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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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년간 우리의 사회적 결속력과

존중의 힘이 얼마나 약해졌는지를 제대로 깨달아야 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살피면서, 공동선(common good)의 정치를 찾아 나서기 위해

생각을 모아보는 책이다.

<공정하다는 착각>, 21p

 




2010년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는 전 세계에 큰 파장을 가져왔다. 마이클 센델 교수의 강의를 엮은 이 책은 정의와 관련된 각종 딜레마, 칸트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철학자의 철학까지 결합되어 있어 '무엇이 정의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 후로부터 정확히 10년 후, 마이클 센델 교수는 '능력주의''공정함'을 화두로 하는 <공정하다는 착각>으로 돌아왔다.

 

저자는 책의 서론을 '대학 입시와 능력주의'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하며 학생들의 높은 입시 성적이 과연 학생들의 온전한 노력과 능력 덕분이었는지 묻는다. 짐작할 수 있듯이 학생들의 실력은 경제적 우위와 구별하기 어렵고, 이것은 불평등한 사회에서 꼭대기에 오른 사람이 자신들의 성공이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능력주의적 오만은 승자들이 자기 성공을 지나치게 뻐기는 한편 그 버팀목이 된 우연과 타고난 행운을 잊어버리는 경향을 반영한다. 정상에 오른 사람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자격이 있는 것이고, 바닥에 있는 사람 역시 그 운명을 겪을 만하다는 것이다.

<공정하다는 착각>, 53p





 

오늘날의 사회에서 공정함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능력에 따라 대가를 받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능력에 기초한, 즉 능력주의에 따라서 선발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것이고, 가장 능력있는 사람은 당연히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센델은 바로 이런 '공정하다는 착각'에 대해서 물음표를 던진다. 우리가 공정하다고 믿는 것들은 정말 공정한 것인지, 능력에 따르는 것이 모두를 위한 공정인지 살펴보자는 것이다.

 

센델 교수는 이러한 담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재능이나 능력이 과연 '자신만의 것'인지 되짚어 본다. 능력주의 신념은 대부분 '우리 성공은 우리 몫'이라는 생각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는 바로 이 점을 지적한다. '우리 재능과 천분이 누군가에게 빚진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비롯된 혜택을 온전히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수이자 자만이라는 것이다.

 

"신의 은총인지, 어쩌다 이렇게 태어난 때문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몰라도 덕분에 나는 지금 여기 서 있다." 그런 겸손함은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가혹한 성공 윤리에서 돌아설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능력주의의 폭정을 넘어, 보다 덜 악의적이고 보다 더 관대한 공적 삶으로 우리를 이끌어간다.

<공정하다는 착각>, 353p

 





우리는 늘 입버릇처럼 '공정'을 이야기하고 추구하지만, 계층 이동은 점점 어려워지고 불평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간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능력주의'하에서 굳어진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며, 승자들이 만든 능력주의는 '우리가 노력한 결과'라는 오만함을 가져오기에 이른다고 경고한다.

 

<공정하다는 착각>은 좌우 대립이 극심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경종을 울릴 만한 책이다. 살얼음판과 다름 없는 입시, 평가, 학벌주의, 금융 자본주의, 노동사회, 집단 엘리트주의 등 한국 사회에서도 통용되는 다양한 주제와 그 주제 속의 능력주의를 파헤치고 있다. 센델의 경고처럼 '사회적 연대', '공동선'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코 양극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능력주의의 부작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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