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수업 - 화를 안고 살아가는 당신에게
아룬 간디 지음, 이경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오늘도 분노했다. 돌이켜보니 이유는 단순했다. 한 주의 시작을 알리는 월요일부터 회식을 했고, 상사는 내게 술을 권했다. 나는 삼 년 넘게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그에게 말하고 있다. 상사의 레파토리는 항상 똑같다. '내가 대리일 때는 위에 구멍이 나도록 마셨어'라고 말하며 내게 '한 잔'을 권했다. 직장인의 90%가 화병에 걸렸다고 하니, 아마 그들은 이 남자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상사로 두고 있나 보다. 


분노의 이유는 저마다 다를 테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 장담컨대 직장인이라면 하루에 열 번은 족히 욱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사실 '분노'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즐거움', '슬픔', '기쁨' 처럼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감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분노'의 경우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면 부정적인 감정이나 다툼, 우울증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분노를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분노수업>의 저자 아룬 간디는 우리가 아는 성자 '간디'의 다섯 번째 손자다. 그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면서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분노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꿔서 삶의 원동력으로 삶을 방법 또한 배웠다.


성인 군자가 아닌 이상 누구나 분노한다. 할아버지 간디에게서 분노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고 자란 손자 아룬은 말한다. 분노는 나쁜 감정이 아니며, 분노를 통해 우리는 내적으로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나는 네가 분노할 줄 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분노는 좋은 것이란다. 사실은 나도 늘 화가 나 있거든.' 하지만 나는 내가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가 화내시는 건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요?' '그건 말이지, 내 안의 분노를 선한 목적에 사용하는 법을 배워서 알고 있거든. 사람에게 분노는 자동차에게 기름과 같은 것이란다. 사람은 분노를 연료로 삼아서 앞으로 나아가고 또 더 나은 인간이 되지. 그런데 만일 사람들에게 분노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어떤 일에 도전하고 싶은 의지도 생기지 않을 거야. 분노는 무엇이 정당하고 무엇이 정당하지 않은지 딱딱 선을 긋고 정의를 내리도록 우리의 등을 떠미는 연료란다.'" 


간디는 손자 아룬에게 모욕감, 증오, 우울, 무력감 등의 감정을 극복하는 방법과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는 지혜를 알려준다. 우리는 손자 아룬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간디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책에서는 손자와 할아버지의 대화를 통해 지혜롭게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 


"할아버지의 눈에서 흘러나오던 부드러운 두 줄기의 빛은 진정한 사람과 호의 그리고 자신이 하던 모든 일에 쏟았던 긍정적인 정신이 반영된 것이었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비폭력 운동을 묘사할 때 쓴 '사티아그라하'라는 단어가 '영혼의 힘'으로 해석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이렇게만 하면 누구든 자기가 하고자 하는 행동에 동반하는 긍정적이고 사랑으로 충만한 정신에서 실천적인 힘을 얻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하는 운동을 엄격한 공리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영국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입장을 바꾸도록 설득하려고 했지만, 이와 동시에 더 깊고 큰 이해심과 긍정적인 빛이 세상에 퍼지기를 원했다."


<분노수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인데, 손자 아룬이 할아버지가 말한 '영혼의 힘'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면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영혼이 있고, 그 영혼에는 고유의 힘이 있다. 분노가 아닌 긍정적이고 사랑으로 충만한 정신을 갖는 다면, 영혼이 긍정적인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간디였다면 테러에 어떻게 대응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 할아버지는 탐욕보다는 연민을 바탕에 둔 외교정책을 촉구했을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할아버지는 미국이 전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맺고 있는 관계는 상호 존중과 이해 그리고 수용 속에 형성되어 있다고 설명했을 것이다. 9.11 사건 직후에는 미국인에게, 사람들로 하여금 미국인을 가장 파괴적인 방식으로 공격하도록 만들었던 증오와 갈등의 뿌리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설파했을 것이다." 


아룬은 이 시대 우리가 직면한 과제, 예를 들면 테러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도 할아버지를 빗대어 자신의 논리를 정연하게 펼쳐낸다. 세상의 어느 한 곳에서 증오가 싹트고 있다면, 증오의 확산을 멈추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아룬의 할아버지인 간디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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