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
고다마 지음, 신현주 옮김 / 책세상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느닷없는 이야기지만 남편의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진지하게 하는 말이다.

교제기간까지 20,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 문제는

우리를 서서히 병들게 했다. 주변에 말한 적은 없다.

이런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수는 없는 법이다.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남편의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다のちんぽがらない>라는 제목의 소설로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다'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그것'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책의 제목과는 다르게, 책의 내용은 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로 어린시절과 청춘, 그리고 30-40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가 그녀에게 벌어졌던 일들과 그녀가 생각하는 것들을 차분하게, 그리고 감정의 동요 없이 적어 내려간 탓에 충격적인 사건들도 마치 정물화처럼 고요하게 다가온다.

 

"남자와 사귈 때는 타협하거나 참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 보니 내가 선택해도 되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귈 수 있다. 지금까지 생각해본 적 없었던 길이 갑자기 눈앞에 펼쳐졌다. 보통 사람에게는 당연한 감각이 나에게는 오랫동안 완전히 봉인되었던 셈이다." (52p)

 

책의 초반은 주인공이 처음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대학교 신입생 무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녀는처음 만나게 되는 한 학년 위의 선배와 오랜 교제 끝에 결혼까지 하게 되지만, 이 커플에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남편의 성기가 들어가지 않아 정상적인 성교가 불가능한 것. 충격적인 것은 여자가 남편 이외의 남자들과는 모두 정상적인 성교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정확한 원인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여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러한 상황들을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침착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그리고 있다.

 

"성기가 들어가지 않는 사람과 교제해서 20년이 지났다. 이제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된다. 성기가 들어가든 들어가지 않든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아이를 낳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누구와 비교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게는 우리 부부만의 방식이 있다. 조금씩이지만, 아직 헤매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사로잡혔던 생각에서 해방되었다. "(212p)

 

<남편의 그것이 들어가지 않아>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려고 시도하지만, 모든 일이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 여자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로 느껴지는 듯한 아픔과 외로움과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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