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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 짜릿한 자유를 찾아 떠난 여성 저널리스트의 한 달에 한 도시 살기 프로젝트!
마이케 빈네무트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1.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어떤 책인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책은 출판사 북라이프에서 만들고 마이케 빈네무트가 쓴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입니다. 마이케 빈네무트라는 작가는 아마도 생소하실텐데요, 여러 잡지와 매체에 글을 쓰는 저널리스트입니다. 마이케는 독일의 유명한 퀴즈쇼인 <누가 백만장자가 될 것인가?>에 도전해 50만 유로, 우리 돈 6억 5천만원 정도의 상금을 받게 됩니다. 우승자가 되기 전 사회자로부터 만약 상금을 받는다면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을 받는데요, 한 달에 한 도시씩 총 두 열두도시를 1년 동안 여행하겠다고 대답을 하고, 대회에서 우승을 하자 이를 정말로 실행하게 됩니다. 안정된 일상을 떠나 세계여행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거지요. 세계 여행을 떠나고, 고향인 함부르크로 돌아오는 1년 간의 과정을 기록이 바로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라는 이 책입니다.
2. 1년 간의 세계 여행이라니 말로만 들어도 흥분되는 일인데요, 작가가 여행한 도시들은 어떤 곳들인가요?
작가는 정말로 한 달에 한 도시 씩 머무는 방식으로 여행을 합니다. 1월은 호주 시드니에서 보내고, 2월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지냅니다. 3월은 인도의 뭄바이, 4월은 중국 상하이, 5월은 하와이 호놀룰루, 6월은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7월은 영국 런던, 8월은 덴마크 코펜하겐, 9월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10월은 이스라엘의 텔 아비브, 11월은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 12월은 쿠바의 아바나, 모두 열 두 도시지요. 열 두 도시를 여행하면서 남긴 기록이니 이 책은 일종의 여행기라 볼 수 있는데요, 단지 여행기라 볼 수는 없는 책이에요. 작가는 어떤 곳에서 묵었고, 어떤 식사가 좋았고, 어떤 곳을 다녔는지 소개하고 있지만 작가는 여행 정보를 주려는데에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마이케의 관심은 오직 자기 자신이 무엇을 배웠는지, 여행을 통해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데에 있습니다. 책을 보면요, 각 도시에서 배운 10가지를 간단하게 정리하는데요, 예를 들어 시드니에 대해서 쓴 후 가장 마지막에는 <시드니에서 배운 열가지>, 뭄바이 여행을 마칠 때는 <뭄바이에서 배운 열가지>, 이런 식입니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 말이 인상적입니다.
나는 세계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나를 여행한 것이다.
3. 여행은 정말 나를 성장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인 마이케는 보통의 경우에는 아주 하기 힘든 특별한 여행을 한 만큼 하면서 얻은 깨달음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그녀가 얻은 깨달음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네, 마이케가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길러낸 성찰은 아주 다양한데요, 그 전에 이 책이 편지글로 되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작가는 한 도시 당 한 명의 편지 수신자를 선택해서 모두 12명에게 편지를 쓰는데요, 거기에는 함부르크에 있는 작가의 집에서 작가를 대신해 살면서 집을 관리해주고 있는 친구, 예전에 만났다 헤어진 남자 친구, 한번도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블로그에서 만나 매일 아침마다 채팅을 하며 마음을 나누는 함부르크에 사는 10살 언니 아이메도 있습니다. 마이케는 저널리스트라서 글이 정말 재미있는데요, 편지를 받을 사람을 선택하는 센스도 넘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낼 때 빌린 집이 칼 제라시 교수의 아파트였는데요, 이 사람이 경구 피임약 개발자이자 지난 1000년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30명 중 한 사람이에요. 칼 제라시와의 인연으로 런던에서 다시 칼의 아파트를 빌려 지내게 되고, 런던의 그의 아파트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내고 있는 칼 제라시에게 편지를 쓰는 거지요.
작가의 재기발랄함이 잘 드러난 편지는 덴마크에서 쓴 편지였습니다. 예전에 제가 오연호 대표의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소개해드렸던 적이 있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인 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50살이 된 마이케가 15살 어린 마이케에게 미래로부터 편지를 보냅니다. 그 편지 중 일부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다시 코펜하겐, 이곳에선 너를 생각할 수밖에 없어. 코펜하겐에는 10대 때를 생각하게 하는 뭔가가 있어. 덴마크 사람들을 보면 사춘기 시절이 떠올라. 놀이공원과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자치권을 주장하는 프리타운 크리스티아니아도 그렇지. 또한 자신을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 과대평가하는 자세도 10대들을 꼭 닮았어. 그들의 이런 자신만만함을 보고 있노라면 독일 작가 테오도르 폰타네가 함부르크 여자들에 대해 묘사한게 생각나.
모두가 강한 확신에 차 있고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매우 깨끗하다.
자신만만하게, 두려움 없이 자신과 조화롭게 사는 것, 혹시 그것이 행복의 열쇠일까? 전 세계 행복 순위에서 덴마크는 몇 년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어. 분명 비결이 있을거야. 행복 연구가들도 늘 주장하잖아. 만족은 절대적인 소득수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소득수준이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달렸다고. 무엇보다 비교가 불행을 낳지. (중략) 다른 사람과 널 비교하지! 그래 맞아,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란 쉽지 않지. 솔직히 고백하면 너와 나는 마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렇게 할 수 있게 돼. 지금 키가 178센티미터지? 열다섯 살 소녀에겐 좀 버거운 키긴 해. 눈에 띄는 게 싫고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싫겠지. 이해해. 하지만 부디 구부정하게 서거나 걷지는 마. 그래봐야 허리 통증만 생길 뿐 키가 작아지는 것도 아니니까.
183센티미터의 키, 이제 50세가 된 마이케는 15살 어린 마이케에게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걸 두려워 마. 물론 부탁하는 모든 걸 얻지는 못할 거야. 하지만 부탁조차 않는다면 대답은 언제나 ‘아니요’일 수밖에 없잖아. 세상에 대해 빚쟁이처럼 굴지마. 세상은 너에게 아무것도 빚지지 않았어. 그러니 좋은 날씨, 지하철 빈자리, 기적, 사랑 등을 얻게 되면 진심으로 감사하고 기뻐하도록 해. (중략) 가장 중요한 것! 서두르지 마.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어. 인생은 서른에도 마흔에도 끝나지 않아. 심지어 여든에도. 계속해서 좋은 일들이 생길거야. 널 믿어봐. 만에 하나 플랜 A가 제대로 안 되면 플랜 B, 플랜 C가 있음을 기억해. 그리고 알파벳은 많아.
4. 여행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해서는 행복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군요.
네, 그리고 세상에 대해서 항상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거죠. 저는 마이케가 세상에 대해 빚쟁이처럼 굴지 마라고 한 말이 제게 하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오늘 여기로 오는 길에 운전을 해서 왔는데요, 끼여드는 앞 차에 화가 나서 경적을 눌렀습니다. 도로가 내 것도 아닌데, 마치 내 것인양 굴었던 거지요. 2016년은 어쩌면 제가 꼭 맞이해야 할 한 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세계가 2016년을 내게 꼭 줘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2015년 한 해를 보냈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는 것, 내가 받아야 할 권리가 딱히 없는데도 내게 선물로 주어진 것, 그것을 인정할 때 행복할 수 있는 것이지요.
세상은 나로부터 아무 것도 빌린 것이 없다, 세상은 내게 돌려줄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도 오늘따라 도로는 이렇게 한적하고, 날씨는 맑고, 가족들이 곁에 있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인식이라면 행복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겠죠?
5. 사실 매달마다 다른 도시를 여행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이 책의 저자가 부럽기도 한데요, 한편으로는 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자유를 배우기 위해서는 꼭 떠나야 하는 것일까요?
아마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많이 계실 것 같아요. 확실히 비현실적이에요. 저자는 50만 유로나 상금으로 받은 사람이구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습니다. 또 저널리스트라는 직업 특성상 한 곳에 매여 일할 필요가 없죠. 이런 조건을 가진 사람은 아마 전 세계에 몇 명 없을 거에요.
그런데요, 마이케는 여행 중에 정말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됩니다. 여행 경비로 매달 5000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650만원 정도를 예산으로 넉넉하게 잡았다고 해요. 1년에 6만 유로를 예산으로 잡았던 건데요, 여행을 해보니 비교적 편하게 했는데도 불구하고 사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경비가 적게 들었다고 해요. 부에노스 아이레스나 뭄바이, 상하이는 물가가 아주 싸니까요. 거의 귀족처럼 지냈는데도 한 달에 3000유로 정도를 썼다고 해요. 그러면서 작가는 이렇게 씁니다.
충격 속에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건 바로 퀴즈쇼 상금을 타지 못했더라도 세계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는 거야.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었던 거지. 모든 게 내 손에 달렸던거야. 이걸 깨달은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어. 상금이 없었더라면 아마 올해 같은 1년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겠지. 그럴만한 여유 자금이 있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거야. 그건 내 생애 최고의 ‘아하! 경험’이었어. 생각 없이 바쁘게 살면서 상상만 하는 것보다 실제로 훨씬 많은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번 생애의 중요한 교훈으로 삼으려 해.
한 마디로 마이케의 세계 여행은 상금이 없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던 거죠. 우리는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삶의 관성에 따라서, 해왔던 일을 계속하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 꿈꾸고 있었던 일, 일상을 떠나 세계를 누비는 일, 그것은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나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용기’에 달려 있는 일이었다는 거죠. 어쩌면 자유는 오래된 차를 타고 다니고, 좁은 집에서 오래된 가구를 들여 놓고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에서 비롯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6. 맞아요. 그런데 그 용기가 참 어려워요. 떠나서 자유를 얻자니 여기서 누리는 안정을 놓치고 싶지는 않고, 또 그냥 이대로 있자니 나답게 사는 것이 아닌 것 같고.
저도 그것이 늘 고민입니다. 자유와 안정 사이에서 늘 고민하게 됩니다. 또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주변 사람들이 내게 바라는 것이 충돌합니다. 제 친구 이야기로 대신합니다만, 소위 명문대를 졸업해서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친구가 있어요, 사진작가로만 살아가기에는 생활이 되지 않아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잘 나가는 영어 강사가 되었어요. 친구는 늘 자기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사진작가인가, 학원강사인가?’. 그리고 밥벌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자신의 비루함, 용기 없음에 힘들어 하는 때가 많지요.
저는 마이케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어렴풋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나는 사진작가인가, 학원강사인가?’, 혹은 ‘자유인가 안정인가’ 하는 질문에는 답이 있을 수 없다는 것, 어쩌면 이런 질문을 끝까지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이케가 릴케가 젊은 시인에게 쓴 편지를 인용하는 글이 참 와닿았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풀리지 않은 모든 질문들을 참고 기다리세요. 부디 그 질문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하세요. 당신에게 올 수 없는 답을 지금 찾으려 애쓰지 마세요. 당신은 답으로 살 수 없습니다. 지금은 질문으로 사세요. 그러면 당신은 서서히 미래의 어느 날 답으로 살게 될 겁니다.
두 번째는 용기라는 것은 원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배워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마이케는 깨달았다고 해요. 용기도 근육 운동이 필요한 것이죠. 작은 일에 용기를 내다보면 큰 용기를 내기 쉬워지기 마련입니다. 모든 것을 단번에 버리기 보다 조금씩, 작은 것부터 떠나 보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거죠.
‘자유냐 안정이냐?’ 사이에서 갈등을 하기 마련인데, 여행 전체를 통해서 마이케가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둘 중에 어느 하나를 꼭 선택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그것이 세 번째인데요, 우리는 모두 “완전히 모순된 욕구”를 모두 가지고 살아갑니다. 소속감을 갈망하면서도 자유를 갈망하는 거죠. 마이케는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앞으로도 이 두 극단 사이를 계속 오갈 것이다. 하나를 온전히 얻으면 그 반대편의 걸 간절히 바랄 것이다. 나는 두가지 모두를 가질 것이다. ‘이것과 저것 모두’를 할 것이다.”
7. 새해 첫 날 이 책을 우리에게 소개해주신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마이케가 모든 것을 다가지겠다, 자유나 안정 둘 중에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하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마음 먹은데에는 런던에서는 변호사이면서 시드니에서는 연기자로 살아가는 미셀과의 만남, 세계적인 화학자이면서 동시에 60세가 되어 극작가가 된 칼 제라시와의 만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이분법을 벗어나 모든 것을 다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던 거죠. 새로운 만남이 마이케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준 겁니다. 마이케는 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주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람을 만나기 위해 꼭 마이케처럼 먼 여행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끊임 없는 만남, 나의 집으로 새로운 친구들을 초대하고 이야기하기를 통해서 우리는 더 넓은 세계로 여행하는 것이 주는 것과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새해에는 용기를 가지시길, 새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만나시길, 새해에는 자유와 안정을 모두 가지시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더 드리자면, 멕시코 화가인 프리다 칼로가 아버지에게 이런 질문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룰 수 있을까요?”. 프리다의 아버지는 “짧은 기억력”이라고 답합니다. 행복을 위해서라면 짧은 기억력도 도움이 됩니다. 마이케는 샌프란시스코가 너무 마음에 들어 다음 행선지인 바로셀로나로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떠났습니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를 망각하고, 버리고, 비워내고 바르셀로나에서 새로운 행복이 찾아오는 경험을 합니다. 한 해가 저물고 새해가 되는 것은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떠나는 경험, 새로운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인지도 모르겟습니다. 2016년으로의 여행이 부디 행복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