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춤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1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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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는 유난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취향이 잘 맞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면에 지루하고 이해가 잘 안된다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굳히 말하자면 좋아하는 쪽에 가깝다. 온다 리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단편집「나비」를 접하면서 였다. 지금까지 보았던 소설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독특하고 환상적인 내용에 반해 일부로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기도 했다. 지금까지 읽어본 바로는 단편도 좋지만 대체로 장편 쪽이 내 취향에 맞는다. <교신>은 특이하게 속표지 속에 숨어있었다. 나름 책을 깨끗하게 본다고 겉표지를 홀랑 벗기고 보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이게 뭐지 싶어 일부로 작가의 말까지 찾아보다 그것도 하나의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변심>을 읽다보니 예전에 한참 즐겼던 방 탈출 게임이 생각난다. 방 탈출 게임이 방 안에 숨은 단서들를 모아 최종적으로 방을 탈출하는 것이라면, 이 내용에서는 책상 위의 물건들을 단서로 사라진 가바시마의 행방을 찾아나선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어느날 갑자기 아무 말 없이 자취를 감춘 친구이자 직장동료 가바시마. 밖에 나간 것도 아니고 화장실에 간 것도 아니라는데 과연 가바시마는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도무지 연락조차 되지않는다. 주인공 시로야마는 그의 행방에 의문점을 품고 혹시나 그의 행방에 단서가 될만한 것이 있을까 그의 책상을 살펴본다. 꺼진 컴퓨터와 달리 켜져있는 조명등, 낮은 의자, 책상 끝에 아슬아슬하게 놓인 머그컵 등 어쩌면 사소한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책상 주변의 물건들은 결국 퍼즐 조각처럼 하나하나 맞춰저 결국에는 아무도 생각치도 못했던 커다란 단서가 되어 나타난다.

"어째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나요? 어째서 둘 다 선택하면 안 되는 거죠? 모두가 똑같은 걸 본다고 똑같이 느낀다는 범은 없지 않을까요? 그런 거,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p.39) 공감되는 말이다. 살면서 우리는 많은 선택을 하고 살아간다. 그것이 오늘 점심메뉴를 고르는 간단한 것일수도 있고 대학이나 직장을 고르는 중대한 것일수도 있다. 선택을 망설이다 선택장애라는 소리를 듣거나 선택은 하나만 할 것을 은연 중에 강요당하는 때가 종종 있다. 그것이 가진 돈이 한정되서이든 그 밖에 다른 이유에서이든 말이다. "이거 보세요. 충치가 생기니까 과자를 하나만 먹으라는 것하고 용도에 따라 괘종시계와 손목시계를 구분해서 쓰자는 것하고 어째서 같은 논점에서 이야기하려는 거죠? 우유부단이나 단정이나 둘 다 똑같이 민폐라고 생각하는데요." (p.40)

한때 화제가 되었다는 '새오체'가 이 책에 실린 단편 <충고>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새오체가 무엇인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새오체란 어린아이들이 쓴 글씨처럼 일부로 삐뚤빼뚤하고 맟춤법도 서툴게 쓴 말투을 뜻한다고 나와있다. '나는 충전기애오 목이 마니 야캐요 살살 다러주세오 그러치 아느면 주인님은 곤란하꺼에오' 이런 식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소재로 온갖 종류의 패러디들이 나와있다. 이걸 보다보니 내가 쓰는 물건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나에게 과연 어떤 말을 할지가 궁금해진다. '안녕하세오 신세 만아오 주인님 산책 공놀이 늘 고맙스이다' (p.47) 얼핏보면 장난편지 같기도 하지만 사실 UFO을 조우한 개가 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주인에게 보낸 편지이다. <충고>와 짝을 이루는 <협력>에서는 고양이 버전으로 나와있다.

단편집인 것은 애초에 알고 있었지만 아뿔싸, 이 한권에 단편이 이렇게 많이 들어있을 줄이야. 한번 세어보니 총 19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한 10~ 12편 정도만 실려있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너무 많은 수의 단편이 실려있어 한편 한편의 분량이 너무 짧다는 점이 제일 아쉬웠다. 가장 짧은 단편은 고작 3페이지에 불과했다. 마치 영화 예고편을 본 기분이랄까. 분량이 짧다보니 좀 볼만하다 싶으면 어느섀 끝나버린다는 점이 제일 아쉬웠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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