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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곡
윤재성 지음 / 새움 / 2019년 3월
평점 :
올해 무슨 일인지 식목일을 전후해서 하루가 멀다하고 화재 소식을 접하고 있다. 화재로 인해 살아가는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노라면 무섭다는 두려움을 떠나 공포심이 생겨날 지경이다. 새움에서 출간된 윤재성 작가의 소설《화곡》도 화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방화범으로 인해 여동생을 잃고 심각한 화상을 입은 문형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이었다. 공무원, 합격하기는 어려워도 합격하면 평생 직장 걱정은 없는 철밥통이란 말을 들었다. 그래서 어른들은 공무원 며느리나 사위가 좋단다. 최소한 내 자식(아들·딸) 밥은 안굶길테니까. 정말 그럴까? 방화광과 그를 모방하는 또 다른 방화범들, 화재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나쁜 놈들.
깊은 밤에 원룸에서 일어난 화재는 여동생의 목숨을 앗아갔다. 제목인 '화곡'은 '불 탄 자의 곡소리'다. 화마로 인해 흉측한 외모를 갖게 된 형진, 그가 정말로 잃은 것은 집도 가족도 아니었다. 방화범이 앗아간 것은 인간의 자격이었다. (p.34) 사람의 인상을 처음 결정하는 것은 외모다. 처음 보는 사람이 흉측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면 다른 사람이 두려워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 사람을 안쓰러워 하기보다 두려워하며 피하고자 한다. 본의 아니게 세상에서 왕따를 당한다. 화상으로 인해 형진은 공무원이란 꿈을 포기해야 했으며 취업을 하지도 못하고 결국 노숙자로 전락하게 되지. 과연 형진은 방화범을 잡을 수 있을까?
형진이 발견한 '입에서 불을 뿜어대는 괴한'의 존재는 오간데 없고 경찰은 부주의가 부른 단순 화재 사건으로 처리해 버렸다. 이제 형진이 살아가는 목적은 여동생을 죽음으로 몬 화재 방화범을 잡는 것이다. '우린 언젠가, 내가 나를 구하리란 희망으로 하루를 살아가는유배자들일세. 때가 오면 자네도 그렇게 될 거야.' (p.254) 노숙자 최전무가 노숙자 문형진에게 했던 말이다. 더 나아지리란 희망을 잃고도 살아가는 이유 , 노숙자 최전무가 하는 말이 이해되지는 않지만 아주 작은 희망이나마 꿈꾸는 것이 좋다는 말로 이해하려 한다. 정체를 알수없는 방화광, 문형진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은 그의 정체가 궁금하다.
혼자뿐이던 형진에게 동지들이 생겨났다. 적지만 그와 함께 방화범을 잡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화마에 의해 모든 것을 잃었지만 마지막 하나를 남겨둔 남자, 그것은 형체도 존재하지 않는 정의감이다. 다른 사회적 약자를 생각할 줄 아는 그런 자비심, 사회에서 버려졌지만 다시 일어나 세상을 향해 걸어간다. "도와줘요! 누가 좀 도와줘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 여기 좀 와달라고. 제발……!" (p.350) 세상에서 버림받고 세상을 증오하게 되었지만 결국 돌아가야 할 곳도 세상이었다. 그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민 것처럼 누군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줄까? 인간은 선과 악을 모두 가지고 있다. 선과 악 중에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