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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 건너 또 만나자 - 세상을 떠난 반려동물들이 남긴 스무 가지 이야기
이시구로 유키코 지음, 박제이 옮김 / 문학사상사 / 2021년 4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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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던 유년시절, 반려동물과 함께 나눴던 추억이 선명하다. 하얀 푸들과 갈색 믹스견, 그리고 몇 마리의 닭을 키웠었는데, 암컷이었던 하얀 푸들은 새끼를 무려 네 마리나 낳았다. 한국에 온 이후로는 동물을 키우지 않았다. 반려동물도 생명이라 언젠가는 이별의 순간이 다가올 텐데, 생각만으로도 그 순간은 공포로 다가왔다. 다행히 주위에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반려인들이 많아 그들의 반려동물을 보며 위안(?)을 삼고 있지만, 나의 반려동물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다가올 이별의 순간을 생각하면 괜시리 마음이 무거워진다.
개와 고양이는(그 외 대부분의 동물들도) 인간의 몇 배나 되는 속도로 ‘삶’이라는 과정을 보내게 됩니다. 우리에게는 오늘이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매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속도를 생각하면 동물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온 힘을 다해 사랑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물론 오래 사는 것만이 행복인 것은 아니지만요.
- 무지개다리 건너 또 만나자, 8p
<무지개다리 건너 또 만나자>는 오랜 시간 반려인들의 곁을 지켜준 반려동물의 죽음을 이야기 한 책이다. 10년, 15년, 강산이 변할 만큼 긴 시간 동안 함께 살아온 반려동물의 죽음은 반려인에게 감당할 수 없는 크기의 슬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책에서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겪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되새겨보고 이를 통해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리리를 떠나보낼 때 시노자키 씨는 ‘분명 다시 만날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낼 때 느낀 것보다도 강한,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이었다. 지금은 리리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죽음도 그다지 무섭지 않게 느껴진다. 삶이 끝날 때 또 리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기대된다.
- 무지개다리 건너 또 만나자, 152p
반려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있으며, 생명을 갖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별’ 또한 피할 수 없다. <무지개다리 건너 또 만나자>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고 있는 반려인들을 다독이고 위로하며, 누구나 맞이할 수밖에 없는 순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따뜻하게 알려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들을 쓰다듬고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하는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