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가지 결정 - 한국 경제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선택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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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25, 삼성 이건희 회장의 사망 소식은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룰 만큼 중요한 이슈였다. 아버지인 이병철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이건희 회장의 죽음으로, 국내외 언론은 다시 한번 그의 생애와 삼성의 발자취를 조명했다. 우리나라가 무역강국이자 경제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한 측면에서 이건희 회장의 업적은 높이 살만하지만, 아버지 대에서부터 이어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평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가 재임하면서 해온 여러 가지 결정들 중에 지금은 그 파장을 알 수 없지만, 어쩌면 훗날 한국의 경제를 뒤흔들 만큼 중요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말하지 않는 한국사>, <말하지 않는 세계사>, <규제의 역설> 등을 통해 독자들에게 잘 알려진 최성락 교수의 신간 <49가지 결정>에는 이처럼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과거의 경제 사건들이 담겼다. 한국 경제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나 순간을 손꼽자면 그 분량이 매우 방대할 테지만, 최성락 교수는 오늘날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건으로 범위를 좁히며, 다소 독특한 방식으로 큐레이팅했다.이철희-장영자 사건(1982)’의 경우 1980년대를 뒤흔든 사건이었지만, 오늘의 한국 경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같은 해에 발생한 전자교환기 TDX 개발 역시 당시에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지만, 모두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는 2020년 대한민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도 주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최성락 교수가 꼽은 중요한 경제적 사건과 결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 교수는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 이후까지 한국 경제의 주요 사건을 연대기별로 정리했다. 1905년에 있었던 경부선 철도의 개통은 당시 도시의 성장을 이룩했다는 측면과 오늘날 대한민국의 도시망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보았으며 주한미군의 주둔(1953)’도 한국 경제의 오늘을 만들어낸 순간으로 꼽았다. 대부분 주한미군의 주둔을 정치, 문화적으로 해석하는 데에 반해서 이를 경제적으로 해석한 것은 꽤 흥미로운 분석이다.

 

무엇보다 저자는 대한민국 경제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라면 도출된 결과가 긍정적이지 않더라도 독자들에게 소개하였다. 예를 들어, 1971년에 진행된 정부의 그린벨트 지정의 경우, 당시에는 도심 주변에 녹지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목표 아래에서 이루어진 선택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땅값을 상승시킨 원인이 되었고, 더 나아가 부동산 투기로까지 이어지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 사건으로 보았다.






이 외에도 최 교수는 박정희-이병철 면담(1961)’을 정경유착의 시발점으로 분석하였으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시킨 베트남 전쟁 파병(1964)’, 강남 부흥 문화를 만들어낸 압구정 현대 아파트 건설(1975)’ 사건 등을 소개하고 분석했다. 또한 오늘날의 주식 시장마저 바꿔놓은 외국인 주식 구입 허용(1992)’, ‘분양가 상한제(1999)’를 비롯해 한국 재벌 그룹의 위험성을 드러낸 소버린 사태(2003)’ 등도 담겨있다.

 

사무실에는 여자가 하는 일은 이런 것이다라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종종 대졸 여성이 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있어도 결국은 이런 일을 맡겼다. 아니면 디자이너나 비서 등 여성이 하는 것으로 인식된 일만 할 수 있었다. 똑같이 대학을 졸업하고 입사한 남자 동기와 같은 업무를 주지 않았다. 대졸 여성은 그런 대우를 받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대기업에의 취업을 바라지 않았다. 그런 면에서 대우의 대졸 여성 공채는 획기적이었다. 대우는 대졸 공채로 들어온 여성을 차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커피를 타지 않게 하겠다고 했고, 남직원과 똑같은 업무를 맡긴다고 했다. 200명을 모집한다는 공고에 5,300명이 넘게 지원했다.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은 대졸 여성이 대거 지원한 것이다.” <49가지 결정>, 206~207p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만 하는 기로에 있다. 오늘의 선택이 때로는 먼 미래에 아무런 가치 없는 판단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선택으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선택과 결정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며 미래를 준비한다면,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보다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49가지 결정>은 그런 면에서 과거의 결정들을 돌이켜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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