초대해서 1박2일간 게임하고, 바비큐하고, 콘서트도 한다고 해요. 놀공에는 놀공싸롱이라는 모임도 있는데요,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7시에 놀공사무실에서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를 초대해 자유로운 만남을 갖는다고 해요. 이렇게 창의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 창의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5. 놀공발전소가 만들어낸 창의적인 결과물이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 책에는 놀공이 만들어지는 과정, 멤버 소개, 놀공만의 문화 뿐 아니라 놀공이 그동안 해온 일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는데요, 저는 그 중에서도 놀공클래식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마도 문고판 책이 나오는 펭귄클래식에서 착안한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놀공클래식도 펭귄클래식처럼 고전을 다루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동안 놀공에서는 놀공클래식으로 조지 오웰의 <1984>, 톨스토이의 <안나 까레니나>,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쥴리엣>, 괴테의 <파우스트>와 같은 고전을 다뤘다고 합니다.

 

6. 아, 그러면 고전을 게임으로 만드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정말 놀랍죠? 저는 이 책에서 놀공클래식을 소개하는 부분을 읽으면서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사실 고전은 읽기 힘들고 어렵잖아요? 고전은 꼭 읽어야 되는 책이기는 한데 정작 읽은 사람은 잘 찾기 어려워요. <로미오와 쥴리엣>도 많은 분들이 영화나 동화로 보았지, 정작 이 책을 원작 그대로 독서한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솔직히 저만 해도 그렇구요. 놀공클래식은 고전을 놀공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게임의 문법을 활용해서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이 ‘고전’을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게임 시리즈입니다.

 

한 예로 <1984>라는 소설은 전체주의 국가에서 빅브라더가 사람들을 통제하는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그리고 있는 작품인데요, 놀공은 자체 스터디를 통해서 <1984>라는 작품 안에서 구어를 대신하여 ‘신어’, 그러니까 새로운 말을 빅브라더가 개발해 사회를 통제해 나갑니다. 신어를 개발하는 목적은 글의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고, 어휘의 양을 줄여서 사회의 구조를 위협하는 사상 범죄를 차단하는 것에 있는 것인데요, 왜냐하면 어휘가 단순해지면 사고의 폭이 좁아져 사상 범죄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놀공은 <1984>에 대한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게임 규칙은 이렇습니다. 12개의 부스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각각 서로 다른 단어가 스티커로 보관되어 있습니다. 12개의 부스에는 빅브라더의 얼굴이 그려져 있고, 게임 참가자는 그 얼굴 앞으로는 지나갈 수 없습니다. 참가자는 12개의 부스를 드나들며 그 속에 있는 단어를 기억하고, 방송에서 기습적으로 어떤 단어를 찾으라고 하면 그 단어가 적힌 부스를 찾아서 자신이 가지면 됩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가장 많은 단어를 수집한 사람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물론 실제 게임에는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세부적인 장치들이 있습니다.

 

7. 일종의 단어 스티커의 위치를 기억해서 많이 가지면 이기는 게임이군요.

 

네, 단순해보이지만 이 게임에는 <1984>와 관련된 많은 장치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빅브라더의 얼굴 앞으로 지나가지 못하는 규칙은 빅브라더의 통제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찾아야 하는 단어는 빅브라더가 없애려고 하는 구어를 상징하구요, 그리고 참가자는 게임에 참여를 하면서 이 소설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는 전체주의적인 통제 사회의 문제점을 온 몸으로 깨닫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후기를 보면 사람들이 이 게임을 계기로 <1984>를 직접 읽게 되었다고 해요. 게임을 통해, 놀이를 통해 공부한다는 놀공의 목표대로 말이죠.

 

8. 게임을 통해서 직접 체험하게 되니까 그냥 고전이 중요하다고 들을 때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겠네요.

 

저는 이 게임을 직접 해본 적이 없는데도, 책에 소개된 게임 방법을 읽고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놀공클래식에서 다룬 고전작품들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피터공은 이 책에서 학습에도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고 해요. 전통적인 관점에서 학습은 무엇에 관해서 배운다라는 목표 하에서 지식 전달이 핵심이었지만 지금은 클릭 한번만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이런 식의 학습은 불필요해졌다고 해요. 피터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 어떤 활동을 할 때 자신이 가장 즐거운지 알 수 있는 기회를 교육을 통해 제공해야 한다. 마치 게임 속에서 플레이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마법사, 요정, 기사 등으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운 과제 앞에서 능수능란하게 전화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 즉 놀공이 생각하는 교육 모델은 누군가가 되는 법을 배우는 형태였다”.

 

즉, 게임을 통해서 ‘누군가가 되는 법’을 배운다는 거죠. 수학을 배워야 한다면 공식을 위한 지식습득이 아니라 직접 수학자가 된 것처럼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게임을 통해 가능할 수 있다는 거죠. <1984>라는 게임에 참여한 사람은 직접 전체주의적 통제 하에 놓여 있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험하게 되고, 그것이 고전으로 더 가까이 가도록 해주는 징검다리가 되는 겁니다.

 

8. 끝으로 청취자들에게 책을 추천하시는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놀공은 놀공클래식에서 <안나 카레니나>를 런칭하기 위해서 박웅현씨와 함께 강독회를 합니다. 박웅현씨는 <책은 도끼다> <여덟단어>와 같은 좋은 인문서를 쓴 유명한 광고디렉터시죠? 그리고 <파우스트>는 독일문화원의 요청으로 만들어져 이미 글로벌한 프로젝트가 되어 성공을 거뒀습니다. 놀공발전소라는 작은 회사가 해내는 일이 놀랍지요? 저 역시 책을 읽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지금의 일상과 일에 권태를 느끼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아주 일부만 소개해드렸지만 놀공발전소가 해온 일은 결국 우리가 세계를 조금 다른 방식과 태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것이라 정리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라는 틀로 공부, 사회, 세계를 바라보니까 이전에 가치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하는 거지요. 놀공은 놀공 클래식의 하나로 <로미오와 쥴리엣>을 게임으로 만들었는데요, 이 게임은 영업이 끝난 강남 교보문고에서 진행했다고 합니다. 어렵고 딱딱한 고전만 새롭게 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점이라는 일상적 공간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도록 만들어 준거죠. 지루한 일상에서 너무 많은 노력으로 고단해 하시는 분들에게 <노력금지>, 이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일상을 새롭게 보는 마법의 방법을 익히게 되실 겁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피터공과 놀공발전소가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일로, 자신들이 가장 즐거워 하는 일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공부는 힘들고 지루하고 어렵다는 우리 모두가 한번은 겪는 고민을 ‘노력금지’를 외치면서 더 즐겁게 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으니까요. 저는 놀공발전소가 게임으로 일과 놀이와 예술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감히 단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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