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ㅣ 행복사회 시리즈
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4년 9월
평점 :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1.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는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 건가요?
네, 제가 이번 주에 소개해드릴 책은 오마이북 출판사에서 만들고, 오연호가 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입니다. 혹시 오마이뉴스라는 인터넷 신문을 아시나요? 이 책의 저자인 오연호씨가 바로 오마이뉴스를 창간한 분입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책을 소개드리기 전에 진행자분과 청취자분들께 먼저 질문을 드려보고 싶은데요, 혹시 요즘 걱정거리가 있으세요? 어떤 걱정거리가 있는지 한번 말씀해주세요. (진행자 대답) 아, 그러시군요. 저도 걱정거리가 있습니다. 이제 아이가 취학 연령이 되었는데, 어떤 학교를 보내야 할지도 걱정이구요, 저는 글을 쓰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노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도 걱정이에요. 여기서 다 말씀 드리지는 못하지만 누구나 걱정을 적어도 하나, 둘 정도는 갖고 살아가기 마련인데요, 걱정이 없는 나라가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사람들이 걱정거리를 물으면 걱정거리를 찾느라 곤혹스러워 하는 나라가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2. 그런 나라가 세상에 있을까요? 걱정거리가 없다고 하면 그것은 아마 천국이겠죠.
정말 놀랍게도 걱정거리가 없는 것이 걱정인 나라가 있는데요, 바로 덴마크입니다. 작가인 오연호씨는 덴마크 전역을 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걱정거리가 있다면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모든 사람의 반응이 한결같이 딱히 걱정거리가 없다면서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하는 표정이었다고 해요.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 듯 애써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한참 궁리하다가 결국은 걱정이 별로 없다고 대답했다는 거죠.
오연호씨는 덴마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래서 당신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도 던졌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고 해요. 행복하냐고 물으면 행복하다고 대답하고, 걱정거리가 있냐고 물으면 딱히 없다고 대답하는 나라가 바로 덴마크인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오연호씨가 덴마크가 이토록 행복한 나라가 된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보고, 어떻게 하면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지를 찾아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제가 예전에 읽었던 기사에서 덴마크가 행복지수에서 세계 1위라고 하던데 맞나요?
네, UN은 2012년부터 매년 세계행복보고서라는 것을 만들고 있는데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덴마크가 156개 국가 중 1위였습니다. 올해는 덴마크가 3위를 했죠. 혹시 우리나라는 몇 위인지 아시나요? (진행자 대답) 네,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으로 41위인데요, 덴마크는 다른 조사기관에서 실시하는 행복지수 조사에서도 1위 아니면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 그렇다면,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가장 두드러진 점은 바로 자존과 연대가 있는 사회라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덴마크 사회는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갖느냐가 자존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회입니다.
책에서 오연호씨는 여러 덴마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데요, 그 중에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가 식당의 웨이터로 일하고 있는 페테르센이라는 사람입니다. 보통 웨이터라고 하면 젊은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잖아요? 페테르센씨는 56살인데다 17살 때부터 40년동안 웨이터로 일했고 자신이 걸어다닐 수 있는 한 자기 일을 끝까지 계속하고 싶다고 합니다. 물론 고참 웨이터라고 해서 특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사람의 평범한 웨이터인데요, 자신이 웨이터라고 해서 위축되거나 하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페테르센씨는 코펜하겐에 아파트도 있고, 도시 근교에는 별장도 있구요,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자기는 자신의 일을 정말로 즐거워하고 있구요, 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 더 많은 돈을 갖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해요. 심지어 아들 자랑을 엄청하는데, 아들의 직업이 열쇠수리공입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열쇠 수리공으로 일하고 있는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기 쉽지 않지요.
5. 웨이터로 살아가는 것이 즐겁기 때문에, 열쇠수리공으로 살아가는 것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에 그런 자신감이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덴마크가 처음부터 그런 사회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해요. 페테르센씨의 말을 한번 제가 읽어보겠습니다.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직업의 귀천이 있었고 빈부격차도 있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것이 사라지고 평등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행복하냐고요? 물론이죠. 특별한 걱정이 없고 오늘에 만족하니까요”
그러니까 행복한 사회라는 것은 “나는 웨이터다. 아들은 열쇠수리공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회, 그렇게 말하더라도 우리의 자존에 영향이 없는 사회가 행복한 사회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는 다른 사람의 눈을 너무 많이 의식하며 살아가잖아요. 사실 거기에는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차와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은 다른 사람을 너무 많이 의식하는 우리 국민성의 문제가 아니라 좋은 차와 명품가방이 아니면 평등하게 대우해주지 않는, 차별이 당연시되는 사회이기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페테르센씨처럼 자기 직업에 대한 높은 자존은 결국 평등한 사회이기 때문에, 의사나 변호사가 아니라도 평등하게 대우받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6. 덴마크가 행복한 사회가 된데에는 결국 밑바탕에 평등이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군요.
덴마크는 대학등록금과 병원비 전액이 무료인 사회이구요, 실업보조금도 충분할만큼 제공하는 사회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어 해고가 된 경우에도 사람들은 걱정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그 이유는 정부가 실업 이후에도 생활자금을 지원해주는데요, 2년동안 우리돈으로 최소 200만원, 최대 300만원을 받거든요. 아버지나 어머니가 실직 상태라고 하더라도 자녀가 대학 진학을 고민하거나 걱정할 이유도 전혀 없어요. 대학 등록금은 무료인데다 생활지원금이 한 달에 120만원씩 나온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실직 중에 자녀는 대학을 가고, 어머니가 투병 생활을 해도 문제가 안됩니다. 실직으로 인한 생활 자금이 나오고, 자녀의 대학 생활 지원금이 나오고, 병원비는 어차피 무료기 때문이죠. 사회 안전망이 철저하게 갖춰진 사회라고 할 수 있어요. 지난 해 세모녀 자살 사건 같은 일이 있었잖아요? 그렇게 사지로 내몰린다거나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경우가 하나라도 있어서는 안된다라는 전 시민들의 합의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7. 듣다 보니 놀랍고 부럽기도 한데요, 대신 그렇게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려고 하면 조세 부담이 굉장히 커지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덴마크의 부자들은 월급의 50%이상을 세금으로 낸다고 해요. 우리나라가 25.9%이니까요, 거의 두배 차이가 나는 거니까 세부담이 상당하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세금을 많이 내게 하면 부자들이 나라를 떠나거나 조세 회피를 할 것 같은데 덴마크 사람들은 기꺼이 그 세금을 낸다고 해요. 그 이유는 두가지인데요, 하나는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가 있습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결국 실업하면 실업보조금도 받고, 대학도 다니고 병원비도 평생 무료기 때문에 세금을 정부가 제대로 쓰고 있다는 것을 체험하고 있는 거죠. 우리나라 시민들이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것과는 상당히 대비가 되는 부분이죠?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연대’입니다. 사람들 사이의 연대가 튼튼하고, 이웃들 간의 관계가 살아 있기 때문에 기꺼이 자기 돈을 내서라도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나와 이웃의 운명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식이 있고 사회가 이웃들 간의 연대를 든든하게 지원해주니까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 되는 겁니다.
몇 가지 예가 있는데요, 덴마크에서는 의사라고 해서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라고 해서 웨이터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 사회에서 머물면서 지역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나가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야 해요. 덴마크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주치의가 있는데요, 주치의가 내 아버지, 나, 나의 아들까지도 계속 봐 온 사람이기 때문에, 또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유전적 문제도 잘 알고, 환경적 요인도 고려해서 처방을 내려줍니다. 또 사람들은 고민이 있으면 의사에게 찾아가 상담을 요청하기도 합니다. 진료를 보는데 3분도 안 걸리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풍경이죠. 이렇게 되면 의사와 지역사회는 하나의 운명 공동체가 되는 거죠.
8. 우리는 바로 옆집에 사는 주민들과도 모르며 살아갈 때가 많은데, 부러운 모습입니다.
책과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아쉽게 여겨졌던 부분이 바로 아이들 놀이터였습니다. 일단 우리나라에는 놀이터가 많지 않구요, 설치된 놀이터도 아이들끼리 규칙을 만들고 협력하면서 놀이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놀이터 바닥이 우레탄일 때보다는 모래일 때 아이들이 서로 협력하는 놀이를 더 잘할 수 있는데요, 정작 아이들 노는 것을 보면 엄마나 할머니와 와서 혼자 그네 타고 미끄럼 몇 번 타고 돌아갑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함께 놀면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와 할머니, 아빠도 이웃과 함께 인사하며 지낼 수 있거든요. 놀이터가 사회 연대의식을 높이고 이웃을 만나는 장이고, 아이들도 협력을 배우는 곳인데 현실은 놀이터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에요.
제가 놀이터 이야기를 먼저 드린 이유는 덴마크에서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아이들로 하여금 경쟁 보다는 협력하면서 자라도록 교육하기 때문입니다. 덴마크 학교에서는 1학년 때부터 7학년 때까지는 아예 점수를 매기는 시험도 없고, 그러니까 등수를 매기는 시험도 없다고 해요. 심지어 한 담임 선생님 하에서 같은 학생들이 9학년까지 무려 9년을 함께 지내는 거죠. 이 정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면 이건 친구가 아니라 거의 동지 수준이 됩니다. 아주 끈끈한 사이가 되는 거죠. 8학년부터는 시험을 치고 등수도 나오는데, 시험 성적 때문에 루저가 되는 경우는 아예 없어요. 왕따도 없구요. 왜냐하면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함께 해왔고, 각자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성적이라는 하나의 잣대로만 서로를 평가하지 않게 되는거죠. 일찍부터 아이들을 경쟁시키고, 경쟁에서 이기도록 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우리 사회와는 정말 다른 풍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교육 수준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9. 어떤 행복의 선순환이라 할까요, 이웃간의 연대, 정부에 대한 신뢰, 평등한 사회, 자존감이 높은 사회가 연결이 되면서 개인들의 행복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책의 제목대로, 덴마크는 행복한 사회가 되었는데,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덴마크가 얼마나 평등하고 협력적인 사회인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있는데요, 40분 정도 이동하는 열차 안에서 옆자리에 모르는 누군가와 함께 앉게 되면 내릴 때 협동조합이 하나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서로 간 네트워킹에 관심이 많고 서로를 정말 중요하고 내 삶에 함께 하고 싶은 사람으로 존중한다는 것을 말하는거죠. 몇 일 전에 제가 평택에 강의가 있어서 열차를 타고 세 시간을 갔는데요, 공교롭게 평택으로 갈 때 함께 앉은 분과 대구로 올 때 함께 앉은 분이 같은 분이었어요. 협동조합은커녕 서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말을 붙여볼까 하다가도 그 분에게 폐가 될까봐 말을 하지 않았는데요, 덴마크라면 그 시간이면 협동조합이 6개 만들어졌겠지요. 오연호씨는 택시 기사 밀보씨와의 인터뷰도 소개하는데요, 택시 기사 밀보씨는 자신은 누구도 부럽지 않고, 택시 기사일을 통해 세계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고 해요.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자존감, 타인에 대한 존중,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는 실천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10.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정말 행복하려면, 이분법적 사고를 뛰어 넘을 수 있어야 합니다. 덴마크 사람들은 부자냐 가난한 자인지, 우파인지 좌파인지 하는 것이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 예로 덴마크에는 유연안정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유연성이라고 하면 기업이 해고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거구요, 안정성이라고 하면 노동자들에게 안정된 소득과 고용을 보장하는 거에요. 언뜻 생각하면 유연성과 안정성을 대비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죠? 그런데 덴마크 사람들은 기업을 위해서는 노동자들을 해고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에 동의했어요. 그리고 노동자들에게는 안정된 소득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도 모든 사람들이 동의를 했고, 이것을 이분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기업이 노동자를 해고하면 노동자들에게 실업 급여를 제공하고 재취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았어요. 그게 바로 유연안정성이라는 겁니다. 심지어 이런 합의가 1899년에 이뤄져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구요, 덴마크가 해운회사인 머스크나 장난감 회사인 레고 같은 경쟁력있는 회사를 탄생시키면서도, OECD 회원국 중 직장만족도 1위를 이뤄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죠? 좌파냐 우파냐, 종북이냐 아니냐, 친일이냐 아니냐, 유연성이냐 안정성이냐, 효율성이냐 평등이냐 하는 것들을 넘어서는 상상력이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제가 12월에 이 책을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내가 추구하고 살아온 삶의 방향이 옳았는지, 나는 어떤 이분법에 빠져 살았는지, 내 삶은 행복한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 연말에 생각해보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구요, 행복은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덴마크의 사례에서 보듯이 같이, 함께 이뤄가는거죠. 이 책을 읽으시고 가족 모임에서 망년회에 가셔서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 대구교통방송 라디오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책을 소개하는 코너에 나가고
있습니다. 거기서 소개해드리는 책을 이 곳에도 소개해드릴 생각입니다. 라디오에 나가는 대본 그대로 옮겨
둡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