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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2차 세계대전 세트 - 전2권 ㅣ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세계대전
A. J. P. 테일러 지음, 유영수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10월
평점 :
히틀러와 일본의 통치자들은 이 점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었다.
종종 그들이 전 세계적 규모의 전쟁을 계획했다고 여겨지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기는커녕 세계대전이 일어나면 자신들이 파멸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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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은 전편인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1차 세계대전>에 이어 A.J.P. 테일러가 바라보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모가 기록되어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저자 A.J.P. 테일러가 꽤 오랜시간 준비한 저서인 만큼, 세계대전이라는 실로 어마어마한 역사를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분석했다. 1차 세계대전에 이어서 2차 세계대전 편에도 다른 서적이나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적 없는 사진들이 담겼고,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세를 살필 수 있는 지도도 함께 삽입되었다.
한발 물러서서 살펴보면 제2차 세계대전 시기의 정치가들은 승리를 달성하기 위해 합리적인 원칙에 따라 행동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역사상 전례 없는 대량 학살과 야만적 행위를 기록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과 달리 뒤죽박죽 혼란된 상태는 아니었다.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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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이라고 기록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한 추축국과 영국, 프랑스, 소련, 중국, 그리고 미국까지 참전하게 된-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낳은- 전쟁. A.J.P.테일러는 많은 역사가들이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판단하는 1939년부터(이때부터 유럽에 크고 작은 전쟁들이 발발하게 됨), 진정한 세계대전이 시작되는 1941년, 연합국이 첫 승리를 거둔 1942년, 그리고 전쟁이 종결된 1945년까지 시간의 흐름 순으로 2차 세계대전을 분석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단순히 국가들의 연합과 전쟁의 승패 서술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인한 국가들의 기조 변화도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산주의 세계와 자본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 세계가 독일과 일본으로부터의 공동의 위협으로 인해 하나로 뭉칠 수밖에 없었으니, 변화가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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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은 나치의 압제로부터, 그리고 좀 더 작은 부분이지만 일본의 압제로부터 민족들의 해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되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은 아무리 큰 희생을 치렀다 할지라도 성공을 거두었다. 누구라도 현재의 상황을 생각할 때 어느 곳에 있는 사람들이건 나치 독일과 일본이 승리했을 때보다는 더 행복하고 더 자유롭고 더 풍요롭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도와 사진으로 보는 제2차 세계대전>, 430p
A.J.P.테일러는 2차 세계대전을 겪어낸 사람들의 입을 빌려, 수많은 학살과 파괴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목적'으로만 보았을 때는 '성공한 전쟁'이라고 평가한다.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욕을 꿈꾸던 전체주의 국가들이 패배했고, 조선을 포함하여 그들에게 억압받던 수많은 국가들이 자유를 얻었으니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중국이 미국과 소련에 위협으로 부상하면서, 모두가 바라던 전 세계적인 평화는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반세기가 넘은 오늘날까지도 전쟁의 상흔은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평화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세계는 불안전하다. 언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긴장감도 높은 상태. 전쟁은 때론 의도하지 않는 기이한 결말을 낳기도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면에서 성공한 전쟁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수많은 학살과 파괴를 가져온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