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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 -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밝히는 인간 본성의 비밀
애비게일 마시 지음, 박선령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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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권모술수에 능하고, 냉담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주로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p.154)
인간이 가진 본성에 대한 연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우리가 윤리 시간에 배운 맹자의 성선설이나 순자의 성악설을 비롯해서, 키케로나 세네카, 루소 등의 서양 학자들도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큰 관심이 있었다. 많은 학자들이 이토록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의 본성을 바탕으로 그들의 행동이 규정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동은 본성으로부터 기인한다. '본성'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소위 말하는 범죄자들과 사이코패스의 다음 행동이나 패턴을 예측해서 예방할 수 있다.
도서 <착한 사람들>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고 조지타운 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애비게일 마시의 저서이다. 그녀는 그동안 인간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복에 신경을 쓰는 이유, 폭력적인 공격성부터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이타주의까지 우리 안에 잠재된 최악 및 최선이 충동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10년 넘게 인간의 행동과 뇌를 연구했다.
'착한 사람들'이라는 인상적인 제목과 '사이코패스, 전문가가 밝히는 인간 본성의 비밀'이라는 부제를 통해 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듯이, 책은 사이코패스 성향부터 이타주의적인 행동까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 본인의 연구뿐만이 아닌 과거부터 현재까지 많은 학자들이 연구한 내용과 유전학, 사회문화학 등 다양한 방면의 이론까지 함께 제시해서 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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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오랜 기간 자신이 연구해오던 '사이코패스'와 일련의 사건을 통해 호기심을 갖게 된 '이타적인 사람들'의 집단을 비교 분석하면서 관찰한 내용을 상세하게 서술한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애비게일이 인용한 사이코패시의 본질적인 특징을 서술한 것인데,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사이코패스들의 특징-그러니까 난폭하고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며 빠른 시간안에 살인을 저지를 것만 같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는 처음 만났을 때 특히 상냥한 태도를 취하면서 매우 긍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기민하고 우호적인 태도 때문에 얘기를 나누기가 쉽고 여러 가지 일들에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상하거나 기묘한 구석이 전혀 없고, 어느 모로 보나 주위에 적응을 잘하는 행복한 사람으로 보이려는 경향이 있다.” (p.111)
그녀는 사이코패스의 성향과 본성에 주목하면서 이러한 것들이 성인이 되어서 갑작스럽게 발현한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즉, 사이코패시는 발달 장애의 하나인데 성인이 되고 나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며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성인은 모두 사춘기나 유년기에 처음 사이코패스의 징후를 보인다는 것이다. 즉, 그녀는 세상의 모든 성인 사이코패스는 한때 어린이 사이코패스였다고 밝힌다. (저자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어린이 사이코패스의 예를 들었는데, '앰버'라는 어린이는 유치원 때 가끔 집에서 도망쳤는데 후에 찾아보면 칠흑같이 컴컴하고 으스스한 지하 건물에서 혼자 놀고 있었다고 한다.)
애비게일은 독자들이 흥미를 끌만한 주제인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착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여기서 '착한 사람들'이란 '이타적인 사람들'이다. 책의 서문에서 그녀가 서술한 것처럼,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모든 이타주의자들은 자연선택에 따라 오래전 멸종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이들은 상대의 생존 확률은 높이지만 자신의 생존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사이코패스의 존재보다 더 직접적으로) 이타적인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지하철에서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목숨을 던진 의인의 이야기나, 불이 난 현장에 뛰어들어 어린 아이를 구한 용감한 시민의 이야기처럼 말이다. 이들의 행동이 과연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였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사이코패스 징후를 가진 청소년과 이타적인 신장기증자 두 집단을 대상으로 뇌의 생리학적 변화상을 관찰한다. 두 집단이 가장 대비되는 것은 바로 '편도체'였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집단은 편도체 기능장애로 두려움이나 고통을 인지, 공감하지 못한 반면, 이타적 성향을 가진 집단의 경우 고통을 인지하기 위해 편도체가 유달리 활성화된 것이다. 즉,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의 얼굴을 보았을 때 이타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유독 예민하고 빠르게 그들의 두려움을 느끼고 공감하는 반면, 사이코패스 성향이 있는 사람의 경우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고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타주의자가 타인의 두려움에 높은 공감도를 보이는 것은 또 하나의 중요한 진실을 말해 준다. 바로 두려움이 없는 것과 용감한 것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사이코패스는 두려움을 모르기 때문에 타인의 두려움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타주의자들이 타인의 공포에 크게 공감하는 것은 두려움을 모른다기보다 공포에 유달리 민감하다는 뜻이다.” (p.227)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선한가 혹은 악한가에 대한 것이 아니다. 또 사이코패스들이 많으니 주의하자는 내용도 아니다. 실제로 그녀는 잔혹한 범죄자들 중에는 사이코패스가 아닌 자들도 많이 있다고 밝힌다. 책의 후반부 저자는 폭력과 잔인한 사건이 뉴스에 많이 보도되면서 세상에는 나쁜 일이 좋은 일보다 훨씬 많이 일어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뉴스를 많이 보는 사람일수록 더 불행하고 불안하고 냉소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예로 뒷받침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 본성에 관한 가장 비관적인 메시지만 믿고 싶은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말한다. 끔찍한 사건이 인간의 본성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인 8장에는 '이타적 정신을 행동으로 옮기자'는 소제목이 붙었다. 누군가를 도울 기회가 생긴다면, 자기가 어느 정도 손해를 보거나 생판 모르는 남이라도 이타적인 정신을 행동을 옮기자는 것이다. 인간이 선량하다는 믿음으로 이타적인 정신을 발휘한다면 저자의 말처럼 어쩌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