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칠과 관련한 서적을 보면 관련 사진을 보게 되는데 처칠은 항상 사진을 찍을 때 정면을 바라본다. 즉 카메라를 피하지 않고 전면을 바라보고 있다. 2차대전을 전후로 한 위대한 인물들 중에서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사진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이 처칠이다.
사진을 통해 나름대로의 이미지가 만들어져 전달되는 예는 많다. 히틀러의 경우 초상화 포즈가 아닌 이상 항상 주먹을 불끈 쥔 채 대중을 향해 고함치는 선동가로서의 포스가 느껴진다. 아이젠하워의 미소는 여전히 사진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스탈린의 음흄함(?) 역시 흑백의 차가운 이미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드골은 어떤가. 비시 괴뢰정권에 대한 분명한 차별화와 독립성, 자유프랑스군내의 라이벌들과의 지위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의도된 위엄.. 그러나 처칠처럼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알듯 모를듯 미소가 숨겨져 있는 인물은 드물다.
나는 그런 흑백사진 속에서의 처칠을 보면서 자신감을 읽는다. 강력한 힘이나 조작된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감, 그 자체를 느낀다. 앞에 놓여진 위기를 기필코 극복하고 말겠다는 의지, 승리는 나의 몫이다라는 자존심, 처칠 나름대로 역사에 대한 성찰과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결단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2차대전 초반의 영국의 국가적 위기가 닥쳤을 때에도 영국민은 처칠의 연설과 모습에서 패배의 어두운 그늘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향한 기나긴 터널을 지나가는 인내력을 가질 수가 있었다.
리더란 이렇게 자신감을 가지고 그 자신감의 전염을 통하여 주위의 사람들을 설득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카리스마의 마초적 이미지를 버리고 긍정적인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