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
돈 쿨릭.앤 메넬리 엮음, 김명희 옮김 / 소동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방송에서는 하지 못한 이야기.
교통방송에서 17번째로 소개한 책이다. <팻>. 지금 서경식 선생님은 아주 날씬해지셨지만 10년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덩치가 크고 머리도 아주 짧게 자르시고, 중절모에 검은 코트를 입고 다니셨는데, 서경식 선생님을 내게 소개시켜 주셨던 사학과 I 교수는 내게 "따뜻하고 다정한 분이시지만 실제 만나뵈면 야쿠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하셨다. 서울에 선생님께서 계실 때 선생님께 비만인권리투쟁협회, 비투협을 만들어야 한다고 농담을 했었는데 선생님께서는 그저 웃기만 하셨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가끔 비투협에 대해 언급하셨다. 나는 정말 그런 협회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비만인권리협회가 미국에서 소수이지만 현재 활동을 하고 있고,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을 보면 활동이나 철학이 아주 섬세하다. 예를 들어 협회 소속원들이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모순적일까, 우리의 주장이 청소년들에게 전달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할까 등등의 진지한 고민, 그리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뚱뚱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묻는 등의 캠페인은 섬세하게 계산하지 않았다면 이뤄지기 어려웠을 활동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뚱보 인권운동가에게 "사이즈가 얼마냐?"고 물었을 때 그의 대답이다. 사이즈는 달라진다고 한다. 브랜드마다 다른 사이즈를 입고, 셔츠와 코트와 바지를 살 때도 같은 사이즈가 아니고,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리고 그들은 비만인들에게 맞는 옷 사이즈가 제공되지 않는 브랜드 매장 앞에서 공격적 시위를 하기도 한다. 나만 해도 이 정도 몸집이 되면 어지간한 브랜드에는 사이즈가 없을 때가 많다. 나는 폴 스미스에서 만든 옷을 예쁘다고 생각해 왔는데 여태 단 한번도 사입어 본 적이 없다. 사이즈가 없어서 둘러보다 그냥 나오기 민망해 머플러를 하나 산 것이 전부다. 랄프로렌은 예민한 디자인 감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선호할 만한 브랜드가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폴로가 없다면 기성복 라인에서 내 몸에 맞는 남방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20대 초반에는 제일모직에서 나온 푸부라는 브랜드가 있었는데, 지금은 잘 찾아보기 힘들고 내 나이대에 걸맞는 디자인도 아니다. 백화점 점원들은 내가 너무 커서 맞는 옷을 팔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 하지만 시장 상인들은 나와 눈을 마주치면 "사이즈 없어요"라고 물을 기회도 주지 않는다. 심지어 제주에 어떤 시장에서는 사이즈를 볼 수 있냐고 물으니 상인이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아무 말 없이 다시 보던 TV를 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살을 가장 빼고 싶은 이유를 들자면 폴로 말고 다른 옷을 입어 봤으면 하는 것이다!
방송에서는 하지 못한 이야기가 많은데, 특히 뚱보 포르노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없어서 아쉽다. 뚱보 포르노에는 뚱보 여성이 성관계하는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가슴과 배를 드러내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생크림을 숟가락으로 떠먹는 모습을 비춰 준다는 것인데, 저자는 말년에 푸코가 가학/피학 성애에 대해 말을 많이 했다는 것을 가져와서 아마 푸코도 뚱보 포르노에 열광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푸코의 관점에서 이런 '변태 성향'은 남근 중심의 성적 욕망이 재배치된 결과이다. 보통 포르노 영상은 금지되고, 소수적인 취향을 미세하게 반영한다. 엄청나게 뚱뚱한 여자가 마음껏 음식을 먹는 것을 보는 것은 '금지'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별 차이가 없다. 뚱보 포르노에서 '비대한 살'은 역겹거나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사랑스럽고 욕망의 대상이 된다. 성기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과 비슷하게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뚱뚱하다는 것'을 철학적으로, 문화사회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해명하는 여태 보지 못했던 책이다. 솔직히 말해 잘 읽히지는 않는다. 그래도 팻에 대해서만큼은 팻하게 담고 있는 아주 내실 있는 책이다.

<팻>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

1.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시겠어요?

벌써 2016년도 두 달이 지나 벌써 3월이 되었는데요, 새해에 세우셨던 계획과 다짐이 지금까지 잘 지켜지고 있으세요? 저는 새해 다짐은 세울 때마다 지키는 것을 실패하는 편이라 잘 세우지 않는 편인데요, 그래도 해마다 다짐하는 것이 있다면 “올해는 정말 살 한번 빼보고 싶다”는 겁니다. 청취자들은 저를 보신 적이 없으실테니까 모르시겠지만 사실 저는 상당히 뚱뚱하거든요. 그래서 연초에 피트니스 센터를 등록하긴 하는데요, 사실은 몇 번 가지 않고 그만둔 적이 많습니다.

2. 그런 분들이 많으시죠. 피트니스 센터를 등록하고 나서 운동은 하지 않으시고 거기서 목욕만 하고 오시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구요.

저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헬스, 건강, 외국어 공부하기와 관련된 상품이 연초에 많이 팔리는데요 이런 것을 ‘결심산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결심과 다짐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는 것인데요, 저도 매번 결심만 하고 있고, 벌써 살을 좀 빼보겠다는 연초 다짐은 물건너간지 오래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제가 그런 고민 끝에 찾아 읽게 된 <팻>이라는 책입니다. 출판사 소동에서 만들고 돈 쿨릭과 앤 메넬리가 쓴 책입니다. 그리고 책 속에서 어느 정도 답을 찾았는데요, 결국 다이어트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 책에 따르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의 76%는 다이어트를 시작한지 3년 뒤에 다이어트 이전보다 살이 더 찌며, 5년 뒤에는 95%나 살이 더 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살을 뺐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거죠. 제 경험에 비춰봐도 정말 맞는 이야기였구요, 유명한 아나운서인 이금희씨와 같은 분이나 오프라 윈프리 경우에도 정확하게 이 통계와 일치하는 사례입니다. 결심산업 같은 것이 되는 이유가 사실은 다이어트를 사람들이 실패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이어트의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인거죠.

3. <팻>이라고 하면, ‘뚱뚱함’이라는 말인거죠? 그러면 제목이 우리 말로 ‘뚱뚱함’ 인거네요.

맞습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뚱뚱한 것, 그러니까 비만에 대해서 쓴 책인데요, 영어인 팻은 사실 ‘뚱뚱하다’는 뜻 외에도 여러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에요. ‘기름’을 의미하기도 하구요, 어떤 경우에는 부유하고 풍요롭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살찐’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냥 ‘살’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의 번역자가 ‘팻’이라는 제목을 그대로 사용한 건데요, 이 책은 이렇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팻’의 다양한 측면을 재밌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책 속에 흥미로운 내용이 정말 많은데요, 니제르 사람들이 뚱뚱한 여성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이유, 뚱보 포르노 영화가 만들어지는 이유, 하와이 사람들이 스팸 통조림을 좋아하는 이유가 소개되기도 하구요, 토스카나 지역에서 올리브유가 갖는 의미 등 한 마디로 ‘뚱뚱함’에 대한 정말 다양한 정보와 다각도의 시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비만과 관련된 책이 다루는 살을 빼는 방법이나 살을 빼야 하는 건강상의 이유 같은 것은 전혀 다루지 않습니다. 이 책은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는 독자들이 ‘지방’에 대해서, ‘뚱뚱함’이나 우리 몸의 체형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책의 부제가 ‘비만과 집착의 문화인류학’인데요, 문화인류학적 방법으로 ‘뚱뚱하다는 것’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주는 책이죠. 딱 저 같은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진 책인거죠.

4. 그렇네요. 우리는 흔히들 비만은 무조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책인거네요.

네, 이 책도 비만이 건강에 해가 된다는 명백한 과학적인 사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비만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책의 초반부터 이야기해두고 시작합니다. 책의 한 부분을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뚱뚱함을 걱정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는 비만 특집호에서 비만의 몇 가지 문제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뚱뚱하다고 해서 죽는 것은 아니지만, 비만한 사람은 여러 질병에 걸려 일찍 죽게 될 위험성이 높다. 과체중인 여성은 표준 체주의 여성보다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다섯 배 높고, 고도 비만인 여성은 50배나 더 높다. 비만은 암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암으로 사망하는 남자의 14%와 여자의 20%는 비만에 원인이 있다. 또한 과체중은 전쟁, 말라리아, 에이즈를 제외하고 전세계 인류의 최고 사망원인인 심장병의 주요 발병 요인이기도 하다”. (중략) 이런 식으로 논박의 여지가 없는 증거를 앞에 두고도,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을 살이 찌도록 놔두는 걸까? 아마도 현실의 삶은 훨씬 더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맞는 이야기죠? 사실 저도 비만이 이런 건강에는 정말 좋지 않다는 것을 몰라서 살을 빼지 못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비만이 건강에만 좋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같은 문화에서는 ‘뚱뚱하다’는 것은 자신의 신체를 가꿀만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서 빈곤을 표시하기도 하고, 또 ‘게으르고 둔하다’는 이미지도 있으니까 이런 온갖 것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부정적인 것이 많은데 사람들이 살을 빼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정말 이상한 일이죠. 이 책에서는 인간과 현실이 아주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거죠.

5. 그러고 보니 이상하네요. 비만에서 벗어나야 할 이렇게나 많은 이유가 있는데 왜 살을 빼지 못하는 걸까요?

이 책에 ‘스팸’을 다룬 챕터가 있는데요, 스팸이라는 통조림 제품 잘 아시죠? 짭짜름한 맛을 내는 고기 통조림인데요, 이걸 하와이 사람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해요. 미국에서 스팸 소비가 가장 많은 지역이고, 스팸과 관련된 축제도 열리는데, 여기에서 스팸 만리장성 쌓기, 기네스북에 올리기 위한 세게에서 가장 긴 약 99미터의 스팸 무스비 만들기 만들기 대회 같은 것을 열 정도로요. 그런데 하와이 사람들도 스팸이 건강에는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스팸을 즐겨 먹는데 그 이유는 아주 복잡한데요, 스팸이 휴대가 편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으니까 2차 대전 당시에 미군들에게 식량으로 보급되었다고 해요. 그런데, 진주만 공습이 있고 하와이에 미군이 증강되면서 군인 뿐만 아니라 스팸도 밀려 들어온 거죠. 그러니까 2차 세계 대전 때 하와이 주민의 식단에서 중요한 위치가 된 건데, 그렇게 된 것은 진주만 피습 후에 미국 정부가 근해 어업을 금지하면서 하와이 사람들의 주식인 생선이 귀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스팸은 구하기 쉽고 저렴했기 때문인거죠. 맛은 있지만 몸에는 별로라고 생각하는 음식이 하와이에서는 전쟁의 힘든 시기를 성공적으로 이겨낸 것을 연상시키는 ‘그리운’ 음식이 되었고, 해를 거듭하면서 전통으로 자리잡게 된 겁니다.




6. 아, 그러니까 사회 문화적인 배경이 있는 거네요. 살을 빼고 찌우는 것이 단지 개인의 의지나 건강상의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측면도 있다는 거군요.

네, 사실 이 밖에도 흥미로운 다른 요인이 많은데요, 책의 저자들은 노동자들이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게 된 것은 문화와 경제, 정치적인 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합니다. 영국의 경우에는 19세기에 설탕이 엄청난 인기를 얻었는데요, 그게 노동자들의 에너지를 보충해주고 배고픔의 고통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어서 공장주들에게 이득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겁니다.

책을 보면 살을 빼지 못하는 이유가 개인의 심리적인 상처 혹은 트라우마와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라틴랩의 거장인 ‘빅 펀’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래미상 후보가 될 정도로 90년대 후반에 날렸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빅펀이라는 가수의 몸무게가 698파운드, 그러니까 316킬로그램이나 나갔습니다. 어렸을 때는 뚱뚱하지 않았지만 섭식장애가 있었다고 해요. 어머니는 마약 중독자였고, 양아버지는 아주 폭력적이었는데 거기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으로 빅펀은 벽에 구멍을 내서 벽돌 부스러기를 먹곤 했다고 합니다. 영양분이 없는 물질을 계속 먹는 것을 이식증이라고도 하는데요, 주로 영양 결핍이 있거나 부모의 방치나 학대가 있으면 생긴다고 합니다. 빅펀은 어릴 때 당했던 사고에 관한 소송으로 50만 달러를 받게 되는데요, 돈이 생기자 식욕을 채우기 시작했고 체중이 급격하게 불어났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28살의 나이에 심장병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빅펀의 경우는 하와이 사람들과는 다르게 어릴 적 경험이 비만의 요인이 되기도 했고, 힙합 세계라는 문화적 요인도 한 몫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럽의 귀족은 몸무게가 무거운 것을 힘이나 권력과 연결시켜서 생각을 했고, 힙합 가수들이 덩치가 크고 헐렁한 옷을 입는 것도 백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방법입니다. 이 사람들에게 뚱뚱하다는 것은 명예고, 금전적 성공을 의미하는 거죠. 힙합 문화가 주류 문화에 대한 저항을 노래하잖아요? 힙합 랩퍼들은 뚱뚱하면 역겹고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의 주류적인 시각에 저항을 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7. 같은 미국인이라고 해도 백인계 미국인과 흑인계 미국인이 뚱뚱함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난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네, 미국에 가보면 백인보다는 흑인 중에 뚱뚱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거기에는 흑인들이 단지 가난하기 때문에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뚱뚱하게 된다는 것에 거부감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대체로 흑인들은 백인과는 다른 아름다움에 대한 이상을 갖는 경우가 많고, 음식을 조절하는 것을 ‘쿨하게 생각하지 않는 문화’가 있는 거죠.
실제로 이 책에 나오는 니제르의 경우는 여성들이 마른 여성을 엄격하고 남자 같아 보여서 싫어한다고 해요. 심지어 이 사람들은 살이 쪄서 생기게 되는 ‘튼살 자국’을 좋아한다고 해요. 노래 중에도 “튼살 자국이 있는 허리”가 있는데 이게 사랑 노래구요, 젊은 여자들은 하나 같이 팔이나 다리에 튼살 자국이 생기기를 소망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체중을 잴 때마다 조금이라도 덜 나가게 하려고 신발도 벗고, 외투도 벗고 재잖아요? 니제르 여자들은 편안하게 모든 것을 갖추고 올라가는 거죠. 그 이유는 니제르의 아랍 상류층 여자들에게 움직일 수 없을만큼 찐 살은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능력을 나타내는 거라고 합니다. 또 이 사람들에게 건강한 몸은 차가움과 뜨거움이 조화를 이룬 상태인데 살이 쪄야 몸에 있는 구멍들이 막혀 따뜻해 지게 된다고 생각한다고 해요. 우리와 몸에 대한 관념 자체가 완전히 다른 거죠.

8. 아, 재밌는 이야기들이 정말 많네요. 이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청취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시는 이유를 한번 정리해주세요.

이 책에는 비만인권운동가가 나옵니다. 이 사람들은 섹시한 옷을 입을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체형인정협회와 연대합니다. 저만 해도 제 사이즈에 맞는 옷을 사면 기분이 나빠질 때가 많습니다. 사이즈가 없어서요. 비만인권운동가들은 여성들에게 날씬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와 싸우고, 뚱뚱하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생각들에도 저항합니다. 뚱뚱하고도 행복할 수 있고, 뚱뚱하고 자랑스러울 수 있다는 거죠. 앞서 제가 말씀 드렸던 내용처럼 뚱뚱하다는 것이 문화적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힘과 권력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너무 일방적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체형을 부정하도록 만드는 문화에서 살고 있습니다. 여성분들 100퍼센트가 다이어트를 한다는 농담도 있는데, 사실 다이어트의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은 입증된 것이라 다이어트가 오히려 대사를 망치고 사람을 더 살찌게 할 수도 있습니다.

비만은 건강에 나쁜 것은 분명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비만이라는 현상에 대해 정말 다양한 관점을 갖게 도와줍니다. 비만하고 뚱뚱한 것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읽어가다보면, 인간이 정말 단순하지 않고 깊이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올해 다이어트 계획을 세웠다고 실패하신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자책하시기 전에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면 자기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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