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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 멍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
마누시 조모로디 지음, 김유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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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서 ‘휴대폰과 태블릿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그곳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곳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최근 tvN에서 새롭게 선보인 '숲속의 작은집'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는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라는 부제목이 붙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피실험자들은 오프 그리드(Off-grid, 전기시설이 제공되지 않는)적인 삶과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 최소한의 물건으로 살기)를 자발적으로 실천하며, 그러한 삶이 피실험자들에게 어떠한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 실험하는 것이다. 지루함을 위로해주는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곳. 피실험자들이 그곳에서 발견한 행복은 무엇일까.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의 저자 마누시 조모로디는 팟캐스트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수만 명의 청취자들과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디지털 기기와 이별하고 지루함을 즐기면서 삶을 변화시키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그녀는 우리가 삶에서 마주하는 진퇴양난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루함은 마음 방황으로 이끄는 관문이고, 마음 방황은 우리의 뇌가 오늘 저녁 식단부터 획기적인 지구 온난화 방지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를 풀 수 있는 새로운 연결성을 만들어낸다. (40p)
저자는 우리에게 '지루함'을 가져다주는 첫 도전으로 7가지 단계를 제시한다. 첫째, 자신을 관찰하라. 둘째, 이동할 때는 기기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둬라. 셋째, 하루 동안 사진을 찍지 말라. 넷째, 앱을 삭제하라. 다섯째, 페이크케이션(fakecation)을 떠나라. 여섯째, 다른 것을 관찰하다. 일곱째, 지루함과 기발함 도전. 이 일곱 단계를 완성해서 '지루함'의 상태에 놓인다면 그제서야 '기발함'을 탄생시킬 수 있는 초석이 된다는 것이 저자의 논리이다. 우리는 흔히 지루한 상태에 대해 투덜거리지만 가장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 지루한 상태를 만들 필요가 있으며, 지루함은 목표 설정과 전략화, 중요한 인생의 계획을 세우기 위한 발화 장치가 될 수 있다.
지루함을 탐색하기 위한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디지털 기기'를 우선으로 꼽는다. '첨단기술이 우리가 현실 세계를 경험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고 표현할 정도로, 저자는 디지털 기기가 인간의 사유를 방해한다고 언급한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기술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보면 우리의 뇌에서 어떤 경험(일반적으로 즐거운 경험)을 기록하고, 그 경험을 반복하도록 자극하는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이 섹스와 마약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스와이핑과 태핑에서도 동일한 작용을 한다. (65p)
저자는 디지털 기기에서 멀어지는 삶과 지루함을 기발함으로 바꾸는 연습을 통해서 새로운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내가 보고 있는 아름다운 석양을 보여주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이 세상 속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태블릿과 휴대전화를 잠시 내려놓는 삶은, 어쩌면 지루함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같은 순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