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터의 탄생
토니 와그너 지음, 로버트 콤프턴 영상제작,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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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터의 탄생>에 대한 소개를 시작하기 전에.


1. 이번 주에는 토니 와그너의 <이노베이터의 탄생>을 라디오에 나가서 소개했다. 나는 이 책을 지난 12월에 있었던 플레이어스 캠프에서 소개 받게 되었다. 엄윤미 대표님은 이 책이 자신이 읽은 2015년에 가장 인상 깊은 책이라고 소개했다. 엄 대표님의 여러 소개와 함께 책 제목에 끌렸다. 나는 조사 '의'가 불투명한 면이 있어 늘 지적을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제목들은 한결같이 '~의 ~' 라는 형식의 제목들이다. 내 서재 속'의' 고전, 소년'의' 눈물, 사랑'의' 단상, 철학자 아빠'의' 인문 육아 등. 물론 마지막 책은 공감을 얻기 어렵겠지만, 내 글에 '의'가 많이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노베이터'의' 탄생이라니 뭔가 근사해 보였다. 읽게 된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다. 제목에 '의'가 들어가 있다는 것. 그래도 엄윤미 대표님이 소개해주시지 않았다면 나는 몰랐고 읽지 않았을 책이다. 책을 만나도록 주선해주신 엄대표님께 감사드린다. "엄대표님 덕분에 만나게 된 사람들이 많고, 이렇게 읽게 된 책도 많습니다".


2. 아주 유익했다. 책을 읽는 한 주동안 몇 사람에게 권했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노베이터의 탄생> 읽기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세 영역을 통합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놀이-부모-가르치는 이 세 가지 역할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짜여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돌아보면, 이 책에 적힌 혁신가들의 이야기와 혁신가가 탄생하게 된 스토리는 한결 같이 당연한 것들인데 읽기 전에는 계속 갈등했던 것들이다. 교육이나 육아의 방향에 대한 분명한 전망을 이 책이 열어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3. 나는 이 책을 나를 거쳐간 많은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애들아, 꼭 읽어봐'. 아마도 이 사회의 젊은 세대들은 이 책의 많은 이야기가 한가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 책을 줄여준다. 그리고 한 길만 가라고 권하고 믿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생긴다. 학생들은 한결 같이 의사, 약사, 한의사, 판검사(변호사가 아니다), 교수, 여학생이라면 외교관, 아나운서, 교사를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진로로 믿고 자라난다. 나는 학생들에게 "그것을 통해 실현하고 싶은 가치가 뭐니"라고 물으면 대개 "안정적이잖아요"라는 말로 돌아온다. 

이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이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하고 싶은 일을 말하면 아마도 주변 사람들이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그 진로가 얼마나 허무맹랑한지를 두고 설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항공운항학과에 다니는 여학생을 만났다. "학생은 왜 승무원이 되고 싶었나요?". 그 학생은 "여행이 좋아서요"라고 대답했다. 여행이 좋으면 여행가를 꿈꿀 수 있는 교육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 여행가가 적당한 돈도 벌고, 또 세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여행가면 여행가라는 꿈은 지지받을 수 있고 응원받을 수 있는 것일텐데 어른들의 좁은 상상력이 학생들에게 여행을 하기 위해 승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길로, 더 먼 길로 우회하도록 만들지는 않았는가. 어쩌면 내 조언도 그런 수준이었다는 것에 후회감이 든다. 물론 지금은 취업도, 학비를 감당하기도 힘든 상황이겠지만 그런 학생들에게 나는 '두개의 심장을', '두개의 마음을', '두개의 의지를', '두개의 꿈을' 갖고 살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그런 분열적 상황이 우리를 성장시키는 힘이 될테니까. 아마도 우리 교육과 사회의 비참함은 분열을 권하지 않는다는 것에, 분열을 병적인 것으로, 분열을 모순적인 것으로, 분열을 이중적인 것으로, 분열을 기만적이고 위선적인 것으로 평가하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동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노베이터는 어쩌면 몽상가들이기 때문에 어떤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에 집중하는 나머지 어떤 문제의 진짜 원인과 진정한 해결방식에 대해서는 무관심할 수도 있다. 그라민 은행이 사실상 방글라데시에서 새로운 착취기구가 된 점에서나, 이 책의 시리타 게이츠가 꿈꾸는 세상은 더 큰 연대에서 비롯되고, 청소년 범죄의 많은 경우는 경제 문제에서 나왔다는 점, 그런 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몽상가들이 세상을 혁신하도록 기다려줄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기 혁신가들이 몽상가라 하더라도, 이들은 안정만을 추구하는 현실주의자보다는 안전하다는 점이다.


5. 마지막으로 이 책에 나온 혁신가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이들은 대학이나 수업, 정교수들이 아니라 종신재직권이 없는 계약직 교수들이 후원을 받아 개설한 수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돌이켜보면 내게도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장학회에서 만났던 김건호 전도사님, 이재환 학형, 서경식 교수님 같은 사람들이다. 제도화된 수업으로부터 나는 어떤 영감도 받은 적이 없다. 특히 대학 다닐 때 들었던 경영학 수업에 대해서는 완전히 단언할 수 있다. 아웃라이어를 아웃라이어로 만드는 사회, 대학, 상황은 나쁜 것이지만, 아웃라이어는 아웃라이어만이 가지는 높이와 자존이 있다는 것도 기억할만하다. 종신재직권이 한 자아의 자존의 원천이라면 그 자아는 분명히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장학회의 김건호 전도사님 생각이 많이 났다. 진실로 앞서 가 계셨고, 내가 본 어떤 분보다 가장 강력한 사회 혁신가시다. 지금은 목사님이 되셨지만 40세가 훨씬 넘도록 안수를 거부하셨고, 지금은 용산역에서 노숙인 쉼터에서 사역하고 계신다. 나는 장학회 덕분에, 장학회를 이끄신 당시 전도사님 덕분에 제대로 놀이하는 것을 배웠고, 제대로 놀았고, 사람들을 만났고,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내가 느끼는 한 없는 부끄러움과 자책감의 시작이 거기서부터였을 것이다.

스스로가 자동판매기가 아니라고 믿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노베이터의 탄생

세상을 바꿀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네, 이번 주에 제가 가지고 나온 책은 출판사 열린책들이 만들고, 토니 와그너가 쓴 <이노베이터의 탄생>이라는 책입니다. 그동안 제가 소개해드렸던 책은 에세이, 시화집, 여행기처럼 한마디로 규정해서 말씀드릴 수 있었는데요, 이 책은 한마디로 규정이 쉽지 않는 책입니다. 이 책은 우선은 교육학 책인데요,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학 분야의 책이기도 하구요, 세계의 고등 교육에 대한 책이기도 하고, 부모 교육서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있는 부모님, 또 교육에 관심이 있으신 선생님, 또 경영가나 혁신가가 되고자 하는 청년들, 우리 사회의 미래가 궁금하신 모든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2. 여태껏 소개하신 어떤 책보다도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셨는데요, 이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이 책의 저자는 토니 와그너라는 하버드대학 교육학과의 교수입니다. 토니 와그너의 관심은 이 책의 제목 그대로인데요, 이노베이터, 즉 혁신가는 어떻게 탄생하고, 자라는가 하는 것입니다. 영어판에는 없는 한국어판 부제가 “세상을 바꿀 인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로 붙여져 있는데요, 이 책 전체의 주제 의식이 이 질문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토니 와그너는 20-30대의 미국의 젊은 혁신가들을 만나 그들이 걸어온 길을 세심하게 검토합니다. 그리고 젊은 혁신가들을 키운 부모들을 만나서 혁신가들의 부모들은 어떤 양육 방식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조사합니다. 그 뿐만 아닙니다. 젊은 혁신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선생님이나 조력자가 누군인지를 찾아내 그 사람들과도 일일이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혁신가들과의 대화, 혁신가 부모들과의 대화, 혁신가를 지원해준 이들과의 대화에서 저자인 토니 와그너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처음에 부모님들께, 젊은 이들에게, 선생님들께 이 책을 추천드린다고 말씀드렸던 거죠.


3. 혁신가라는 말은 사실 좀 생소하기도 해요. 인재라는 말이 더 와닿는데 작가가 혁신가라는 말을 쓴 이유가 있을까요?


 네, 아마도 진행자님께서 말씀하시는 부분 때문에 출판사에서도 ‘세상을 바꿀 인재’라는 말이라는 부제가 붙게 되었던 것 같아요. 신문이나 학교에서나 혁신가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은 보편적이지 않은 것이 분명한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은 이것이 우리 사회가 ‘혁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은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인재’는 전통적 의미의 인재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인재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와 같은 전문 직종에 종사하거나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거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과 같이 소위 사회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책에서 말하는 ‘인재’는 관습화된 성공, 그러니까 정해진 길로 남들보다 빨리 가서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얻는 사람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오히려 기존에 없었던 문제를 인식하거나, 그동안 우리가 당면했던 온갖 문제들을 기존에 없었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죠.


4. 그러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거나 명예 획득 같은 것을 성공이라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인거네요. 그렇다면 혁신가들은 어떤 동기로 일하는 사람들인가요?


 정확하게 보신 건데요, 이 책에 재밌는 사례가 나옵니다. 제가 그 부분을 한번 읽어드리겠습니다. 젊은 혁신가들은 돈과 명예 대신 무엇 때문에 움직이는가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로버트 콤프턴의 말인데요,


 한 무리의 젊은 직원들을 관리하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일은 지극히 암담한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내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모든 수단과 기술이, 그리고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로 현장에서 배우고 경험한 모든 것이 아무런 쓸모도 없게 된다. 무엇보다 최악인 점은 전통적으로 그 효과가 검증된 동기 부여 요소, 즉 스톡 옵션이나 수수료, 보너스 등을 제공하는 게 이 세대에게는 반대의 결과를 낳기 십상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회사가 자신을 관리한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표시한다. 우리 회사의 한 젊은 직원에게 상품 개발을 예정보다 빨리 끝내 준 데 대한 성과급으로 주식과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하자 그 직원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로버트, 나는 단지 동전만 집어넣으면 작동하는 자동판매기가 아니에요”. “자동 판매기”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그 젊은 친구를 ‘작동’하게 만드는게 뭐지? 그 말은 지금도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젊은 세대를 움직이는 것은 돈도, 보너스도, 대학 졸업장도 아니라는 거에요. 이 책에는 많은 혁신가들이 소개되는데요, 지금부터 소개드릴 이 혁신가들 중 어느 누구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돈이 부족해서 걱정을 하지, 자신이 더 많은 급여를 받고자 하기 때문에 일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커크 펠프스는 아이폰이 처음 개발될 때 애플에서 일했던 사람입니다. 커크는 성공이 어느 정도 보장된 애플사에 남아 있을 수도 있었지만, 자신이 더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자 애플을 그만두고, 벤처 기업을 지원해주는 투자 회사로 갔다가 거기서 좋은 회사를 알게 되어 이직을 합니다. 커크가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는 적당한 가격으로 태양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서 미국의 전력 공급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시키려는 목표를 가진 회사인데요, 물론 아직 제대로 수익도 나지 않고 있지만 커크를 작동시키는 힘은 돈이 아니라 ‘환경 문제’에 자신이 기여하고 있다는 것에서 나옵니다. 


5.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거군요.


맞습니다. 토니 와그너가 이 책에서 다루는 혁신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부분인데요, 모두 자신에게 재미있는 일을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커크는 엑시터고등학교를 중퇴했구요, 심지어는 스탠포드대학을 다녔는데 2개의 수업만을 남겨두고 대학도 중퇴해버립니다. 커크가 정말로 뛰어난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사실은 거기에는 실력보다는 커크의 열정이 큰 몫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커크의 부모는요, “무엇을 공부하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그보다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대상을 찾아낼 줄 아는게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끊임 없이 가르쳐왔다고 해요. 그리고 아이들이 일단 어떤 대상에 흥미를 느끼면 흥미가 유지되고 발전되도록 계속 지원해주는 것을 부모의 역할로 삼았다고 합니다.


사실, 이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쉽지 않거든요.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저는 제 아이가 얼마 전부터 플롯을 배우고 싶다고 했었는데요, 저와 제 파트너는 아이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싶어했어요. 지금 배우고 있는 피아노를 배우면서, 바이올린을 하면 청음이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던 건데요, 제 경우에서도 드러나지만 부모들은 아이의 흥미 자체를 지지해주기 보다는 아이가 느껴야 할 흥미대상을 미리 정해주고 그 대상에 집중하도록만 요구하는 경우가 아마 훨씬 더 많을 겁니다. 그러니까 법조인이 되어라, 의사가 되어라, 서울대를 가라고 ‘방향’과 ‘답’을 정해주고 그 길을 가도록 하는거죠. 토니 와그너는 이런 식으로는 제도와 사회 시스템에 순응적인 사람으로만 길러질 뿐 절대로 사회를 긍정적인 의미에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생겨날 수 없다고 봅니다. 커크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놀이를 적극적으로 권장하면서 최대한 자유롭게 놀도록 내버려두고, 그것을 잘 관찰하면서 아이들이 어디에 흥미를 가졌는지 발견하고자 했다고 해요.


6. 저도 아이를 키우지만 아이의 흥미만을 따라간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거든요. 다들 영어, 중국어한다면 왠지 나도 학원을 보내야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시겠지만, 헬리콥터 부모, 타이거 마더라는 말이 있죠? 헬리콥터 부모는 아이가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도록 미리 모든 일에 개입해서 아이를 보호하는 부모를 말하구요, 미국에서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다고 하면서 말이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일반화되어 있어서 별로 놀랍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타이거 마더는 예일대 로스쿨 교수인 에이미 추아의 교육법인데요,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지 않고 매우 엄격하게 아이들이 부모가 정해진 공부를 하도록 양육하는 방식입니다. 토니 와그너의 경우는 이런 방식이 모두 대단히 잘못되었고, 심지어는 역겨운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양육 방식에서는 혁신가는 절대 나올 수 없다는 거에요.


 이 책에는 제이먼이라는 또 다른 혁신가가 나오는데요, 제이먼은 싱글맘 자녀인데다가 경제적으로도 부요하지 않았고, 엄마의 엄격한 교육도 없었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제이먼의 어머니도 커크의 부모와 똑같이 합니다. 제이먼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내버려두고 그걸 지지해주는 거죠. 제이먼의 경우는 신발광입니다. 운동화를 수천 켤레를 사서 모았고, 8살 어린 나이부터 운동화에 관심을 가졌는데, 당시 갖고 싶은 나이키 운동화를 살 수 없어서 점토로 만들기도 했다고 해요. 보통의 부모라면 말리겠지만 제이먼의 어머니는 제이먼이 신을 수도 없는 점토 운동화를 만드는데 어떤 색깔이 필요하다면 사다 주고는 했다고 하니까 아이의 놀이를 지지해준 겁니다. 커크나 제이먼의 부모 모두 아이들의 놀이를 적극적으로 지지한거죠.


7. 아, 그렇군요. 제이먼은 지금은 어떤 분야의 혁신가가 되었나요?


 아, 제가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빼 먹은 것 같은데요, 제이먼은 신발을 디자인하는 일을 하는데, 우연히 신발을 생산하는 중국 공장에 갔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해요. 환경적으로 너무 열악한 상황에서 제품이 생산된 걸 본 후로 친환경적인 생산 공정을 만들고, 신발에 들어가는 복잡한 제작과정을 통합해서 미국에서도 생산가능하도록 해 미국 내의 일자리를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제이먼은 사실 계속되는 실패를 하는데요, 그가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는데 가장 중요했던 것을 저자인 토니 와그너는 ‘놀이’에 있다고 합니다. 놀이가 어떤 분야에 대한 ‘열정’으로 변모한다는 거죠. 생각해보면 놀이라는게 몰입을 하게 만드니까 당연한 이야기죠.


8. 이런 혁신가들의 탄생 이야기를 들으면 이런 사람들은 어떤 학교를 다녔을까 가장 먼저 궁금해지게 되요. 좋은 대학 출신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드렸던 커크의 경우 비록 중퇴이긴 하지만 스탠포드대학 출신이죠. 이 책에 나오는 시에라리온 출신의 데이비드의 경우는 하버드 출신입니다. 하지만 다 그런 건 아니에요. 방금 말씀드린 제이먼도 그렇구요, 미국 청소년 범죄를 줄이고자 노력하는 시리타 게이츠의 경우도 명문대학교의 출신은 아니에요.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혁신가들이 대학이나 학교 교육에 아주 많은 회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커크의 경우는 자신이 다닌 학교에서 받은 영감이 단 하나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고, 시리타 케이츠도 지금 다니고 있는 뉴욕시립대학을 때려치우기 직전의 상황입니다. 데이비드의 경우도 학점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공통적으로 자신이 다닌 학교가 끔찍했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아마 여기에는 틀에 박힌 학교 교육이 이들의 혁신가적 성향과 맞지 않았던 탓이 클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토니 와그너는 우리가 이런 혁신가들, 혹은 혁신가를 키워 내기 위해서 어떻게 이들을 응원하거나 지원해야 줘야 하고, 교육시스템은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지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이죠.


 좀 더 말씀드리자면 이 책에 등장하는 혁신가들이 학교에서 아무 것도 배우지 않은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한결 같이 이들이 지목하는 사람들은 대학 내에서 정년을 보장 받지 못한 교수들, 종신재직권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커크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애드 교수는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고, 조디 우라는 혁신가에게 영향을 준 에이미 스미스 교수는 2010년 타임지에서 뽑은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인데도 MIT에서 종신재직권이 없습니다. 여기 나온 모든 영감을 준 멘토가 다 마찬가지에요. 이런 사람들은 제도권 밖의 있는 능력자라는 점에서 아웃라이어라고도 부르는데요, 보통 대학이 요구하는 방식, 그러니까 연구하고 이론을 가르치고 외우고 시험치는 식으로 수업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대학이 수용을 못하는 거지요. 이들은 그런 방법 말고 학생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스스로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하도록 하는 능력 자체에 초점을 둡니다.


9. 혁신가들의 탄생에는 ‘놀이’와 ‘권한 부여’가 있군요. 끝으로 이 책을 지금 우리 청취자들이 읽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정리해주시죠.


 토니 와그너는 혁신가들은 단지 ‘열정’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 열정이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공공적인 목표를 위한 것이어야 끝까지 가게 된다고 보는거죠. ‘사회에 무엇인가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어쩌면 혁신의 첫 걸음인지도 모릅니다.

 토니 와그너는 이 책을 쓴 이유를 미국의 경제 상황에서 찾습니다. 저성장에, 더 이상 일자리가 없고, 미국이 꿈을 실현할 가능성이 점점 더 낮아지는 상황에서 인류가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혁신가를 응원해줄 방법을 모색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요즘 젊은 세대에서 헬조선이란 말이 회자됩니다. 꿈을 이루기는커녕 기본적인 생활 조차 위협받는 상황이 된거죠. 우리가 이들의 꿈을 어떻게 교육에서부터 다시 지지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이 책은 무엇보다 영감을 굉장히 많이 주는 책입니다. 책 곳곳이 아이디어 투성입니다. 이 책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책은 책의 형식 자체가 책 이상의 혁신적인 책입니다. 자신이 처한 자리에서 ‘변화’를 희망하시는 분들에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적극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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