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계의 모든 말 - 둘의 언어로 쓴 독서 교환 편지
김이슬.하현 지음 / 카멜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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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꽤나 쓴다는 사람들의 사랑방으로 불리는 브런치(brunch)’에서는 매년 이용자들의 글을 담아 출판해주는 일종의 프로젝트성 공모전을 개최한다. <우리 세계의 모든 말>은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작으로, 김이슬, 하현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를 에세이 형식으로 묶었다.

 


91년생 동갑내기 두 작가는 운명처럼친구가 된 것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인연이 생겼고, 편지를 주고받게 된 것도 계획적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이 주고받는 편지 속에서 두 작가는 책을 이야기 하고, 좋아하는 문장을 꼽아보기도 하며, 기쁨과 슬픔을 솔직하게 터놓기도 한다.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두 작가는 진짜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다정해서 좋다는 사람들이 싫었어. 그런 말들이 내게 다정을 강요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 다정한 게 아니라 거리를 두는 건데요. 그렇게 대답하고 싶어서 입술이 간질거렸어. 그래서 네가 나를 놀리듯 다정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을 때 그게 참 웃긴 별명이라고 생각했었어. 처음에는 분명 그랬던 것 같은데. () 다정아. 네가 나를 그렇게 부를 때. 그렇게 부르며 한 번씩 내가 그어 놓은 선 안쪽으로 넘어올 때. 나는 잠깐 멈칫하다가 기꺼이 너의 다정이 되기로 해. 그 침범을 모른 척 눈감아 주며. 그러다 보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일이 드물게 가능해지기도 해. 가끔은 하마의 영역에도 다른 동물들의 방문이 필요할 거야. 너를 통해 침범을 연습하며 나는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 익숙한 오해를 거기 그대로 두고.

<우리 세계의 모든 말>, 116p

 


노트북,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요즘이지만, ‘이 아닌 은 한 사람의 내면을 조금 더 자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든다. 특히 서로를 긴 글의 수신인으로 지정한 후 적어 내려간 장문의 메시지는, 두 작가의 삶과 내밀한 사유들과 마주할 수 있게끔 한다.

 


작가들이 나누는 책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독자 스스로 읽은 책이 아닐지언정, 오고 가는 두 작가의 대화 속에서 그들의 일상 속에 스며든 책을 만날 수 있다. 작가들이 공유하는 책 속 문장들이 더 뭉근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아마 편지를 쓰는 두 작가의 마음이 꽤나 진심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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