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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의 행복 - 행복해지고 싶지만 길을 몰라 헤매는 당신에게
법륜 지음, 최승미 그림 / 나무의마음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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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나라는 GDP 순위가 무려 95위로, 말레이시아나 케냐, 그러니까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흔히 그려지는 ‘빈곤한 국가’보다 훨씬 ‘못’ 사는 곳이었다. 활발하고 사교성 넘치는 성격 덕분에 어린 시절의 나는 원주민 아이들 사이에서 소위 인기캡이자 골목대장이었다. 가난해서 같은 옷을 매일 입는 아이들, 제대로 된 신발 한 켤레 신지 못해 맨발로 골목을 뛰어노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내가 배운 것은 딱 하나였다.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마음.
한국에 돌아와 사춘기라는 큰 홍역을 앓았다. 명랑하고 밝은 성격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두워졌고 말수도 적어졌는데, 이유는 이러했다. 한국의 지나친 경쟁 사회, 심지어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까지 암처럼 번져있는 경쟁, 질투, 시기 등에 쉽사리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같은 반 아이들끼리 성적 때문에, 혹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를 미워하고 질투하는 일이 허다했다.
이렇다 할 해결책은 없었다. 적응해야 했고, 때론 나도 그들처럼 누군가를 미워해야 했고, 이겨야 했고 밟고 올라서야 했다.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코피가 쏟아지도록 공부했고, 나보다 공부 잘하는 같은 반 친구를 시기했으며, 그녀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기를 간절하게 바란 적도 있었다. 소원하던 대로 좋은 대학에 갔지만, 끝나지 않았다. 사회 초년생에게 나쁜 마음을 먹게 만드는 순간들은 도처에 깔려있었다.
법륜스님의 <행복>이라는 책을 집어든 건 대리 승진에서 고배를 마신 후였다. 진급 심사를 앞두고 부쩍 신경이 곤두 서 있었고, 매일 같이 되뇌었다. ‘그래, 대리만 달면 돼. 조금만 더 고생하자’ 그런데 보기 좋게 탈락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싶었는데, 다행히도 그 해답을 <행복>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한국에 온 이후, 나는 줄곧 남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았다.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 좋은 성적을 받았다. 아마 나로 인해 누군가는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지 못했을 것이고, 인턴이나 취업의 경우도 같았을 것이다. 만약 이번 승진시험에 합격했다면, 누군가는 승진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막역한 나의 동기일수도, 내가 시기하던 선배였을 수도 있다.
법륜스님은 어떻게든 남을 이기려고 하는 마음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지고, 경쟁만 하다가는 결국 그 과보를 받게 될 것이라고 담담하게 전한다. 내가 오늘 경쟁자를 밟았기 때문에 언젠가 내가 그에게 밟히는 날이 올 것이고, 아니면 또 다른 경쟁자에게 밟히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나지막이 타일러준다.
잊고 있었다. 가진 게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행복은 내가 좋은 대학에 갔다고, 좋은 직장에 취업했다고, 승진했다고 찾아오는 게 아님을. 어린 시절 내가 만났던 남미의 아이들은, 많이 배우지 못하고 많이 가지지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했고, 매일 매일을 감사하면서 살았다. 그곳에서 나는 그들에게 정말 좋은 교훈을 하나 배워온 것인데, 멍청하게도 한국에 오자마자 그 모든 것들을 싹 지워버린 것이다.
<행복>의 첫 장에는 스님이 손수 적은 글귀가 가지런히 적혀있다. 행복도 불행도, 다른 사람이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모두 내가 만든다는 내용의 글귀다.
오늘의 행복 그리고 내일의 행복을 위해 이제부터는 내 마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행복은 온전히 내마음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이니까. 스스로 작은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쌓아갈 것이다. 맨발로 골목길을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