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안드레아 - 열여덟 살 사람 아들과 편지를 주고받다
룽잉타이.안드레아 지음, 강영희 옮김 / 양철북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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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안드레아

열여덟 살 사람-아들과 편지를 주고 받다



1.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책은 양철북 출판사에서 만들고, 룽잉타이와 안드레아가 쓴 <사랑하는 안드레아>입니다. 룽잉타이는 엄마이고, 안드레아는 룽잉타이의 아들인데요 제목에서 눈치셨겠지만 이 책은 룽잉타이와 안드레아, 그러니까 엄마와 아들이 주고 받은 편지 서른 통을 엮어서 만든 책입니다. 일종의 서간 문학이지요. 


2. 엄마와 아들이 주고 받은 편지로 엮은 책이라니 독특한 기획이라 호기심이 생기는데요, 청취자분들을 위해서 이 책의 작가에 대해서 좀 더 소개해 주세요.


 네, 룽잉타이는 대만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중화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 5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한 사람입니다. 타이베이 시 문화국 국장을 지내기도 했고, 독일, 스위스, 홍콩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교수이기도 합니다. 룽잉타이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요, 큰 아들이 안드레아, 작은 아들이 필립입니다. 이름이 중화권의 이름이 아니지요? 거기에는 이유가 있는데요, 룽잉타이가 독일인 남편과 결혼을 해서 낳은 아들이라 두 아들 모두 소위 ‘혼혈아’들입니다. 따지고 보면 순혈은 없기 때문에 혼혈아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은 말이기는 한데, 룽잉타이의 아들들은 어머니는 대만사람, 아버지는 독일사람이니까 평범한 가정이라 하기는 어렵겠지요. 그런데요, 룽잉타이도 난민의 딸로 태어난 ‘실향민’이에요. 우리로 치자면 다문화가정이라 할 수 있지요. 이 책에서 안드레아는 독일의 고등학교라 할 수 있는 김나지움에서의 마지막 학년(2004년)을 보내고, 홍콩에 있는 대학에서 생활하고 있는 21살(2007년) 때까지 3년 동안 엄마와 편지를 주고 받습니다. 독일, 홍콩에서 지내는 안드레아와 타이완에서 지내는 엄마가 서로 공개편지를 주고 받은 거지요.


3. 아 그러니까, 개인적인 편지가 아니라 공개적인 편지였군요. 열 여덟 살의 아들과 엄마가  편지를 주고 받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인데, 공개적으로 썼다니 저로서는 놀랍네요. 한창 예민할 나이잖아요?


 네, 맞습니다. 안드레아도 평범한 열여덟 살이고 정말 예민하고 까칠한 성격이에요. 엄마 룽잉타이는 그런 열여덟 살 아들과 대화하기가 아주 힘들었다고 해요. 대만의 최고 지성인 룽잉타이도 아들은 어려웠던 거죠. 룽잉타이가 아들과 편지를 주고 받게 된 이유를 쓰고 있는 한 부분을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방학 때 만나서도, 안드레아는 거의 모든 시간을 친구와 보내고 싶어했다. 나와 저녁 식탁에 마주 앉아서도 아이는 침묵만 지켰다. 눈은 휴대폰에 가 있었고 손가락은 문자를 보내느라 바빴다. 나는 그 애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것은 좋아하는 것과도, 그냥 아는 것과도 다르다. 사랑은 때로 좋아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소통하지 못할 때 핑계거리가 되곤 한다. 사랑이 있으면 제대로 된 소통은 없어도 되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아니, 나는 이 함정에 빠져들지 않으려 한다. 남자아이 안안을 잃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성장한 안드레아를 알아갈 수는 있는다. 나는 이 사람을 알아야 한다. 나는 열여덟 살의 이 사람을 알아야 한다.


  룽잉타이는 안드레아가 어린 시절에 ‘안안’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다고 해요.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사랑스러운 안안은 없어져 버린 거지요. 엄마 손을 잡고,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안기고, 같이 놀자고 졸라대던 아이는 더 이상 없고 안드레아만 남은 거에요. 안드레아는 엄마가 다가가면 물러가고, 엄마가 대화하자고 하면 “저는 더 이상 엄마의 사랑스러운 안안이 아니에요. 저는 저라고요”라고 대답합니다. 엄마 입장에서는 섭섭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데 룽잉타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안안은 사라졌으니까 이제 열여덟살의 안드레아를 이해하기로 마음을 먹고, 아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된 칼럼을 신문에 연재하자고 제의를 합니다. 안드레아도 엄마가 쥐어준 마이크를 들고 자기 생각을 크게 한번 말해보자는 생각을 제의를 수락하게 되죠. 원고료도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됐구요, 그렇게 이 편지가 시작되게 됩니다.


4. 아들을 이해하려는 엄마와 엄마로부터 벗어나 자기 자신이 되고 싶은 아들 사이에서 주고 받은 편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맞습니다. 이 책에 부제가 있는데요, “열여덟 살 사람-아들과 편지를 주고 받다”입니다. 그냥 열여덟살 아들이라고 쓰지 않고, 열여덟 살 사람-아들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여기에는 아들이 그저 내 아들이기 전에 어떤 ‘사람’이라는 사실이 강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이기 이전에 독자성을 가진 독립적인 주체이고, 또 그래서 엄마에게는 어느 정도의 거리감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열여덟 살 사람-아들’이라는 말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 편지를 읽어보면요, 두 사람의 편지를 읽는 것이 예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다정다감하다할까요, 달달하다고 할까요, 그런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편지와 편지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처럼 이어집니다. 가끔씩 안드레아가 엄마의 말에 동의를 하기도 하고, 고분고분하다가도 이내 대만 최고의 지성인 엄마를 공격하고 비꼬고 조롱합니다. 그런데 엄마도 그냥 져주지 않습니다. 화를 내고 따지고, 아들이 모르면 독자들이 불편하게 느낄 정도로 아들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이런 긴장 관계는 책의 첫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져서 마지막 편지에서는 이런 긴장이 해소되기는 커녕 오히려 그 긴장감이 더 고조되기도 합니다.


 한 예로요, 두 아들이 여름 학기 인턴을 상하이로 가기로 결정을 하니까, 엄마도 뛸뜻이 기뻐 연구여행을 상하이로 가기로 결정을 하게 되요. 가족들이 홍콩, 독일, 대만 등에 흩어져 지내다 보니 모처럼 모자 셋이서 한 달을 보내는 것에 대한 기대로 즐거운 상상에 빠진 거죠. 그리고 엄마가 직접 독일에서 자란 유럽 아이들에게 직접 중국을 알려줄 수 있어 신이 났다고 해요. 그런데 그런 엄마를 향해 안드레아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겨우 저만의 독립적인 공간을 가지게 됐는데 왜 또 엄마랑 같이 지내야 하죠? 나중에 제가 일하러 가는 도시까지 따라올 생각은 아니죠? 엄마 손에 이끌려 중국을 이해하러 다니는 것만은 사양할게요. 엄마는 뭐든 다 알아서 척척 계획해 놓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요? 저 혼자 중국을 알아볼께요”.


5. 음.. 상당히 냉정하네요. 그게 유럽과 아시아의 가치관 차이일까요?


 엄마는 아들의 유럽식 가치관에 지치고, 아들은 엄마의 아시아식 가치관에 지친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책 전체가 방금 말씀 드린 것 같은 엄마와 아들이라는 두 사람, 두 문화, 두 세대 간의 긴장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엄마와 아들은 흡연에 대한 생각도 다르구요, 취향도 다르고,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릅니다. 이를테면 아들은 흡연이 자신의 자유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엄마는 아들의 자유는 존중하고 싶지만 담배 필 때마다 아들을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안드레아는 룽잉타이가 좋아하는 ‘사운드오브뮤직’을 키취라고 거부하구요, 심지어 자신이 생각하는 키취 탑10에 ‘엄마의 사랑-모성애는 절대적인 키취’라고까지 씁니다. 


 안드레아는 엄마가 18살 아들을 이해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태도, 즉 자신이 가진 가치관을 설명하려는 태도에 대해서도 모조리 조소합니다. 안드레아가 개방적이고 개인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 이유를 유럽에서 1968년에 있었던 문화운동이었던 68혁명으로 엄마가 설명하면, 안드레아는 자신을 그런 식의 설명으로 재단하지 말라고, 엄마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신은 훨씬 더 복잡하다고 딱 잘라서 말해버립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어쩌면 부모와 자식 간의 문제라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부모는 자신의 기준과 경험으로 자식을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애쓰고, 자식은 부모가 자신을 신비와 복잡함을 가진 한 사람의 존재로 인정받기 위해 애쓰고... 그런 점에서 안드레아와 룽잉타이 사이의 편지는 부모님과 나와의 관계, 또 나와 내 자식 간의 관계에 대해서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6.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많은 경우는 작가의 말대로 사랑을 핑계삼아서 정말로 소통하지 않기 때문에 쉽다고 느끼는 것 같거든요.


 사랑하니까 이해해주겠지라고 생각해 버리는 경우가 정말 많은 것 같습니다. 사랑하니까 떨어져 있어도 되고, 사랑하니까 말하지 않아도 되고, 사랑하니까 상대에게 희생을 강요하기도 하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제가 몇 해 전에 <철학자 아빠의 인문 육아>라는 책을 쓴 적이 있는데요, 그 책을 쓴 이유도 어쩌면 거기에 있습니다. 아이 엄마가 미국으로 떠나고 나서, 세 살 아들을 키우는데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몰랐던 거지요. 그냥 사랑하면 만사가 다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랑말고도 끊임 없이 대화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던 거죠. 저는 세 살 아이를 아빠로 혼자 이해해보려고 일기의 형식으로 글을 쓴 것이라면 <사랑하는 안드레아>에는 엄마 룽잉타이와 아들 안드레아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담겨져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보면서 제 아들이 저와 뽀뽀를 하지 않을 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섭섭하기도 하고, 그 때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7. 책을 살펴보니, 그냥 일상적인 편지라고만은 여겨지지 않았어요. 작가가 유명한 지성인이기 때문인지 상당히 인문학적이라는 인상도 받게 되는데요.


 네, 맞습니다. <사랑하는 안드레아>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깊이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어쩌면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는 주제는 책의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룽잉타이의 경력 답게 정치, 윤리, 문화, 예술에 대한 폭 넓은 이해를 주는 책이기도 하기 때문인데요. 사회 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엄마는 열여덟의 아들에게 “너희 세대의 도덕은 무엇인지” 묻습니다. 그러자 안드레아는 중국여성들이 비인도적인 작업환경에서 나이키를 생산하지만 자신은 나이키를 신을 거고, 맥도날드가 소고기 생산을 위해 남미의 원시림을 파괴하고 있어도 맥도날드에 안가지는 않을 거라고 하면서 자신을 100% 나쁜 놈이라고 해요.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진거죠. 그런 아들에게 룽잉타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는 성인이 아니야. 엄마는 엄마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거야. 도덕의 취사선택은 개인의 일이야. 논리가 끼어들 필요가 없어”라고 하며 도덕적 순결주의에 빠져 자책하고 있는 아들을 구해냅니다. 그리고는 도덕적으로 불안을 느낀 아들을 격려하면서 거짓말하는 정부를 비판하고, 멍청한 정책 결정에는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또, 홍콩의 대학에 간 아들이 독일에 비해 문화 수준이 낮은 것을 두고 불평을 합니다. 거기에 엄마는 문화가 있기 위해서는 프랑스와 영국의 예술가들이 카페에 죽치고 앉아 있었던 것 같은 여유가 필요한데 홍콩처럼 세계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나라에서 그것이 가능하냐고 묻습니다. 안드레아는 엄마의 편지 때문인지 수업을 빼고 홍콩에서 있었던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에도 나가기도 합니다.


 문화나 정치, 예술 여러 분야에 대해 최고 지성을 지닌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을 훌륭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원포인트 레슨을 하는거죠. 그런 가르침을 이 책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 이제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요, 마지막으로 이 책을 우리 청취자들이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리해주시죠.


 이 책에서 룽잉타이는 “부모는 말이야, 끊임 없이 자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기쁘면서도 슬프고, 달려가 안고 싶으면서도 불러세우지 못하는 그런 존재”라고 합니다. 안드레아는 3년간의 편지쓰기를 통해서 엄마와 자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엄마를 알아가야 한다는 ‘소임’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제가 여기서 책을 소개하지만 저는 세상에 꼭 읽어야 할 책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릅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자식이고, 또 누군가의 부모이거나 부모가 될 사람이기 때문이죠. 저는 육아책을 쓴 작가이고, 여러 곳에 글을 쓰기도 하고 강의도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 이전에 하지 못했던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룽잉타이와 안드레아의 각 편지 뒤에는 두 작가가 받은 메일과 댓글, 또 두 사람의 채팅 대화 등이 수록되어 있어서 각 편지가 어떻게 쓰여졌는지, 또 어떤 반응이 있었는지 뒷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편지 형식의 글이 가진 장점일텐데요, 두 사람의 대화에 함께 할 수 있고, 또 다른 많은 독자들은 이 글에서 어떤 것을 느꼈는지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모자의 대화도 엿보시고, 책을 읽어보신 후 부모님께 혹은 자녀에게 편지를 한번 써보시는 것은 어떠실까요? 이 책을 통해 사랑한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속마음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편지에 담아 보시게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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