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는 숲, 숲으로 가자 - 어머니 약손처럼 찌든 삶과 아픈 몸을 어루만진다
윤동혁 지음 / 거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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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 증후군은 새로 집을 지을 때 공업용접착제와 건축자재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이사람에게 끼치는 피해를 말한다. 톨루엔, 벤젠, PVC코팅 등에서 VOCs(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나와 거주자의 심신에 고통을 준다. 언론에서 듣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아토피를 앓는 아이들 집의 벽지와 장판지를 친환경소재로 바꾸자마자 감쪽같이 나아졌다.

자연다큐멘터리를 만드는 방송사 PD였던 윤동혁의 「나를 살리는 숲, 숲으로 가자」[거름. 2006]에 나오는 얘기다. 아토피를 겪었던 고통을 보여주는 사진들과 벽지와 장판지 교체로 짧은 시간에 뚜렷하게 달라지는 아이들의 표정은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참에 벽지와 장판지 교체를 알아볼 정도로.

이 책은 이렇게 친환경 요법으로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질병과 화학증후군의 놀라운 치유사례를 보여준다. 몸이 약하고 병을 앓는 사람들이 맨발로 숲을 걷고 밖에서 자는 것으로 생기를 얻은 변화가 인상깊다. 군대 시절 산 속에서 잘 때 푹 잤던 일이 떠올랐다.

또, 자연이 내뿜는 신비로운 성분들에 관한 과학적 실험들과 자연치료의 선진국 일본과 독일 등지에서 진행된 취재를 담았다. 좁은 철창 안에서 알만 낳다가 도축장에서 치킨이 되는 폐계닭을 숲에 풀어놓자 털이 다시 나고 닭벼슬이 우뚝 서는 모습은 놀라울 따름이다. 집에서 기르는 돼지들을 숲에 풀어놓고 야생으로 키우는 실험을 하자 4세대에는 멧돼지처럼 날카로운 어금니가 생겨난다.

식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후두엽 부위에서는 알파(a)파가 증가하여 평화로운 느낌을 주는데 이를 녹색쾌적성(green amenity)이라 한다. 음이온과 피톤치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삼림욕의 효과를 알려준다. 왜 숲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지 과학으로 설명을 한다.

서울을 떠나 강원도 횡성에 정착하여 맨발로 걸으며 따뜻한 웃음을 머금고 있는 지은이의 모습은 그의 글만큼 부드럽고 따뜻하다. 친절하게도 맨발로 산책할 수 있는 장소와 삼림욕하기 좋은 공원들 소개도 책 마지막에 잊지 않는다.

숲에는 여전히 평화로움과 고요함 그리고 아름다움이 있다. 우리가 조용하게 웃으며 숲속으로 걸어가면 숲은 어머니의 가슴으로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줄 것이다. 언제든지.
가까운 숲으로 산책을 하면서 녹색샤워(green shower)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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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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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623년에 일어난 인조반정은 서인이 임진왜란 때 곽재우와 같은 의병장을 대거 배출하면서 정권을 잡았던 북인과 광해군을 내쫓고, 선조의 5남을 인조로 추대한 사건이다.

 

서인들은 명나라의 파병요청을 거부한 것을 들어 광해군의 현실적인 외교정책에 반기를 들고, 친명배청 정책으로 급선회했으며 그것은 참혹한 병자호란을 낳았다.

 

명나라를 추종하고 청나라를 배격하기 위해서는, 청나라보다 군사력이 강해야 하는데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정묘호란(인조 5년, 1627)에서 병자호란(인조 14년, 1636)이 있기까지 9년 동안 서인 정권은 아무런 군사적 대비 없이 친명배청의 명분만 쌓다가 삼전도의 치욕을 당했다.

 

<남한산성>(학고재, 2007)을 읽으며 인조반정 내용을 찾아봤다. 소설 <남한산성>은 인조가 정묘호란 때처럼 강화도로 피신을 하려다 청의 진격을 피해 남한산성에 들어가 숨어있던 47일을 짧고 메마른 표현으로 적은 장편소설이다. <칼의 노래>로 임진왜란이란 절체절명의 역사로 수많은 독자들을 끌어들인 지은이 김훈은 다시 가장 치욕적인 역사가 할 수 있는 병자호란 현장으로 안내한다.  

 

결사항쟁을 고집하는 주전파 김상헌과 역적이라는 말을 들을지언정 현실을 인정하는 주화파 최명길,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영의정 김류, 그 사이에서 번민만 거듭하는 임금 인조가 성 안에서 벌이는 말들과 그 말싸움과는 별개로 피폐해져가는 남한산성 백성들의 참담함을 지독하게 꼼꼼하게 기록한다. 

 

남한산성 안에서 벌이는 말대결의 날카로움은 시간이 갈수록 가팔라지고, 망설이며 주저하는 인조는 시간이 갈수록 앙상해진다. 여기에 남한산성을 보는 첫 번째 재미가 있다. 김훈은 특유의 표현으로, 양쪽에 똑같이 무게 중심을 두는 비교, 대조법을 많이 사용하면서 양 편을 견주게 한다.

 

남한산성을 보는 두 번째 재미는 고통스러운 치욕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위의 사대부들이 말로써 전쟁을 할 때 백성들은 생활전쟁을 하면서 연명을 한다. 사대부들이 벌이는 언변이 화려할수록 백성들 삶의 비극은 더 커진다. 지은이가 읽는 이에게 전하는 묵직한 치욕, 그 치욕을 되새기며 새롭게 길을 모색해보게 된다. 그저 후회스런 기억으로 두지 않고 앞날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작가 김훈의 쓰라린 충고를 마음에 담는다.

 

곁말로 몇 자 보탠다. 알다시피 인조는 후금 칸에게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찧는다. 그리고 병자호란에 패한 대가로 세 아들(소현세자·봉림대군·인평대군)을 청나라의 인질로 보낸다. <장정일의 공부>(2006, 랜덤하우스중앙)에 나오는 아래 글을 읽으며 역사의 갈림길을 생각해본다.

 

청나라의 수도 심양에서 장장 9년간의 볼모 생활을 했던 소현세자는 그곳에서 국제 정세가 명분이 아닌 힘에 의해 좌우된다는 현실과, 천주교 신부와의 만남을 통해 서학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청나라의 후원으로 돌아온 소현세자는 원인 모를 급서를 한다. 인조는 청나라가 자신을 폐하고 소현세자를 왕위에 세우지 않을까 하고 의심했고 서인 정권은 청나라라는 현실을 인정하는 소현세자를 저주했다. 인조에 의한 세자의 독살설은 정황과 물증이 함께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가정이다. 세자 소현이 아담 샬(심양에서 만난 천주교 신부)과 교류할 때는 1644년으로 조선이 일본의 무력에 의해 개국하기 232년 전이었다. 역사에 가정법은 있을 수 없다지만 소현세자의 개방적인 이 사고는 그야말로 조선과 일본의 운명을 뒤바꿔 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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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정원준 지음 / 울림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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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없는 입술이 아니라 남에게 상처주지 않는 입술이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는 아니지만 정다운 이야기로 상대를 외롭지 않게 하는 목소리고 뒤뚱거리며 부족하지만 남을 뒤처지게 하지 않고 상대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 오리

 


집 주변 냇가를 걸으면 늘 꽥꽥거리며 인사하는 오리들이 <희망>(2005, 울림)을 읽고 나니 더 반갑다. 왠지 오늘은 더 깊은 속내를 얘기해줄 거 같다.


지은이 정원준은 <달과 사진사>(2005, 울림)로 알고 있었다.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키는 문장들로 꾸며진 그 책 덕에 자연스럽게 ‘희망’을 펼칠 수 있었다. ‘희망’은 위에 소개한 오리처럼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자연에서 건져 올린 귀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고통을 겪지 않고는 결코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없다고 ‘종’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진정한 고요함은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새벽녘에 찾아오듯 부드러움은 거친 풍파를 겪은 모래만이 가질 수 있는 거라고 '모래'가 털어놓는다. 세상에서 가장 큰 문은 크기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느냐에 달렸다고 속삭이는 '문'까지 자연과 이야기를 통해 전하는 희망은 결코 입에 발린 낱말이 아니다.

 

지은이가 평생에 걸친 고민들을 다듬어서 자연의 입을 빌려 전하는 우화들은 절망을 해본 사람이 전하는 희망이라 역설적으로 더 희망적이다. 사랑을 하고 절망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며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지은이가 직접 담은, 이야기와 어우러진 57장의 사진들을 찬찬히 쳐다보면서 희망을 다시 떠올려본다.

 

갈매기가 하늘을 휘돌고 있는 것은 낚아챌 물고기를 찾기 위함이며 뱃사람이 먼 바다를 바라봄은 내일의 항해를 기다림이라며 현재의 미치지 못함을 긍정하는 이야기나 세월을 낚는다는 것은 기회가 아름다운 꽃으로 필 수 있도록 우리의 아집과 욕망을 비우는 거룩한 시간이라며 위로하는 그의 말은 어찌나 가슴 한 편을 보듬는지. 천천히 아래 문장을 읽어보자.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큰 행복은 내 이름을 불러줄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 바다의 별

 

너무 큰 거를 바라며 현실에 불만을 쌓아 놓는 사람들에게 그는 사랑으로 희망을 얘기한다. 비록 죽더라도 세상에 살면서 처음으로 느껴본 따뜻한 가슴 속에 묻히고 싶은 게 나방의 심정이란 걸 알면서 새삼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리고 나를 진정으로 사랑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다면 추한 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이가 누군지 생각해보라는 지은이의 말을 곱씹어본다. 끝으로, 조개가 전하는 사랑을 마음 깊숙이 아로새긴다.

 

누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조개 속에 있는 진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의미는 조개만 내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 조개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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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창고로 가는 길 - 박물관 기행 산문
신현림 글, 사진 / 마음산책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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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하염없이 흘러가는 것 투성이인데 박물관은 흘러감을 멈춰 세워 우리네 삶과 그리움이 뭔가를 묻는다.'

 

이 글귀가 가슴 복판에 확 꽂혔다. 갑자기 박물관을 가고 싶어지고 발바닥이 간지러웠다. 시인 신현림이 쓴 박물관 기행 산문집 <시간 창고로 가는 길>(2001. 마음산책)에 나오는 문장이다.





 

신현림 시인은 보물찾기 하는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 보물을 찾았을 때 심정으로 글을 쓰나 보다. 박물관 기행이라 박물관 소개 중심으로 꾸며졌을 거라 예상했는데 자기 느낌과 사는 이야기에 박물관 견학을 곁들인 독특한 짜임이었다. 책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면서 시 같은 표현으로 자기 감상과 박물관 이야기를 버무리는 솜씨가 일품이다. 아래 표현을 읽어보시길.

 

왜 옛 가옥을 보면 슬픔도 따뜻해질까. 원래 정든 모습은 따뜻하고 애달프게 마련이라. 보름달이 조금씩 깎여 초승달이 되는 기분일 게야. - 강릉 선교장 박물관에서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박물관이 신현림 시인을 만나자 꼬마 아이가 봄 하늘에 부는 비누방울처럼 기분 좋게 다가온다. 시인의 맛깔스러운 표현들과 생생한 느낌들이 더해지면서 신발 끈을 매게 한다. '이렇게 좋은 곳이 가까운 데 있었는데 몰랐다니'라는 탄식과 함께.

 

이러한 표현들은 박물관하면 재미없는 곳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박물관을 친근하게 알려주는 영리한 접근법이다. 생활에서 익숙지 않은 박물관, 소개까지 딱딱하다면 절로 책을 덮어버릴 것이다. 따뜻한 정서로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시인의 글재주는 어느새 박물관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에 코를 묻게 한다.

 

시인이 찍은 사진은 더 큰 울림을 주고 책의 가치를 높인다. 지은이는 글을 아껴 쓰려고 사진을 배웠다고 밝힌다. 대학원에서 공부한 사진들은 고심해서 아껴 쓴 글들과 어울리며 책을 빛낸다. 4쪽 정도의 짧은 글들과 3-4장의 사진들로 박물관을 반짝이게 하며 마음을 끌어당긴다.

 

하나 아쉬운 점은, 박물관 위치나  약도, 찾아 가는 길 같은 자세한 소개가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 장에 박물관들 가는 방법을 간단히 모아서 적었는데 박물관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면 읽는 이들이 알아서 찾길 바란 걸까. 박물관에 대한 궁금증으로 마음에 바람은 잔뜩 불어넣어 빵빵해졌다가 막판에 김빠지는 기분이다. 신발끈을 묶는 것도 자신이 하는 것인 만큼 찾아가는 것은 읽는 이의 몫으로 남긴 것 같다.

 

내가 누구인가를 알기 위한 첫 발길. 세상에서 가장 진귀한 아름다움 속으로 떠난다는 지은이의 말처럼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박물관을 찾아봐야 겠다. 요즘처럼 좋은 날에는 시간 창고로 가는 발걸음마저 반짝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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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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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비판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남을 비판한 그 잣대로 내가 비판받으리라는 것은 꼭 성경의 가르침이 아니더라도 날마다 일상 속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진리다. 그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법조계의 허물을 들춰내며 헌법 정신을 얘기하는 법학자가 있다.

 

법의 탈을 쓴 폭력이 지배하였던 한국 사회에서 고통 받는 약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최소한 자기가 감옥에 가는 것은 피할 수 있는 변호사라는 직업만 갖게 되면, 두려움의 원천이었던 '시범 케이스'와 '연대 책임'의 망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아 법조계로 들어섰다는 한동대 교수 김두식. 그가 쓴 <헌법의 풍경>은 법에 관한 쓴 소리와 인간적인 냄새가 같이 하는 교양서다.

 

그는 학교 폭력, 권위주의적 사회 분위기, 폭력으로 점철된 역사가 법률가의 길로 인도하였다고 고백하면서 법이 추구해야 하는 정의를 강조한다. 법이 국가를 통제하기 위한 도구고 법률가들은 바로 그 법이 올바로 기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데, 국가를 통제해야 할 법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시민의 이익대신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게 되었을 때 사회의 정의가 무너지게 된다고 충고를 한다.

 

그래서 국가 사랑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몇 배 더 중요한 것이 국가를 ‘통제’하는 일임을 강조한다. 국가는 언제든지 괴물이 되어 그 폭력화된 권력을 휘두를 수 있기에 시민들이 법을 잘 알아 국가를 통제하는 주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에 대한 반성없이 더 나은 미래는 만들 수 없기에 정직한 반성과 공개만이 지난 날 잘못을 다시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고 법조계에 일침을 가한다. 헌법과 법률이 권력 통제라는 제 기능을 하도록 도와야 하는 법률가들이 지난 날 본래 소명을 저버린 채 자기 집단과 권력자를 옹호하는데 지식과 능력을 악용한 아픈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반인들이 갖는 법에 대한 거리감과 두려움을 줄이려고 자기 경험을 곁들이며 법이야기를 푼다. 검사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가서 처음 두 해 동안은 특수교육을 하는 아내 뒷바라지를 하며 가사를 전담하였던 지은이는 솔직하게 자기 반성부터 한다.

 

특권과 특권의식은 가랑비처럼 소리 없이 그들의 삶 속에 젖어들었습니다. 저도, 저의 동료들도 그렇게 서서히 변화해 갔습니다. 누구는 빌딩 한 채를 제안 받았다고 했고, 누구는 최소한 10억을 지참금으로 보낼 거라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동안 우리 머리에는 ‘우리는 얼마짜리’라는 생각이 자라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하나 둘, 신부감을 설명할 때 ‘신부가 어떤 사람인지’를 이야기하는 대신, 묻지도 않은 ‘신부 아버지의 신분과 직업’을 이야기하는 연수생들이 늘어갔습니다. - 책에서

 

법조계 내부의 논리와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일반 시민들이 기대하는 법률가의 모습에서 멀어지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꼬집는다. 법률가가 되면 모든 것을 소유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 이면에는 법률가를 구하지 못하여 고통 받는 일반인들의 설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얘기하며 권력 있는 곳에 돈이 꼬이듯 뇌물에 대한 기억도 적는다.
 

돈 인줄 모르고 받았던 봉투의 정체를 안 그날 밤에는 상당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돈을 받을 거냐 말 거냐 하는 고민은 물론 아니었고, 그 사람을 뇌물 공여로 잡아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를 잡아넣는 순간 여기저기 시끄러워지고, 제가 무슨 ‘똘아이’처럼 검찰청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걸 생각하니 벌써부터 피로가 느껴졌습니다.…(중략)…돈을 돌려줬지만 그를 잡아넣지 못한 저는 이미 검사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지요. 남들 다 받는데 혼자 안 받겠다고 고집 부릴 수 없는 정말 곤란한 분위기에서 저도 단 한 번 봉투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30만 원이 들어 있는 봉투였습니다. - 책에서

 

법조계 개혁도 이루어지고 있고 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법이 생활 속으로 가깝게 들어오고 있다. 실제로 법이 우리의 삶을 보호하고 사람답게 살도록 도와주는가?
더 이상 특권을 누리는 계층이 아니라 변호사 자격증을 잠시 맡아 시민에게 봉사하는 청지기들. 검사는 국가를 대표하여 범죄자와 싸움을 벌이는 존재이고, 판사는 법리에 의해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하는 고독한 존재라는 지은이의 말을 여러모로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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