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걸으면 하나님도 걸어 - 홍순관 단상집
홍순관 지음 / 살림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요. 다 함께 피어야 봄이지요.

 

눈을 감고 광경을 그려봐요. 입에서 말뜻을 하나하나 오물거리며 되새겨 보네요. 그리고 인생과 사회로 의미를 늘려보죠. 제게는 이렇게 와 닿네요. 나 혼자 편하다고 행복한가요. 다 함께 잘 살아야 행복이지요. 이렇게 느끼는 건 혼자만 양껏 누리면서 고개를 세상에 돌리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제가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위의 글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네가 걸으면 하나님도 걸어>[2008. 살림]에 실린 짧은 글이에요. 도종환 시인이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겸손과 정직과 정신으로 쓴 글’이라고 평한 단상집이죠. 이 책의 지은이 홍순관은 1995년에 정신대 피해 할머니 돕기 공연<대지의 눈물>을 150회 공연하고 평화를 노래하는 가수예요.

 

그가 노래에 담아 부르던 혼을 글로 써서 책으로 묶었네요. 글이지만 노래처럼 입으로 읽게 되네요. 천천히 읽는데도 다음 장으로 쉽게 넘어가지 않는 묵직함이 담겨있네요.

 

사람이 죽게 될 때 그 손에는 무엇이 쥐어져 있을까요.

책을 읽던 사람도

돈을 세던 사람도

결국엔 사람의 손이 쥐어져야겠지요.

 

그러나

죽을 때 찾아와 손을 만져 줄 사람을

책과 돈만으로는 구할 수 없습니다.


 

세상을 떠나는 날을 상상하게 되요. 곁에서 두 손을 꼭 쥐어줄 이들이 누구일지 곰곰 생각해보게 되요. 그리고 지금 내 손을 잡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고개를 돌려보네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자신에게 묻게 되네요.

 

죽음은 삶의 성실함을 놓치지 않게 해요. 그런데 늘 죽음을 잊고 살아요. 망설일 시간도 없지요. 지금 사랑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해야겠지요. 내일이란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시간이니까요.

 

시인 정호승은 노래합니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시인 랭보가 노래합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정채봉 선생의 크고 착한 눈동자를 보고

아이 같은 구십 노인 피천득 선생은 말씀하셨습니다.

"내 마음을 보여 준다면 누더기일거요."

 

노래 만드는 백창우도 노래했습니다.

"삶의 긴 들판에 고운 꽃만 필 수는 없다.

그 긴 여정에 고운 바람만 불지는 않는다."

 

비가 오면 땅은 더욱 굳고,

흐르는 강물에 상처 많은 돌들도 둥근 조약돌이 됩니다.

나는 조약돌을 만지작거리며 모난 내 성격을 울어봅니다.

상처 많은 세월에 피어난 오늘을 붙잡고도 울어봅니다.

울었던 내 모습은 착한 자화상이 되어 있습니다.


 

 

삶이 편하고 쉬운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석가모니가 얘기했듯이 인생은 고통이지요. 힘든 하루를 보내고 이 글을 읽으니 위로가 되네요. 숱한 상처들은 세상의 더 큰 상처들을 보듬으라는 자극이겠지요. 사람의 마음은 눈물을 먹고 자라니까요.

 

정호승 시인은 ‘그의 노래는 우리의 가난한 영혼을 울린다. 10여 년 전 그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숨을 죽였다. 그의 노래에 영성이 배어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칭찬을 하지요. 그의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좋아하게 되죠. 그에 대한 호감은 심금을 울리는 노래 실력 때문만은 아니에요. 어려운 길을 꿋꿋이 가는 그의 삶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죠.

 

그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평화박물관건립모금공연 <춤추는 평화 - Dancing with Peace>을 하였으며 2005년 뉴욕 링컨센터 공연을 계기로 우리가락과 정신을 세계에 알렸지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평화 운동가들과 연대하여 평화운동에 적극 참여하였고 국악을 계속 발전 시켜왔지요. 북한에서 동요콘서트 하는 것이 꿈인 홍순관,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네요.

 

제목을 보니, 내가 걸으면 하나님도 걷는다고 하네요.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말이겠죠. 쉽게 변하지 않는 현실과 부딪히는 게 아프다고 그만 둘 수 없지요. 모두에게 봄인 세상이 되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걸 실천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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