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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특이점이 온다 - 제4차 산업혁명, 경제의 모든 것이 바뀐다
케일럼 체이스 지음, 신동숙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은 '자동화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고작 수백 년 전에 시작한 산업혁명부터 현재 진행형인 정보혁명, 그 이후 자동화 시대로의 도래, 러디즘까지 소개하며, 자동화가 어떻게 시작했고 발전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자동화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책의 제목이기도 한 '경제의 특이점'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저자인 케일럼 체이스에 의하면 특이점(Singularity)이란 용어는 본래 함숫값이 무한이 되는 변숫값을 의미하는 수학 및 물리학 용어였다. 대표적인 예로 물질의 밀도가 무한히 높아지는 블랙홀의 중심을 들 수 있는데, 특이점에 도달하면 기존의 규칙이 깨지기 때문에 다음을 예측하기가 평소보다 더 어려워진다. 최근에는 이 말이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데에도 사용되고 있다. 즉, 책의 제목인 경제의 특이점이란 경제가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경제를 움직이는 매커니즘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제를 움직이는 매커니즘은 무엇이었을까? 과거에는 단연 '사람'이었다. 요즘은 어떠한가. 알파고가 인간을 대표하는 이세돌을 이겼고, 기계는 이미 물리적인 힘을 비롯해 인지적인 능력에서까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저자는 자신의 이론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전문가와 석학들의 주장을 근거로 기계지능이 실현되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자동화가 전개될 것이며, 이는 대다수 직업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인간이 이미 지능의 최대치에 도달했다고 추정할 근거는 없으며, 인간이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앞으로 언젠가는 모든 측면에서 인간보다 더 지능적인 기계가 창조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인다. 그런 일이 실현된다면, 기계의 의식 수준이 인간보다 높아질 것인지 여부는 고사하고 애초에 기계가 의식을 가지게 될 것인지조차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리고 더 나아가 그런 질문이 과연 의미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90p)
저자는 오늘날의 인공지능 기술을 서술하면서 각각의 기술들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긍정적인 측면, 부정적인 측면을 이야기한다. 무엇보다 그러한 기술들이 '인간의 직업'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더 나아가서는 경제가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인지에 주목한다. 특히 저자는 2021년, 2031년, 2041년의 경제를 예측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면서 각각의 시기에 산업에서는 어떻게 자동화가 이루어지며, 그것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예측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책의 제목으로 선택한 '경제의 특이점'에서 '특이점'은 예측이 매우 어렵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미래의 경제를 예측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필연적이다'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2031년의 미래) 장거리 트럭은 대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인간 운전자 없이 자율적으로 운행하는 트럭이 많아졌다. 많은 대규모 공장과 창고는 어둠 속에서 운영된다. 인간 노동자들이 없기 때문에 전등을 굳이 켤 필요가 없어서이다. 건설업의 기초 공사는 여전히 인간이 기본적으로 감독을 맡지만, 건설에 사용되는 자재에 있어서는 (주로 3D 프린터로 만든) 조립식 별면, 지붕, 건물 구조물이 일반화된다. 몸에 이식하는 칩 형태의 '인사이더블' 기기가 첫 선을 보인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갈수록 자동화되면서 정치인과 공무원의 수를 줄여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진다." (253~259P)
저자가 예측하는 것처럼 기계가 인간의 생산성, 노동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전반적으로 개입하고, 대신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어떻게 될까? 여러 가지의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저자는 대표적으로 '경기 위축', '소득과 재산의 분배', '삶의 의미와 행복', '재화의 분배', '결속'의 문제를 꼽았으며,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기계와 경쟁을 하게 되거나 사회가 분열, 나아가서는 붕괴되는 시나리오까지 제시하고 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실업자이고 극소수인 최상위 계층만이 지능형 기계를 소유한 세상은 불합리하고 확고부동한 불평등이 존재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불평등은 오늘날에도 사회악으로 평가받지만, 경제의 특이점 이후의 세상에서는 과학 기술로 인류의 신체적 인지적 능력을 기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에 불평등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작용할 것이다."(355P)
저자는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현재로서는 경제나 사회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그려 보기에는 관련 정보가 너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이나 페이스북 IBM, 알리바바와 같은 선두 IT 기업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그들이 새로운 세계 창조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의 끝부분 저자는 '내면의 부유함'에 대해서 언급한다. IT 기술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과학, 인문학, 철학, 언어 등 다양한 지식을 습득해서 내면을 단단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고, 또 그들의 능력이 인간을 뛰어넘는 시대에도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본성과 의식을 지켜나가는 건,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