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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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범인이 곁에 있으면 어쩔래?" "만약 절친이라 여길 만큼 친한 사람이 그 사건의 범인이라면…… 만약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그 사건의 범인이라면……." (p.216) 사람을 사귈때 어떤 조건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만약 내가 알고 잇는 사람이 이런 비밀을 숨기고 있다면 과연 알기전처럼 친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야쿠마루 가쿠의 신작《우죄》는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거의 죄로 인해 현재가 무너져서는 안되겠지만 과거가 단순히 과거로 끝나지 않고 나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범죄자가 내 주변에 사는 것을 싫어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살펴보는 것일게다.

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미성년자보호법이 관련된 것을 많이 보게 된다.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는 국가의 보호를 받지만 피해자와 가족들은 언론에 노출되어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에 다시 상처를 입게 된다. 피해자의 가족은 방치된 채 범인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의료소년원을 나오면서 이름과 경력을 싹 갈아치우고 다른 사람이 되어 살아간다. 과거를 숨긴 채 가와켄제작소에 취업한 마스다 준이치(27세)는 같은 날 입사한 스즈키 히데토(27세)와 친구가 된다. 은둔형 외토리인 스즈키는 마스다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되지. '고쿠샤신 사건'의 가해자로 의심되는 친구, 정말 그는 '고쿠샤신 사건'의 범인일까?

'법률에 의해 심신상실자의 행위는 이를 벌하지 않는다. 심신모약자의 행위는 그 형을 감경한다.' - 일본 형법 제 39조

저자 야쿠마루 가쿠는 《신의 아이》,《악당》,《침묵을 삼킨 소년》,《허몽》​등을 통해 만났다. 그의 소설 공통점은 죄를 저질렀지만 <미성년자 보호법>의 보호 아래서 국가의 보호를 받는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들어 있다는 것, 지금 읽고 있는 《우죄》또한 가해자는 국가에 의해 철저하게 신분을 보호받지만 피해자의 가족들은 세월이 흘러도 언론에 의해 제2, 제3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 책을 읽다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예전에 쓴 서평을 다시 읽어봤다. 내가 이런 기분으로 책을 읽었구나 하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졌다고 할까나. 가와켄제작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며 그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비밀을 안고 살아간다.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 ​사무직원 후지사와 미요코(26세)도 그중 한 사람이다. 주인공 마스다 준이치가 숨기고 싶어하는 비밀이 중2때 친구 사쿠라이 마나부가 자살한 사건이라면, 후지사와 미요코의 비밀은? 교정국 직원이자 정신과 의사라는 시라이시 야요이가 찾는 히데토는 누구? 중2때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의료소년원에 들어갔고 지금 사회로 복귀해 다른 이름을 얻어 살아간다는 히데토, '인간은 욕심 많고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동물'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인간은 몸뿐 아니라 마음까지 상처 입는 동물이기도 하다'는 말에도 공감한다. 이것이 내가 일본 추리 소설을 즐겨읽는 이유기도 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남학생 두 명이 잇달아 살해당한 사건, 범인은 당시 중학교 2학년 '아오야기 겐타로'​라는 이름의 남학생으로 밝혀졌다. 이것이 '고쿠쟈신 사건'의 전말이다. 저자는 <여고생 콘크리트 사건>을 계기로 소년법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여 어떤 사건인지 궁금해 살펴봤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피해자 후라타 준코(17세)가 납치 감금당한 끝에 끔찍하게 살해당한 사건, 범인들은 미성년자로 이루어진 4명의 청소년 등이었으며 미성년자 보호법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았다 한다. 만약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가해자의 정체와 현 거주지가 노출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지만 그럼에도 피해자의 가족들은 복수를 하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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