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번 애인과 대판 싸운 적이 있다. 싸움의 원인이 기억날 리 없지만, 당시 그가 했던 말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는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줄 생각이, 전혀, 없어.”

전혀에 강세를 찍은 그의 말을 듣고, 나는 그에게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다.

크기가 작고, 게다가 소심한 모양으로 빚어진 나의 그릇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거야.

영향을 끼치려고 해선 안 돼. 왜냐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그가 변한다면

그는 더 이상 그가 아닌 거니까. 감화건 강요건

사랑하는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생각은 단념하는 게 좋아.“

앙리 피에르 로쉐 <줄과 짐>

 

 

돌이켜보면 나는 그가 내게 딱 맞는 옷혹은 내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기를 바랐다. 하루에도 수십 번 씩 변하는 내 기분에 잘 맞춰주고,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주는 사람이 되어주길 바란 것이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지금,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싸웠던 시간이 파도처럼 내게 밀려왔다 부서진 지금, 나는 안다. 그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나 또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있는 그대로의 그를 사랑할 것이고, 그도 이런 나를 사랑할 것이다.

곽정은 작가의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은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고민에 답을 하고 있는 책이다. 한동안 출판사에서 사랑과 연애에 관한 고민을 모은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었는데, 아마 이 책을 발간하기 위한 것이었나 보다. 책 제목 하단에는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고민에 답하다라는 문장이 적혀있다. 곽정은 작가가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로부터 받은 메일을 추리고 추려서, 답을 한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담담하게 건네는 언니의 위로

연애에 정답이 있을리 없겠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녀의 코멘트들은 어쩐지 모두 정답같이 느껴진다. 그도 그럴것이 방송에서 그녀를 봤다면 똑 부러지고 솔직한 모습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고, 책 속의 코멘트들도 방송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곽정은 작가는 고민을 보내온 이들에게 솔직하게 담담하게 그녀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때로는 따끔한 충고가 때로는 따뜻한 위로가 전해진다.

 

애인이 자신에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는 고민에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연애를 하다보면, 이래저래 힘든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저 이래저래 힘든 일 정도가 아니래 내가 구걸하고 있다는 감정이 들 정도라면, 그건 불행한 관계가 맞아요. 혼자 있을 때보다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기에 연애를 선택한 거잖아요? 힘든 일도 있겠지만 그 안에서 행복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에 지금 그 사람을 선택한 거잖아요? 당신을 갈증나게 만드는 남자와는 절대 행복할 수 없어요. 그리고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연애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요. 지금의 그 남자는, 당신의 그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사람인 것 같네요.”

프롤로그에 적힌 그녀의 말이, 책의 모든 내용을 말해주고 있다.

"상처를 받더라도, 매번 어긋난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은 결국 괜찮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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