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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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바라보는 달은 항상 같은 면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과학적인 사실을 곁들여 말하자면 달은 자전과 공전 주기가 같아서 지구에서 바라볼 때 항상 같은 면만 보인다고 한다. 분명 존재는 하나 지구에선 볼 수 없는 달의 뒷면. 보이지 않는 어떤 의미로는 가려져있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까? 수로로 둘러싸인 물의 도시 야나쿠라가 이 소설의 배경이다. 야나쿠라는 물의 도시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야나가와(柳川)라는 실제 도시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수로를 실제로 본 적이 없기에 조금 깊은 시냇물 정도를 예상했는데 강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폭이 넓었다. '그것'을 본 인상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깊고, 짙고, 바닥이 보이지 않는 걸쭉한 녹색. 지상에 드러나 있는 무기질적이고 지나온 세월이 짧은 콘크리트며 아스팔트에 비해 '그것'은 너무나도 복잡한 유기물 집합체 같았다. 그래, '그것'은 분명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p.9) 처음에 이 글만 읽었을 때는 표현이 특이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사진으로나마 수로의 모습을 보니 그 말이 바로 공감되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야나가와에 가보고 싶다.

쓰카자기 다몬. 어쩐지 이름이 낯익어서 찾아보니 예전에 봤던 책「불연속 세계」에 등장하는 다몬과 동일인물이었다.「달의 뒷면」에 등장하는 다몬이 원조격이고, 그 다몬이 주가 되어 재등장한 단편이 전에 읽었던「불연속 세계」였다. 이 책에서 뜻하지 않게 다몬을 다시 만나게 되니 무척 반가웠다. 전직 대학교수이자 그의 선생이었던 미쿠마 교이치로의 초대을 받고 야나쿠라로 향하게된 다몬. 다몬은 교이치로에게 그곳 야나쿠라에서 일어났던 기이한 사건에 대해 전해듣게 된다.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다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

실종자들의 공통점은 각각 예순살(60세), 일흔살(70세), 일흔세살(73세)등 나이가 많은 노인이라는 것과 사건이 벌어졌을 때 창문이 열려있었다는 것, 그리고 집이 수로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미스터리한 점은 며칠이 지나 실종자들이 사라질 때와 마찬가지로 갑작스럽게 나타났다는 것, 돌아온 사람들은 본인이 사라졌던 기간 동안의 일에 대해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신문사 지부장인 다카야스 노리히사와 교이치로의 딸 아이코도 합류해 본격적으로 사건의 진상을 뒤쫓기 시작한다. 뭐랄까요, 세상엔 설명할 수 없는 일, 설명 안 해도 되는 일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p.71)

공포는 귀신이나 살인 사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것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것에서도 찾아올 수 있다. 그것이 한밤중에 창문에 비친 이상한 그림자일수도 있고, 어디선가 들려올오는 알 수 없는 소리일수도 있다. 마을사람에게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장소인 수로, 그 수로가 실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곳이라면? 스티븐 킹의「그것」을 연상케 해준다. '그것'에서도 수로는 중요한 역활을 했었다. 중요한 장면은 아니지만 교이치로와 다몬이 책 제목으로 문학 끝말잇기를 하는 부분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마치 일본버전 책 끝말잇기처럼 느껴졌달까. 카페 몽실클럽에서 열심히 하던 책 끝말잇기를 생각하며 혼자 재미있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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