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퍼슨
크리스틴 루페니언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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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 했던가. 34살 로버트가 20살 마고와 만나는 장면을 보며 떠올린 생각이다. 예술영화 전용극장의 구내매점에서 일하는 마고가 로버트를 만났던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특별하다면 로버트가 레드마인스를 한 상자나 구매했다는 것? 그런 일은 마고가 일하는 동안 처음이었고 그래서 시선이 갔나 보다. 하지만 20살 여자의 눈에 34살 남자는 완전 아저씨 같게 여겨지지 않았나 몰라. 마고 나이 때의 나에에 34살은 그렇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캣퍼슨》표지그림이 호기심을 자극 책을 펴들도록 유혹하고 있다. 책속에서 나는 어떤 감각적인 시선과 접하게 될까?

 

여러가지 사연을 거쳐 첫 데이트를 하게 되고 성인들이 들어가는 술집 밖에서 마고의 진짜 나이도 알게 된다. 첫 데이트가 끝나고 기분 좋게 다음을 기다리는 로버트에게 날아든 한 통의 문자는 안녕, 당신한테 관심 없어. 이제 나한테 문자메세지 보내지마. (p.51)라는 냉혹한 이별통고였다. 상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몇번의 만남을 가져봐야 하는 것 아니었어? 남자와 여자가 만나 인연을 이어가면 그들 사이의 관계에서 여자가 약자가 된다는 것은 동양적인 내 생각에 불과한 것이겠지. 그렇다고 믿을래. 많은 책들을 읽다보면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느끼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단편보다 장편을 좋아하기에 더 그러하다. 로버트와 마고의 관계를 원나잇이라고 결론짓기도 힘들고 하룻밤 만남으로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한 인연을 뭐라 말해야 할까?

 

12살, 자신은 어리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엔 어려보이는 나이.  제시카가 공원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20대 중반의 그(찰리)를 만난 것도 12살 나이였다. 희대의 범죄자 찰리 맨슨의 노래를 들려주며 밤에 자신은 만나러 공원으로 오라고 유혹하는 그, 제시카의 선택은 위험한 만남을 거부하는 것이었고 그 공원에서 이웃에 사는 또래의 소녀가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제시카에게 음악을 들려준 노숙자가 범인일까?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그날밤 제시카가 그 남자를 만나러 공원에 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인생이라는 갈림길에서 선택되지 못한 다른 길에 대한 호기심은 평생토록 남겨져 궁금증을 자아낸다.

 

《캣퍼슨》에는 캣퍼슨/ 룩 앳 유어 게임, 걸/ 정어리/ 한밤에 달리는 사람/ 거울, 양동이, 오래된 넓적다리뼈/ 나쁜 아이/ 좋은 남자/ 풀장의 소년/ 겁먹다/ 성냥갑 증후군/ 죽고 싶은 여자/ 무는 여자 등 12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다. '나쁜 아이' 속의 남자는 정말 나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에 의해 나쁘 사람으로 몰린 것은 아닐까. 비교 할 대상은 아니지만 처음 매운 맛을 맛보고 마음에 들어 점 점 더 강한 매운맛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어떤 이유로 인해 매운맛을 먹지 못하게 되었지만 매운맛에 중독되는 것처럼 나쁜 짓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단편 하나가 발표되고 트위터를 통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읽어본 사람들끼리 찬성과 반대파로 나뉘어서 토론을 벌였다는 '캣퍼슨', 나는 찬성쪽일?까 반대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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