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 - 가족 호칭 개선 투쟁기
배윤민정 지음 / 푸른숲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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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페미니스트는 아닙니다. 페니스트란 '페미니즘을 따르거나 주장하는 사람을 말하며, 여기서 페미니즘이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나 사상을 뜻한다' 위와 같은 뜻을 내장하고 있네요. 하지만 책을 보며 제가 페미니스트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남성과 여성의 차별적 대우를 싫어해요. 여성이기에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도 싫어요. 배윤민정의《나는 당신들의 아랫사람이 아닙니다》를 읽으면서 호칭에 많은 차별이 존재해왔음도 알게 되었지요. 형제 간에 위·아래 등 계급이 존재하다니 아이러니하네요. 그동안 수평계급인 줄 알았거든요. 지금부터 하나씩 바꿔가려해도 힘들 것 같다는 것은 미리 겁을 먹고 하는 지레짐작에 불과할까요? 엄청난 반대에 부딕칠 것 같기는 해요.

아버님/ 어머님/ 아주버님(남편의 형)/ 형님(형의 아내 혹은 남편의 누나)/ 도련님(남편의 남동생, 결혼 후에는 서방님)/ 아가씨(남편의 여동생) 등은 여성이 결혼을 통해 이루어진 새로운 관계에서 생겨나는 호칭들이다. 특히 도련님과 아가씨가 어떤 의미로 불리는 호칭인지 알게 되면서 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면 남성은 어떠한가. 형수씨(형의 아내)/ 제수씨(동생의 아내)/ 장인/ 장모/ 처형(아내의 언니)/ 처제(아내의 여동생)/ 처남(아내의 오빠나 남동생) 등으로 부른다. 시댁이나 처가의 호칭에서도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감되는 말(단어)들이 많았다. 지금의 수직적으로 보여지는 호칭이 아닌 수평적 관계로 여겨질만한 새로운 호칭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봐야겠다. 전통이라는 말로 미화 하기만 할것은 아니다.

올케란 오빠의 아내를 이르는 말이거나 남동생의 아내를 부르는 호칭이다. 그런데 올케가 오라비의 계집이란 뜻도 있단다. 여기서 생각나는 것이 삼종지도(三從之道)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후에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말, 여자는 홀로서기가 불가능한 존재라는 말일까? "우리 모두 '아주버님', '형님', '도련님'이라는 호칭 대신 이름에 '님'자를 붙여서 불러보면 어떨까요?​" (p.11)라는 제의(의견)에서 불화(사건)는 시작되었다. 그것이 그렇게 큰 일일까? 하다가 그럴수도 있겠구나 하는 긍정이 들기도 했다. 형님으로 불린다는 것은 윗사람 대접이라는 의미(?)인데 그것을 수평적 관계로 만든다니 싫기도 하겠다는 생각, 하지만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 관계에는 나보다 나이를 더 먹은 조카나 더 어린 삼촌도 있을 수 있다.

여기서는 윗사람이지만 저쪽에 가서 아랫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이 관계다. 이름 끝에 '님'으로 호칭을 정리하는 것도 괜찮겠어. 한편 호칭 논쟁을 1년 넘게 이끌어 갔다는 점에서 저자 배윤민정 씨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라면 시작은 할수 있겠지만 반대에 부딕히면 좌절? "주제를 선택해도 꼭 그런 걸… 어휴… 그깟 호칭 때문에 1년이나? 어휴." (p.112) 부터 "자격지심 아니야?" 라는 말까지, 말 그대로 그깟 호칭이라면 왜 그리 바뀌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일까? ​예전에 여자는 결혼해서 시댁에 들어가면 입 막고 3년 눈 감고 3년 귀 닫고 3년을 살아야 식구로 인정받는다 했다. 반면 남자는 처음부터 백년손님으로 불리며 어려운 존재로 대접받아왔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호칭들, 이것도 차별이라면 차별이겠구나 싶다.

나는 여기에 모인 모든 사람에게 ​'님'자를 붙여서 부르는데, 이들 중 나에게 '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네. (p.137) 부부는 동등한 관계다. 그런데 그를 결혼 상대로 선택했다 하여 여자는 아랫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재미난 것은 내가 시댁을 대할때 부당하다 여기는 것도 친정에서 오빠나 남동생의 아내 즉 올케를 대할때면 달라진다는 것이다. 윗사람으로서 불리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바로 시월드 아닐까? 요즘은 처월드가 더 기승을 부린다는 말은 들어봤다. 이 책을 시작으로 호칭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 알면 알수록 유리한 것이 지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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