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변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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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些少)하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국어사전에 '사소하다'는 '보잘것없이 작거나 적다'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사소한 변화》에 들어간 '사소'도 같은 의미로 보면 되는 것일까? 비슷한 의미로 '작고 대수롭지 아니하다'라는 뜻의 소소(小小)가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은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이전에《몽환화》를 읽은 것이 마지막이랄까.《사소한 변화》의 주인공 나루세 준이치(24살)는 소심하고 겁이 많으며 조용한 성격의 청년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며 화방에서 만난 여자친구 하무라 메구미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그런 청년이 변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어떤 사고를 접하면서다.

방을 구하러 부동산에 들렀다 우연히 겪게 되는 무장강도 사건은 나루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총에 맞을 위기에 처한 어린 소녀를 구하려다 대신 총을 맞아버린 것, 그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평소 그의 성격대로라면 절대 위험 앞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졌고 '뇌이식'이라는 수술을 통해 죽음 앞에서 생환하게 된다. 죽었다 되살아나고 국민들에게 영웅으로 불리게 되었으니 좋은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 벌어지는 일을 보면 좋다고만 할수는 없다. '도너'나 '호스트'라는 단어의 뜻이 이렇게도 쓰인다는 것도 배웠다. 장기이식은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까? 의학이 발전해가며 쓸수있는 장기도 늘어간다. 하지만 뇌를 이식한다는 것은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의《변신》​은 2005년 창해 출판사를 통해 처음 국내에 소개되었다. 읽은 기억은 있는데 내용이 기억나지 않은 것이 왜 그럴까 했더니 잊어도 이상하지 않을만큼 세월이 흘렀던 것이었어. 2019년 비채에서《사소한 변화》라는 새로운 제목을 달고 다시 출간된 책을 만났다. 뇌수술이후 성격이 변해가는 나루세 준이치를 지켜보면서 그의 변화가 어디까지인지 하는 호기심도 생겨났지. 제목은 사소하다 말하지만 절대 사소하지 않은 변화가 이어져 갔다. 내 안의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분명히 예전의 내가 아니다. (p.139)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 아닌 급격한 변화를 보여지며 주인공을 긴장시키고 있다.

"도키오의 뇌가 살아 있나? 살아 있다고 생각해도 되나?" (p.168) ​어떤 이유에서인지 장기 기증자와 그것을 받는 수혜자는 서로 알수도 없을뿐더러 알아서도 안된다고 하네요. 병원에서 철저히 비밀을 유지하고 있다고요. 그런 의미에서 호스트 나루세 준이치가 도너의 신분을 알게 된 것도 특이한 일이라 보여집니다. 사람의 마음(영혼)은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요? 가슴(심장)에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머리(두뇌)에 속한다고 말하기도 하지요. 뇌이식후 성격이 바뀌어가는 나루세 준이치를 보면서 머리에 있겠다는 상상도 해봅니다. 2005년에 '뇌이식'을 주제로 하는 소설을 썼다는 것이 놀라워요. 작가의 상상력은 어디까지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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