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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굵은, 그러나 한없이 나약할 수 밖에 없는 "인간"에 대한 엿보기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깊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쓰레기가 뒤덮인 바다"의 깊이는 충무공의 갸녀린 深水와 한데 어울려 그냥 부딪치는 파도처럼, 그냥 밀려드다 떠내려가는 물길처럼 보잘 것 없는 인생과 운명의 장난 앞에서 "죽을 자리"를 찾고 있는 충무공으로 표현됩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얼굴의 윤곽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초상화의 형태로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근엄하고, 장도를 옆에 찬 채 난중일기를 쓰는 그런 장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홀로 흐느끼는 속울음과 봉두난발의 차림으로 그 얼굴은 가려진 채 바다만을, 죽을 자리만을 응시하는 한 인간의 "깊이"에 대한 이해를 하고자 애쓸 뿐이었습니다..

진보적인 언론인이자, 가부장적인 보수주의자, 세상의 그 어떤 주류에도 속하지 않을려는 아웃사이더의 기질을 갖고 있는 김훈에게 그 어떤 동질감과 존경심을 가질 수는 없지만 그의 얼굴이 사라진 채 다가선 충무공의 "깊이"에 흠뻑 취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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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칠과 관련한 서적을 보면 관련 사진을 보게 되는데 처칠은 항상 사진을 찍을 때 정면을 바라본다. 즉 카메라를 피하지 않고 전면을 바라보고 있다. 2차대전을 전후로 한 위대한 인물들 중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진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이 처칠이다.

사진을 통해 나름대로의 이미지가 만들어져 전달되는 예는 많다. 히틀러의 경우 초상화 포즈가 아닌 이상 항상 주먹을 불끈 쥔 채 대중을 향해 고함치는 선동가로서의 포스가 느껴진다. 아이젠하워의 미소는 여전히 사진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스탈린의 음흄함(?) 역시 흑백의 차가운 이미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드골은 어떤가. 비시 괴뢰정권에 대한 분명한 차별화와 독립성, 자유프랑스군내의 라이벌들과의 지위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의도된 위엄.. 그러나 처칠처럼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알듯 모를듯 미소가 숨겨져 있는 인물은 드물다.

나는 그런 흑백사진 속에서의 처칠을 보면서 자신감을 읽는다. 강력한 힘이나 조작된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감, 그 자체를 느낀다. 앞에 놓여진 위기를 기필코 극복하고 말겠다는 의지, 승리는 나의 몫이다라는 자존심, 처칠 나름대로 역사에 대한 성찰과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결단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2차대전 초반의 영국의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영국민은 처칠의 연설과 모습에서 패배의 어두운 그늘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향한 기나긴 터널을 지나가는 인내력을 가질 수가 있었다.

리더란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그 자신감의 전염을 통하여 주위의 사람들을 설득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카리스마의 마초적 이미지를 버리고 긍정적인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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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 책들을 뒤돌아보면 상당히 거칠다.. 주로 평전을 읽었지만 평전의 인물들이 대개 격랑의 시대를 헤쳐온 위인들이다 하더라도 면면히 위기와 반전, 그리고 치열함의 한가운데를 지나온 것이니까 책을 읽는 내내 그 치열함에 대한 동경과 아울러 긴장감을 갖게 마련이니까..

논리와 사상, 신념, 결단의 파란만장한 책갈피 사이에 그렇게 살지 못하는 소시민의 한계를 책을 통해 풀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접하지만, 결국 그 인생의 무게를 느끼기 시작할 때부터는 과감한 anti-hero가 될 수 밖에 없지..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가.. 작은 행복과 노력의 가치는? 느림과 여유의 철학이 유행이라는데..

하찮은 점같은 인생이라 할지라도 매번 위기와 결단을 요구받고, 삶의 지혜를 갈구할 수 밖에 없기에 책을 찾게되지만 답답하기는 매한가지이다.. 오히려 그런 영웅들의 시대에 같이 살면서 묻혀버린 민초들이 바로 내가 아니던가.. 책을 읽으면서 한페이지의 2줄 정도 등장하는 무명의 인물들이 오히려 가슴에 와닿는 건 동병상련인가..

위기, 기회, 반전, 결단, 분석, 승리와 패배... 이건 삶이 아니라 게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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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전을 즐겨 읽는 이유는 누구나 다 그렇듯이 대상이 되는 사람의 인생을 훔쳐보기.

그 사람이 평생 쌓아올린 사상이나 저서, 작품에 대한 이해를 일종의 다이제스트식으로 보기.

개인적으로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초의 인물과 사회에 대한 관심 이 높은 바, 그 시대상을 살짝 엿보기..

그리고 평전을 읽다보면 동시대 인물에 대한 부가 정보를 같이 볼 수 있다는 것.

평전을 보면서 항상 죄책감(?)이 드는 것은 바로 위의 이유 그 자체인데, 너무 얄팍하게 다른 사람의 삶의 지혜와 사상을 읽어낼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죄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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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토 - 위대한 지도자의 초상
재스퍼 리들리 지음, 유경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혁명을 요구하는 시대에 태어나 그 숙명대로 살아온 인생.. 이상에의 동경보다 필요악이라는 현실적인 감각으로 "통치"를 수행한 인물.. 그가 없는 유고슬라비아는 결국 지도상에서 사라지고, 그 역사의 원한을 여과없이 표출하는 발칸의 어두운 그늘은 단지 그에 대한 그리움으로 회귀되는 것일까.. 그 "회귀"가 갖는 퇴보의 진실은? 항상 과거에 대한 향수를 떠올릴때, 우리는 박정희라는 인물을 생각한다... 그때는 이렇지 않았다고..

분열된 연방의 틈을 메우기 위하여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억압과 폭력이 아니라 자치와 자유를 조금씩 허용하면서 그 균열을 막으려 하였지만 체제의 위기 앞에서는 주저함이 없는 폭압의 선택으로 기울고 있는 것을 보면서 역사에 있어 이상향의 국가와 사회란 부질없는 꿈일 수 밖에 없는가라는 물음을 갖게 된다.. 과연 이상향의 사회는 무엇일까.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현실적인 정치 앞에서 민주주의란 어떤 의미일까. 교과서적인 해석이 아니라 현실 정치에 있어 회의적인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건 왜일까..

그가 있기에 유고연방이 있었으며, 그가 없기에 분열과 학살이 난무하는 발칸의 피비린내나는 전장을 떠올린다는 것은 그의 지도력을 연구하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대적 상황과 현재의 모습에서 내가 살고 있는 "사회"라는 공간의 흔들림과 절대선과 원칙에의 회의만이 들 뿐이다..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라 빨리 읽지만 마음은 계속 불편할 수 밖에 없는 이 책은 또다른 모습의 분열이 판치는 이 나라의 보이지 않는 미래만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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