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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 ㅣ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new 시리즈 2
The School Of Life 지음, 이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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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삶은 언제나 완벽하게 고요한 삶이 아니다.
평온한 삶이란 좀 더 쉽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다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려고 애쓰고,
어떤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더 잘 이해하고,
위로가 되는 시각을 더 잘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다.
남녀관계부터 직장생활까지. 내 삶의 평온을 깨트리는 것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소설가이자 에세이 작가이며, 유럽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알랭 드 보통. 그가 설립한 '인생학교'에서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꼭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을 테마로 잡아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능력' 역시 인생학교의 인기 있는 수업으로 꼽힌다.
책의 서문에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능력 중에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적혀있다. 우리가 저지르는 최악의 의사결정, 최악의 말과 행동의 대부분이 마음의 평온을 잃고 극도의 불안과 흥분에 사로잡힌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평온>은 바로 마음의 평온이 '무엇'인지, 또 어떻게 해야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특히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녀관계'에 대한 문제가 나오는데, 그만큼 '남녀관계' 또는 '사랑'이 얼마나 마음의 평정심을 좌우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저자는 남녀관계는 그 어떤 관계나 경험보다도 강력하게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고, 수시로 평정심을 깨뜨린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상대방에게 '기대'를 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특히 책에서는 사람들을 대하거나 함께 일할 때 자신이 생각하고 걱정하는 바를 타인에게 잘 가르쳐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 과정을 생략할 경우, 상대는 의도치 않게 우리의 취약한 부분을 건드릴 수 있고, 이로 인해 갈등과 오해가 생긴다는 것이다. 즉, 마음의 평온을 얻기 위한 '가르침과 이해'의 기술이 필요하고, 이 기술은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연습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일러준다.
“이처럼 평온을 유지할 수 있는 기초는 ‘이해’다. 세상과 역사를 더 넓은 시각으로 이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고 왜 그런지에 대한 이식의 틀이 바뀐다. ‘회사가 신경을 안 써서’, ‘기술자들이 어리석어서’ 같은 화를 돋우는 설명 말고, 우리를 덜 격앙시키면서도 실제로 더 정확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면 규칙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경우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게 발생한다는 점과 더불어, 새로운 기술이 발달하다 보면 모든 게 항상 최선일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99p)”
<평온>은 단순히 마음의 평온을 가져다주는 방법론을 일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독자들이 어떻게 하면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도 소개한다. 책에서는 그러한 방법으로 '시각', '소리', '시간', '공간', '스킨십'을 제시한다. 시각적인 경험은 우리의 생각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가져오는데, 불상의 고요하고 자족적인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평온과 고요함을 늘려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숭고함마저 느껴지는 어떤 공간을 찾는 것 또한 평온을 찾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소개한다. 우리는 종종 우리 자신보다 훨씬 크거나 압도적인 무언가를 만났을 때 마음이 차분해지고 경외감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럴 때 우리의 마음에는 평온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스킨십은 또 어떠한가. <평온>을 얻는 방법의 하나로 꼽히는 '스킨십' 중 '포옹'은 그 강력한 효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덜 알려져 있다. 부모에게 안겨있던 어린시절과 달리 성인이 된 이후에는 스킨십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느끼기 어려운데, 책에서는 이따금 그런 퇴행적 감정이나 행동을 표출하고, 일상에서 포옹을 통해 이런 것들을 아무런 편견 없이 이해하고 수용받을 수 있음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장점을 칭찬하고 그 사람의 훌륭한 점만 본다는 뜻이 아니다. 상대방이 덜 매력적인 순간에도 그를 돌봐주고 보호하는 것까지 포함되어야 사랑이다. 안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단순한 신체적 포옹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내가 잘 해나가고 있지 못하다는 인정과 함께 보호와 응원을 간절히 바란다는 더 큰 뜻이 포함되어 있다. 포옹은 고도로 경쟁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우리 문화가 놓친 어떤 것, 즉 우리의 ‘의존성과 연약함’에 대한 적극적 인정을 상징한다. (169p)”
<평온>은 우리의 마음에 평온이 깨진 순간들, 혹은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경험들을 찬찬히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마음이 부서졌던 그 순간들은, 애인과 다퉜을 때,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 직장 상사가 힘들 때 등 너무나 다양한 이유로 존재하지만, 그 원인과 해결책은 어쩌면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됐을 때 진정한 평온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도 충분히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찾을 수 있는, 평온의 상태에 들어설 수 있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