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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의 재구성 -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 걸까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9년 4월
평점 :
국내에서 이름을 믿고 선택해서 읽는 몇 안되는 작가 중 하나가 도진기 작가다. 도진기 변호사는 판사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서울센트럴에서 일하고 있다. 활발한 작가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 어느쪽이 본업인지 판단이 되지 않아. 처음 저자의 책《붉은 집 살인사건》을 만났을때 현직 판사라는 것이 특이해서 읽었으며 현실감 느껴지는 스토리가 마음에 들어 팬이 되었다. 지금 난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좋은지 '백수 진구'가 좋은지 선택하기 힘들어 고민하는 상황이랄까. 재판정에 나가지 않고 뒤에서 활약하는 고진을 응원하기도 하고 여자친구 해미에게 쩔쩔매는 진구를 보며 안쓰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유전무죄만 아니면 괜찮은걸까?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우리는 판사/ 검사/ 변호사 등의 법관을 대함에 있어 솔로몬과 같은 판단과 판결을 요구한다. 그들 또한 실수가 자연스러운 사람임을 잊어버린 것인지도. 그래서 그들의 실수를 냉혹한 시선과 언어로 질타하게 되기도 하지.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왔다《합리적 의심》을 읽으며 그들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스레 인식하게 되었다. 제목이기도 한 <합리적 의심>이란 단어를 처음 접한 것도 전작《합리적 의심》을 통해서다. 어떤 사건은 읽으면서 화를 내며 그렇게 판결한 판사를 원망하기도 한다. 물론 직접 대하지 않고 방송을 통해 봤기에 더 분위기에 이끌리는 면도 있다.
정당방위: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 형법은 이러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기로 하였다. (형법 21조)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 질환이 조현병(정신분열병)이다. 요즘 TV 뉴스를 통해 자주 듣게 되는 단어라 이것이 뭘까 궁금해 검색해 봤다. 법을 대표하는 상징물 정의의 여신상은 오른쪽엔 칼을, 왼쪽엔 저울을 들고 있다. 정의의 여신은 두 눈을 가리고 있는데 이는 정의와 불의의 판정에 있어 사사로움을 떠나 공평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상징이다. 책속에 소개된 교고쿠 나츠히코의《망량의 상자》를 찾아 읽어봐야겠다. 나와 성향이 맞지 않을 것 같아 읽기를 망설이고 있었거든. 편식이 몸에 나쁘듯 편독 취향도 좋지 않으니 골고루 읽어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지.
소설은 소설이기에 나에게 와닿는 위험이 없다는 위로를 받게 되지만 도진기 작가의《판결의 재구성》은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들, 이미 판결난 기록들을 가지고 재구성 한것이기에 더욱 더 가까이 다가왔고 위험이 느껴졌다. 나 혹은 내 가족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안전장치 없는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책에 몰입하고 분노하게 되는 것 같다. 우리에겐 순간처럼 느껴지는 하나의 판결을 내리기 위해 심사숙고 고심하는 판사들의 고뇌를 느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일은 이렇게 무겁고 힘겨운 일이야. 옛말에 법원과 화장실은 멀리할수록 좋다고 했던가? 왜인지 모르지만 그 소리를 들은 기억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