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란 무엇인가 - 대학이라는 '미디어'의 역사 그리고 재탄생
요시미 순야 지음, 서재길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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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란 무엇인가?>

    

1. 안녕하세요? 이번 주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 제가 소개해드릴 책은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만들고, 요시미 순야가 쓴 <대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입니다. 요시미 순야는 도쿄대학교의 부총장을 역임했고, 지금도 도쿄대에서 정보학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인데요, 이 책은 사실 제가 지난 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흥미를 가지고 읽었던 책 중에 하나입니다.

 

2. 선생님이 가장 재밌게 읽으신 책이라고 하시니 기대가 되긴 하는데요, <대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만 봐서는 딱히 재미는 없을 것 같아요.(웃음)

 

네, 어쩌면 제가 이 책을 재미있다고 느낀 이유가 제목을 보고 재미가 없을 것으로 생각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재미있게 읽게 된 또 다른 제 개인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제가 대학원에서 학위를 위한 논문을 계속 미뤄두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했는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저 자신이 왜 학위를 하려고 했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3. 어떤 책인지 점점 더 궁금해지는데요, 요시미 순야가 생각하는 대학은 무엇일까요?

 

요시미 순야가 생각하는 대학을 본격적으로 말씀드리기 전에, 근래들어 세계적으로 ‘대학의 위기’를 말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부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진행자분께 한번 여쭤보고 싶은데요, 요즘 미국 대학교의 등록금이 얼마인지 혹시 아시나요? (대답) 네, 우리가 알고 있는 하버드대, 예일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립대학은 5만불에 가깝습니다. 우리 돈으로 연간 5천만원이 되는 셈인데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UC 버클리와 같은 주립대는 대략 1300만원 정도인데도 지난 2015년 초에 등록금이 올라 대학 내에서 큰 시위도 있었다고 해요. 문제는 이겁니다. 등록금은 자꾸만 치솟고 있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내고 있음에도 졸업 후 취업도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서 ‘대학교육이 정말로 가치 있는가’ 하는 거죠. 심지어 윌리엄 데레저위치 교수는 대학이 취업은커녕 비판정신도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학이 사회가 요구하는 온순한 양들만 양산하고 있다고까지 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죠? 대학 등록금은 해마다 조금씩 올라 벌써 서울 주요 사립대학교의 등록금만 연간 1000만원이 넘고 이보다 비싼 곳도 많습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안되니까, 명문대학이라도 가야지 취업이 된다는 생각에 고등학교에서 입시 경쟁은 더 치열해집니다. 그리고 대학에 가서도 상황이 별로 달라지지 않죠. 학점 경쟁, 토익 경쟁 등 취업을 위한 온갖 스펙 쌓기에 혈안이 되는거죠. 대학 졸업 후에는 다시 로스쿨을 비롯한 온갖 공무원 시험에 혈안이 됩니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지원하는 학생들 중 ‘기업가’가 꿈인 친구는 거의 없다고 해요. 모두 법조인이나 고위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거지요. 지방대의 경우도 등록금은 서울과 별차이가 없는데 취업은 더 어려우니까 경쟁이 더 치열집니다.

 

4. 대학의 위기라는 말이 실감이 되네요.

 

요시미 순야가 살고 있는 일본도, 또 일본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도쿄대학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요시미는 대학의 위기가 초래된 이유를 ‘대학 거품’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한마디로 인구가 점점 증가할 때 점점 더 많아진 대학의 수가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줄어들지 않는 것이죠. 일본의 경우는 1965년에 300개이던 대학이 2005년에는 726개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는 대학이 무려 4000개에요. 대학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거품이 생기는 이유는 결국 대학이 돈벌이가 되기 때문이에요. 들어올 학생은 줄어드는데 대학은 많아지니 대학이 학생 유치를 위해 온갖 홍보활동에 열을 올리고, 홍보 비용으로 돈을 쓰면 학생 등록금으로 충당하는 식의 악순환이 생깁니다. 그런데도 대학이 돈벌이가 되니까 신설대학이 생기고 다시 또 수요를 만들어내는 ‘거품’이 생겨나게 됩니다. 아마도 도쿄대의 부총장으로 재직하면서 요시미 순야는 이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5. 우리도 지하철이나 역에서 대학 광고를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그런 이유 때문이었군요. 만약 지금의 대학이 거품이라면 언제라도 그 거품이 꺼질 수도 있다는 말일까요?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만..

 

네, 맞습니다. 요시미 순야는 멀지 않은 장래에 이 거품이 꺼지고 말 것이라고, 그러니까 대학이 대규모로 도태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합니다. 대학이 도태된다니 이게 상상이 안되는 이야기인데요, 책을 읽어보면 납득이 됩니다. 이 책에서는 대학은 탄생과 죽음, 그리고 재탄생을 해왔다고 해요. 그러니까 대학이 도태되거나 죽었던 것이 예전에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책의 한 부분을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대학은 지금까지 적어도 두 번의 탄생과 한 번의 죽음을 겪었다. 대학이 탄생한 것은 12세기에서 13세기 중세 유럽에서였다. 중세적 질서 속에서 대학은 교황 권력과 황제 권력의 대립을 적절히 이용하여, 또 이 두 보편적 권력과 도시를 지배하는 지방 유력자들 간의 힘의 균형을 이용하여 전 유럽으로 증식해갔다. 그러나 (중략) 16세기에 대학은 그 지식 생산의 중심적 장으로서의 지위를 잃게 되었다. 이 시기 대학을 능가한 것은 인쇄술의 발달이었다.(중략) 이 시기 대학은 죽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대학은 국민국가, 나아가서는 제국의 지적 자원의 주요한 공급원으로 자리 매김하면서 인재육성과 연구 개발의 양면에서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종합적인 고등 교육 및 연구 기관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6. 아, 그러니까 대학이 역사 속에서 늘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말이군요.

 

네, 바로 그겁니다. 대학이 역사 속에서 12세기에 처음 등장하고, 16세기 인쇄술이 등장하면서 지식과 관련해 주도권이 약화되었고, 다시 19세기에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부활하게 되었다는 거죠. 처음에 진행자분께서, ‘그럼 요시미 순야가 생각하는 대학이란 무엇인지’ 여쭤보셨는데,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요시미 순야는 대학을 하나의 미디어로 정의합니다. 그러니까 책이나 TV, 라디오, 인터넷처럼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하고 지식을 생산하고, 전달한다는 의미에서의 미디어인데요, 우리가 TV를 보면 기자들이 뉴스를 전달하고, 우리는 그것을 듣고 학습하는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대학도 가르치고 배운다는 특징이 있는 TV나 라디오와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인쇄술이 등장해서 중세대학이 죽게 된 것도 그런 이유로 설명이 됩니다. 인쇄술을 통해서 책이라는 강력한 미디어가 보급되니까 더 이상 비싼 돈을 내면서 멀리까지 수업을 들으러 가야하는 대학이 살아남을 수가 없었던 거죠.

 

이렇게 본다면 대학의 위기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단지 등록금은 비싼데 취업은 안된다는 문제만은 아닙니다. 인터넷을 한번 보세요. 책보다 훨씬 더 강력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접속되는 팟캐스트를 통하면 우리는 공짜로 하버드, 옥스퍼드, 예일대학과 같은 세계 최고의 대학의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구요, 우리나라도 MOOC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등록금 없이 대학 강좌를 인터넷으로 볼 수 있고, 심지어 질문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비싼 돈을 내고 왜 대학에 가야하는가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거지요.

 

7. 그렇네요. 대학강의는 유튜브에도 많이 올라와있으니까요. 그런데요, 19세기에 대학이 새롭게 부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날의 대학의 원형은 독일에서 훔볼트라는 행정가가 탄생시켰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19세기 독일에서 대학이 탄생한 것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에 맞선 프로이센군의 패배와 관련이 있다고 해요. 프랑스에게 지고나니까 정부의 핵심으로부터 위기의식이 생겼고, 독일을 프랑스 제국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키고 다음 세대를 새로운 국가 건설에 매진하게 하려는 목표로 대학이 다시 만들어진거죠. 그러니까 대학의 탄생은 당시 독일과 프랑스의 격렬한 경쟁과 관계가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대학을 대신해서 아카데미라는 것이 학문과 예술의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요, 독일에서는 대학을 부활시켜서 프랑스와 경쟁하려 했던 것이죠. 즉 대학의 탄생은 민족주의나 국민국가의 탄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 민족, 우리 나라를 위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이 설립되었던 것이죠. 이 때부터 독일이 세계 학문과 예술의 주도권을 장악해 갑니다. 철학자 헤겔도 이 때 활동했고, 베토벤, 괴테나 실러도 모두 이 근대국가의 대학에서 등장하게 된 거죠.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대학교는 표어는 없는데 캠퍼스 곳곳에서 이런 말이 자주 보입니다. “조국의 미래가 궁금하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라”라는 말인데요, 이런 말도 대학이 국가 발전과 밀접한 연관 속에서 존재해 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런데요, 대학의 위기라는 것이 어쩌면 이 문제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국가가 힘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인데요, 요시미 순야에 따르면 이제 국민국가의 시대는 끝을 향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자본주의가 세계화되고 있고, 점차 국경의 의미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국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독일식 대학도 살아남기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죠.

 

8. 그럼 앞으로 대학은 어떻게 될까요? 정말 없어지게 되는 것일까요?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 책의 제목이 <대학이란 무엇인가>인데요, 요시미 순야도 그래서 이제 미래의 대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또 대학의 본질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묻기 위해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붙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책의 한 부분을 더 읽어보겠습니다.

 

 앞으로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에 걸쳐 인류가 몰두해야 할 중요 과제는 모두 이미 국경을 초월해 있다. 환경, 에너지, 빈곤, 차별, 고령화 등에서 지적 소유권, 문화복합, 국제경제, 국제적 법질서에 이르기까지, 여러 학문적 관제는 이미 국민국가라는 틀을 전혀 전제하지 않는다. 싫든 좋든 향후 내셔널한 인식의 지평을 넘어 지구사적 시점에서 이러한 인류의 과제를 해결할 전문적 방법론을 찾아내는 일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전문 인재를 사회에 제공하는 일이 점점 대학에 요구될 것이다.

 

요즘 인문학이 사회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인문학자들이 스타가 되고 공중파 방송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최근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인문학 붐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전문지식에 대한 피로와 불만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기억에 남는 논문이 ‘빅토리아 시대 영국교회의 교인수 변화 및 사회적 역할에 대한 연구’가 있는데요, 이런 연구도 나름대로 의의가 있지만 보통의 경우라면 이런 연구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질문을 하게 되거든요. 우리 삶과 별로 관계가 없다는 건데, TV에 인문학자들이 나와서 좀 더 전체적이고 우리와 연결된 이야기를 해주니까 인기를 얻고 호응을 얻게 되는 거라고 봅니다. 대학에 계신 분들은 인기 인문학자들을 무시하고, 인기 인문학자들은 대학에 계신 분들 보고 답답하다고 합니다. 저는 인문학 붐은 사회가 대학에게 새로운 역할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학위를 주고 교수를 만들고 하는 것이나 취업 시켜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 이제 될 수도 없으니까 새로운 역할을 찾으라는 거지요.

 

9. 지나치게 대학이 전문화되어 그들만의 리그가 된 건 아닌가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우리 청취자들이 읽어봐야 할 이유를 한번 설명해주세요.

 

먼저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 시간강사법이 통과되었지요? 이것도 결국 대학의 위기라는 문제와 관련이 됩니다. 더 이상 대학이 취업을 보장해줄 수도, 교수 자리를 보장해주지도 못합니다. 대학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 하니까요. 막스 베버가 미국 대학을 ‘정신 없는 전문인’의 화석화된 철창이라 말한 적이 있는데요, 우리나라 대학이 미국 대학을 따라 한다고 정신 없는 것을 보면 가히 틀린 말이 아닙니다.

 

지금 1월인데요, 지금도 정시 원서를 내고 결과를 기다리는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계실 건데요 이 분들에게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마음 조리고 계실 텐데요, 우리가 대학에 왜 가야 하는지, 대학에서 정말 배워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입시생들과 부모님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대학은 그 시작이 교황과 황제 권력을 피한 지적 열망이 있는 사람들이 자유를 얻고자 함에 있었고, 대학의 부활도 독일이 프랑스제국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함에 있었습니다. 취업이 아니라 ‘자유’를 위해 대학을 선택하신다면 대학 생활이 더 뜻 깊을 겁니다.

 

저는 대학과 별로 상관이 없다는 분들에게도 이 책을 강력히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은 대학을 주제로 하지만 아주 흥미로운 역사책이기도 하구요, 우리 주변의 일상을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틀로 이해하고 바라보면 전혀 다른 생각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대학이 미디어라면, 우리 가정도 미디어일 수 있다, 제가 참가하는 공부 모임도 미디어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미래의 대학교육은 교양과 전문지식이 융합되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 책이야말로 교양독서로서도 훌륭하고, 전문지식도 갖춘 훌륭한 본보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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