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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는 연습 -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공부
나토리 호겐 지음, 전경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자기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로 고민하지 말고 가볍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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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께서 정해 놓은 급훈은 '포기란 배추를 셀 때만 쓰는 말이다'였다. 초록색 칠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액자에 또렷하게 적혀있는 급훈을 볼 때마다 나를 비롯한 같은 반 친구들은 포기란 내 사전에 없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했다.(열심히 공부했는데 이모양인 건 비밀)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 12년의 교육과 대학 교육 4년을 마친 사람이라면, 그들에게는 이미 불사르는 그 무언가가 가슴 속에 박혀있을 것이다. 그런 게 없을 리가 없다. 왜냐면 우리는 자랄 때부터 쉽게 포기하는 것은 죄악이며, 나약함의 상징이라는 교육을 받아왔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낸 사람은 존경 받았고, 중도에 포기한 사람은 열등하다고 치부됐다.
그런데 이런 우리들에게 오히려 적극적으로 포기하라고 조언하는 사람이 있다. <신경 쓰지 않는 연습>으로 일본과 국내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얻어낸 일본 스님, 나토리 호겐이다. 호겐 스님이 집필한 책들은 대부분 베스트셀러로 선정됐는데, 작가가 스님이라는 사실을 안 이후에 책 제목을 살펴보면 어쩐지 모두 불교계의 서적들 같긴 하다. <신경 쓰지 않는 연습>, <모으지 않는 연습>, <절망하지 않는다> 등이 그에 해당하는 책이 되겠다.
<포기하는 연습>에는 제목 그대로 포기하는 방법에 대해 서술되어 있다. 자꾸만 집착하려는 현대인들에게 스님이 전하는 따뜻한 메시지가 가득 담겨있다.
우리의 일상은 아침 메뉴부터 인사 방법, 업무 절차에 이르기까지 많은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고 간추림으로써 성립된다. 진학과 취직, 결혼, 이혼, 질병의 치료 등도 마찬가지다. 하나를 정했으면 나머지는 버린다. 그리고 결정을 했다면 이제 한 발을 내딛자. (33p)
"어쩔 수 없지"라고 포기하려면 먼저 결과(현실)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된 이유를 생각해본다. 생각하는 시간은 한 1분쯤 걸릴까? 1분이면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언제까지나 문제에 사로잡혀 있으면 인생을 몇 번 살아도 마음이 평온해지지 않는다. (74p)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무조건적인 포기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아무 것도 해보지 않은 채 포기하는 것 보다는 해보고 난 후에 포기하는 것이 훨씬 낫고, 무언가를 포기하기 전에는 온 힘을 다해 쉽게 포기할 수 없을 때까지 부딪쳐보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하면 실패했을 때 어디서 문제가 생기고 잘못되었는지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저자는 집착은 불안과 초조, 분노의 원천이며, '지나친 생각'이 하루하루를 숨 막히게 한다고 말하며 적당하게 사는 삶을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나토리 호겐은 비교하지 않는 삶을, 내일보다는 오늘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라고 이야기 한다.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을 불안의 삶에 빠지게 만드는 우리들에게, 최선을 다하되 포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포기하는 연습>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