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 - 피해자 없는 범죄, 성폭력 수사 관행 고발 보고서
T. 크리스천 밀러.켄 암스트롱 지음, 노지양 옮김 / 반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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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강간이야기, 아니 믿고 싶지 않은 강간이야기라 말하고 싶다.  책을 읽으며 세상 누가 강간을 핑계로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고 싶어할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에는 강간을 당했다 신고한 마리라는 18살 소녀의 이야기가 먼저 등장한다. 연쇄살인범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연쇄강간범이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건만 왜 생각치 못했을까? 강간은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폭력 범죄 유형 중 하나 (p.29) 강간이 젊은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읽으면서 느껴지는 충격은 대단했다. 

 

왜 그럴까? 사건이 일어나면 신속히 신고하는 다른 범죄들과 달리 강간 사건은 신고하는 이가 적다 한다. 너 강간당한 거 맞니? (p.175) 강간당했다는 마리의 증언에 의심을 품은 주변 사람들이 말이다. 관심받고 싶어 허구를 만들어 낸 것 아니냐고. 마리는 정말 관심받고 싶어 거짓말을 한 것일까? 수사를 담당하는 사람이 피해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의지가 적용될까 싶어. 성폭력 응급 키트/ 강간 피해자 지원 단체/ 성폭력 전담 간호사 등 피해를 당한 이들을 위해 이런 것들이 존재해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것들이 준비되어져 있을까?

살인 사건이 흑과 백이라면 강간 사건은 온통 회색지대일 뿐이다. (p.38) 강간은 다른 어떤 범죄보다 더 끔찍한 범죄다. 성 폭력 피해 여성들은 가해자에 의해 피해를 당하면서 세상의 차가운 시선에 다시 상처를 입어야 한다. 그것은 평생 피해자에게 지워지지 않는 상처로 남겨진다. 스테이시 갤브레이스 형사(성범죄 전담 부서)와 에드나 헨더샷 형사(대인 범죄 수사과)는 사건을 포기하지 않고 철저하게 연쇄강간범을 뒤쫓아 마리가 강간당한 사실을 증명해 낸 여성들이다. 그들외에 수많은 사람들의 공조로 연쇄살인범을 붙잡혔고 덕분에 피해당한 여성들의 '허위 신고죄'가 풀렸지. 관심받고 싶어 강간당했다는 신고를 한다는 것이 말이 돼?

성폭력범죄가 모르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보다 가족이나 지인 등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더 많다. 책속에서 주인공에 해당하는 여형사는 동성에 의해 저질러진 성폭력 사건을 해결했음에도 오히려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린 소년의 장래를 망쳤다며' 비난을 들어야 했다. 만약 소년이 처벌받지 않았다면 성범죄는 저질러도 되는 것으로 알고 성장하지 않았을까? "내가 한 것이라곤 살아남은 것 뿐인데 나는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 (p.294) 강간을 당하고 몸을 더럽혔다는 이유로 목숨을 버려야 했던 중세 시대 여성들에게 살아남은 것은 오히려 죄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현대에서도 그것이 죄가 되는거야?

마치 '너는' 당할만 해서 당했다고 말하는 듯, '피해자가 빌미를 제공했다', '옷차림이 야해서', '성적 흥분을 부추기는 행동을 해서' 등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아가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백인/ 짧은 금발/ 녹갈색 눈/ 190㎝/ 몸무게 82 등이 연쇄강간 용의자의 용모다. 한편 책은 용의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렸을 적(5살) 부모와 함께 영화를 보다 자신의 성향을 알게 되었다는 용의자, 그에게 성범죄를 당한 여성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일까? 또 '피해자다움'이란 어떤 것일까? 성폭력 피해자는 이러해야 한다는 틀을 만들어두고 거기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사람은 무고를 했다고 하는 것일까?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할 말이 많지만 다 쓰지 못하는 글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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