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 - 글로벌 금융위기와 MB노믹스를 넘어 새사연 신서 4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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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풍경 하나. “시장에 맡기고 간섭하지 말라” 시장만능주의자들의 구호가 요란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정부는 해결책이 아니라 문젯거리라며 규제를 받지 않았던 기업들이 상황이 어려워지자 손을 내밀며 돈을 달라고 합니다. 자신에게 이익이 될 때는 자유방임을 주장하던 그들이었죠. 잘 나갈 때는 자기만 챙기다가 손해가 나니까 책임을 지지 않고 국민들 혈세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미국 풍경 둘. 뉴욕타임즈는 “미국이 다른 국가에 요구했던 것을 자신은 실천하지 않는 국가가 되었다”며 미국의 이중성을 비판했습니다. 신자유주의 원리에 따라 모든 걸 내버려두라고 세계를 윽박지르던 그들이 정작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네요. 존 메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도 “월스트리트의 규제받지 않는 탐욕과 부패가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말할 정도로 미국 내 분위기는 급변하였습니다.

 

21세기 초, 세계 경제가 변하고 있습니다. 자유시장과 규제완화를 주장하던 신자유주의자들의 위세가 꺾였습니다. 구제금융을 받은 ‘2008년 3월 14일 금요일을 기억하라,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꿈이 사망한 날이다’고 할 정도로 시장기능이 마비되었습니다. 불투명한 경제 상황이 불안한 사람들에게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2009. 시대의 창]는 반가운 책이지요. 세계경제가 왜 위기를 맞았으며 한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앞길을 밝혀주니까요.

 

미국발 경제위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지금 세계 경제위기는 신자유주의 사상에 따라 진행된 ‘경제의 금융화와 금융의 세계화’ 때문이라고 책은 지적합니다. 실물자산보다 급격하게 늘어난 금융자산은 당연히 거품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고 그게 터진 거죠. 거기다 금융상품을 다양화시키고 안정된 수익을 준다고 믿었던 각종 파생상품들이 위험을 분산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위험을 세계로 확산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이런 것을 제지할 감독과 규제 장치는 갖춰지지 않아 위기는 커졌지요.

 

신자유주의 허상과 사람들의 탐욕은 끝내, 한계를 드러냈고 세계 경제는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베어스턴스가 무너져도 시장에 맡기라고 떠들어대던 윤똑똑이들 때문에 미국정부는 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다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AIG가 쓰러지자 비로소 ‘시장이 자기통제 기능을 상실’했음을 인정하며 구제금융에 들어갑니다. 이미 상황은 너무 악화되었지만 오바마 의사는 미국 경제를 살려보려고 메스를 들고 대수술을 시작하였습니다.

 

미국금융위기는 자기들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죠. 신자유주의가 지배한 30년 동안 금융의 세계화가 이뤄지면서 한국 경제의 손실도 엄청납니다. 특히, 다른 나라보다 더욱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며 따랐던 한국이기에 위기를 직격탄으로 맞으며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이 책은 경제위기가 한국 경제가 왜 다른 나라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는지 분석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세히 다룹니다.

 

책은 정부가 두 가지를 하라고 제시 하죠. 예측이 불가능한 외부의 금융충격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는 국민경제를 살릴 수 있는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밑에서부터 붕괴되어가는 내수기반을 회복하는 일이지요. 한국만큼 외부변화에 요동치는 나라도 없지요. 세계에서 가장 변동이 컸던 외환은 한국경제가 얼마나 불안한지 보여주죠.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치들을 설명하며 다방면에서 검토하고 실시하자고 얘기합니다.

 

한국은 자영업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내수기반 경제, 수출대기업과 단기수익 추구에 몰두하는 거대 금융기업들의 경제로 둘로 나뉜 경제체제를 갖고 있습니다. 두 경제는 연결되지 않은 다른 세계입니다. 몇몇 기업이 큰 돈을 벌어 결과상 GDP가 높았을 뿐이지 결코 잘 사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가 아닙니다. 서민들 주머니에는 돈이 없어 내수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금융충격이 서민들 삶을 파괴한 뒤에 뒷수습할 게 아니라 빨리 지원을 하라고 촉구합니다.

 

정부가 해야 할 두 가지, 피해야 할 세 가지

 

또한, 피해야할 세 가지를 강조합니다. 바로 감세와 부동산 거품 확대, 금융 규제완화지요. 미국 오바마도 증세를 하는 형편에 MB정부는 대규모 부자감세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돈은 마구 쓰겠다고 합니다. 수입은 줄이지만 지출은 늘리겠다니, 앞뒤 안 맞는 정책에 기가 막힐 따름이죠. 위기상황에서 시급히 감세를 하는 건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빚이 산더미처럼 늘고 있어요. 그 짐은 또 국민들이 짊어져야겠죠.

 

MB 정부는 28조9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였습니다. 이로써 적자폭이 51조6천억 원으로 늘어납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두해 동안 관리대상수지 적자는 67조2천억 원에 이릅니다. 이는 참여정부 5년간 총 적자액 18조3천억원의 3.7배 규모입니다. 올해 국가채무는 지난해보다 58조6천억 원 늘어난 366조9천억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는 국내총생산 대비 38.5%로 지난 2002년(19.5%)과 비교해 7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입니다. 앞날이 밝을 수 없습니다.

 

부동산 문제, 지금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의 부동산 거품에서 빚어졌죠. 침체기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부동산거품이 한창 빠지고 있죠. 그동안 잘못된 정책과 사람들의 투기로 빚어진 거품이기 때문에 조금 고통스럽더라도 빼고 가야하는 게 맞죠. 그러나 MB정부는 부동산 거품을 더 키우고 투기를 활성화시키는 정책들을 폅니다. 종부세를 사실상 폐지하고 투기지역을 해제하면서 억지로 부동산거품을 유지하려다 더 큰 위험이 올까 조마조마합니다.

 

금산분리완화 방침을 통과시키면서 금융선진화를 외치고 있는 것도 문제죠. 이미 세계는 금융 규제를 검토하고 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규제강화로 경제를 살리려는 거죠. 한국만 서둘러 금융완화를 시도하고 금융재편에 들어갑니다. 그것도 30년 전의 미국방식으로. 이것에 비판의 목소리가 드높았지만 2월 국회에서 통과되었지요. 당장 이득은 자신들이 가지나 피해는 사회화시키는 일이 되풀이될까 우려되는 현실입니다.

 

문제를 일으킨 원인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MB정부

 

현 정권을 보면서 많은 시민들이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이뤄진 신자유주의로 중산층은 무너지고 사회양극화는 심화되었으며 서민들의 삶은 피폐해졌습니다. 국민들은 경제문제를 해결하라며 MB정권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이를 더욱 확대된 신자유주의 해법으로 풀겠다고 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원인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해야할지, 국민들의 아둔함을 탓해야 할지 갑갑한 정국입니다.

 

다른 나라 사정을 살피면서 비슷하게 따라만 해도 그나마 나을 텐데, 한국은 어떻게 된 건지 모든 게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제창자 미국도 반성하고 있는데, 30년 전, 신자유주의가 태어나던 시절로 한국은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규제강화, 증세, 공영화를 하는데 반해 규제완화, 감세, 민영화를 과감하게 추진하며 ‘선진화’라고 합니다.

 

과거에 사로잡힌 시선은 세계정세 변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어 불안하기만 합니다. 747공약이 한낱 신기루였으며 허황된 말이라는 것이 빤히 보이는데도 무조건 맹신하고 ‘더 부자로 만들어 달라’고 옹알대던 사람들을 떠올려 봅니다. 한국은 그들과 함께 MB정부를 믿고 격벽하는 21세기를 건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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