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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 여덟 가지 테마로 읽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앙투안 콩파뇽 외 지음, 길혜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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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루스트의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1부에서 7부로 이루어진 방대한 분량의 현대문학 작품이다. 프루스트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꽤 어려운 일에 속한다. 독자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4천 쪽에 달하는 대하소설을 선뜻 읽기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문장은 또 어떤가. 우아하지만 꽤 어려운 문장으로 이루어진 글이라, 책장이 쉬이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의 그의 문학을 회피하지만, 이렇게 포기하기엔 프루스트의 세계관과 철학이 너무 깊고 예술적이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이 발간됐다. 현재 프랑스에서 내로라하는 프루스트 전문가 여덟 명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양한 각도로 분석한다. 무엇보다 중간 중간 책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프루스트의 깊이를 느낄 수 있게 한다.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은 총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소설의 기반을 이루는 테마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여덟 개의 테마는 '시간', '등장인물', '프루스트와 사교계', '사랑', '상상의 세계', '장소들'. '프루스트와 철학자들', '예술' 이다. 내가 이 여덟 개의 장 중에서 가장 눈 여겨 본 부분은 니콜라 그리말디가 집필한 제4장 '사랑'이다. 니콜라 그리말디는 철학자이자 파리 소르본 대학 명예교수로 이미 29여 건에 이르는 저서를 집필했다. 그는 프루스트의 상상력, 시간, 욕망의 개념에 관심을 가지며 <프루스트의 지옥, 질투에 관한 시론>, <프루스트, 사랑의 참상>도 저술했다. 프루스트 전문가로 알려진 그가 말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그럼에도 사랑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어휘적 관점에서 엄격하게 본다면, 사랑이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사랑만큼이나 절망에 대해서도 빈번하게 논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면 이 말은 곧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사랑은 상호간의 고문이다"라고 프루스트는 말했다. 그러니까 사랑이란 한 사람이 끊임없이 불러일으키는 감탄이라고 이해한다면 그만큼 우리는 그의 삶을 열광시키기 위해 우리의 삶까지 바치고 싶겠지만, 그런 예는 이 책에서 단 하나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133p)
"때로 욕망은 우리에게 인생의 모든 맛을 보고, 그 모든 색조를 느끼며, 가능한 것을 남김없이 파헤치기를 열망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프루스트의 작품 속 인물들은 전적으로 사랑에 의지해 완전히 다른 세계로 입문하여 더욱 강렬한 지각 방식으로 그곳을 탐색했다. 사랑은 그들에게 이러한 탐사의 기회였다."(141p)
니콜라 그리말디는 프루스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랑'과 '욕망', '질투'와 '환상'에 대해서 말한다. 프루스트의 작품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지만, 그 사랑은 세 가지 환상의 결과임을 깨닫게 된다고 이야기 한다. 고통의 끝을 행복의 시작과 혼동하거나, 현실 속에서 한사람의 구체적인 현존 속에서 그 사람의 부재가 우리에게 상상케 하는 모든 것을 파악하기를 희망하거나, 우리가 상상력을 통해 현혹된 모든 것, 우리가 그 사람을 사랑하게 만든 모든 것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그는 프루스트 또한 "한 사람에 대한 가장 독점적인 사랑은 항상 다른 것에 대한 사랑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히며, 모든 사랑의 시초에는 일종의 환상과 착각 또는 오인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꿈처럼 말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책장을 선뜻 넘기기가 두려운 독자들에게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의 일독을 먼저 권하고 싶다. 방대한 분량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수 있고,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프루스트의 문체 또한 먼저 살펴볼 수 있다. 여덟 명의 프루스트 전문가들이 각기 다른 주제에 대해서 프루스트를 분석하고 있는 것 또한 눈 여겨 볼 만 하다.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이 당신을 프루스트 곁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