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결혼했을까 - 결혼을 인생의 무덤으로 만들지 않기 위한 애착의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유미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어쩌자고 결혼했을까>는 책의 표지에서부터 그 내용을 상상할 수 있다. 삽화만으로도 역시 결혼은 해도 후회, 하지 않아도 후회라는 것을 물씬 느끼게 한달까. 책의 저자 오카다 다카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며, 인격장애와 발달장애의 치료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저자는 특히 <엄마라는 병>,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아버지 콤플렉스 벗어나기> 등 가족들이 앓고 있는 다양한 문제점과 상처를 심리학적인 측면을 조명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부부'를 심리학적인 측면으로 파헤쳤다. 


신기하게도 비혼주의자에다, '결혼'에 관심이 정말 하나도 없는 나에게도 이 책은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 물론 책을 읽었다고 해서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우리 주변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너무나 많은 커플들(사실 그게 꼭 부부가 아니어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는 것. 




저자는 다양한 부부의 사례를 통해서 그들이 겪고 있는 갈등을 유형화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첫 번째 장에서는 특히 '애착 유형'에 대한 연구와 그에 대한 사례를 소개한다. 애착이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유대감'을 뜻하는 것인데, 이러한 애착 관계가 부부 사이의 심리적인 측면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양육자로부터 충분한 보살핌을 받고 자란 아이는 '안정형 애착 유형'의 양상을 보이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의 경우 '불안정형 애착 유형'을 보인다. 저자는 이런 애착 유형이 성인이 된 이후, 그리고 결혼한 이후에도 상당한 작용을 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부부의 애착 유형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부부 관계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을 경우, 이는 대개 어긋난 애착 유형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애착 유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부부 관계에서 잘못 끼워진 단추를 풀고 다시 끼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p.29) 





저자가 유형화한 애착관계의 유형은 2장에서도 다시 나온다. 그는 안정형과 불안정형으로 나눈 애착유형을 다시 분류하여 소개한다. (놀랍게도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부부의 사례들이, 그가 유형화한 애착유형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1) 안정 - 회피형 

- 이 유형은 일단 맺어진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가능한 한 유지하려고 한다. 

- 끈적끈적한 관계를 선호하지 않고, 정서적인 관계를 다지거나 상대방의 기분을 헤아리는 데 서툴러 상대방이 아쉬움을 느끼기 쉽다. 

- 특히 상대방이 곤란한 상황에 처해 도움을 청하면 귀찮아 한다. 


2) 안정 - 불안형

- 사랑에 빠지면 불만이 있어도 그 사람에게 헌신하며 계속 사랑하려고 한다.

- 매사 자신감이 없고 자신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상대방에게 매달린다. 

- 상대방과 헤어지고 싶어도 좀처럼 끝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욕이나 험담은 해도 상대방을 진심으로 얕보거나 배반하는 일은 쉽사리 하지 못한다. 


3) 불안정 - 회피형

- 파트너에 대한 집착이 심하지 않고 이성 관계를 단순한 놀이로 본다. 

- 한 명의 이성에 한정하지 않고 관계를 갖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신뢰나 유대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 이성에 대한 관심은 정복욕이나 자존심, 성적 쾌락을 채우기 위한 것이다. 

- 정서적 유대감이 희박해서 시종일관 표면적이 관계만 갖는다. 


4) 불안정 - 불안형

- 항상 자신을 최고라고 여기고 성원해주는 존재를 자기 중심적으로 소비한다.

- 조금이라도 그런 관계나 성원이 부족하면 다양한 증상과 문제 행동을 일으켜 상대방이 고통받게 된다. 

- 오직 한 이성에게만 구속돼 있으면 이런 유형은 이내 자극이 사라지고 허무함에 사로잡혀 우울한 상태에 빠진다. 




<어쩌자고 결혼했을까>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부부의 사례는 단순히 부부에게만 적용시킬 수 있는 사례를 아니다. 현재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 사랑하는 사람과 갈등을 겪고 있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오카다 다카시는 부부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했지만, 결국에는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유형화'라고 해도 무관해 보인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거나 완벽주의가 강한 사람은 무심코 자신의 기준을 상대방에게 밀어붙인다. 그러면 상대방은 갑갑함을 느끼고 마음의 자유를 빼앗긴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이는 사랑이 아니라 미숙한 자기애다. 상대방은 이런 감정을 민감하게 감지한다. 사랑은 구속하려고 들면 도망친다. 통제하려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마음도 편하게 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을 칭칭 얽어맨다. 자신도 모르게 기쁨과 즐거움을 금한다. 불행한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상대방을 그만 통제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자신을 풀어주고 본래의 자신을 꽃피우는 일이기도 하다." (p.160) 





책의 마지막 부분 저자가 선택한 문구는 '그래도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였다. 수많은 부부와 연인들이 셀 수 없이 싸우고, 그러다 헤어지고 남이 되지만 저자는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 없이는 절대 살 수 없다고. 


"사랑의 형태는 한 가지가 아니다. 오늘날 사람들의 삶은 예전의 사랑 형태와 맞지 않아 새로운 사랑 형태를 모색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다. 영원한 사랑이라든가 변치 않는 결혼이라는 하나의 사랑 형태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비혼, 만혼, 이혼, 재혼, 어느 것이나 저마다 의미가 있다. 어느 것이 좋다든가 나쁘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런 잣대로 바라봐서는 결코 답을 찾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다."(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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