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반응 - 명상은 어떻게 과학적인가
허버트 벤슨 지음, 양병찬 옮김 / 페이퍼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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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은 인간의 신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오늘날 ‘소확행’, ‘힐링’처럼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 중요해진 까닭은 아마도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바이러스성 질병의 확산, 정보의 범람, 전쟁의 공포 와 같은 전 세계적인 각종 이슈들은 현대인들을 피곤하고 지치게 만든다. 


하버드대학교 병원에서 심장전문의로 활동하던 허버트 벤슨은 피곤하고 지친 상황에서 스트레스가 발생했을 때의 신체 반응에 주목했다. 의료지침에 따라서 처방한 것이었지만 그에게 혈압약을 처방받은 몇몇 환자들은 현기증을 호소하거나 실신까지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바탕으로 그는 스트레스와 고혈압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히고자 노력했고, 세계 최초로 스트레스가 혈압 상승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입증했다. 과로, 말싸움 등 급격한 스트레스를 느낄 때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드라마의 한 장면의 근거(?)가 되는 연구인 셈이다. 


허버트 벤슨의 연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로버트 키스 윌리스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명상을 하면 심박수, 대사율, 호흡률이 크게 변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현상, 즉 명상을 통해서 신체 반응이 변화하는 현상을 ‘이완반응(Relaxtion Response)’이라고 이름 붙였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의 원인은 실로 다양하다. 스트레스의 원인이야 셀 수 없이 많지만,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의 생리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투쟁-도피반응’이라는 선천적 생리반응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를 해소하지 않고는 ‘고혈압’, ‘불면증’, ‘우울증’이라는 질환이 야기된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현대인의 질병’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완반응’은 사람을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변화인 심박수, 대사율, 호흡률을 감소시키면서 인체를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저자는 티베트 승려들이 실제로 수행하고 있는 명상기법을 이완반응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완반응은 이완반응을 촉발해서 건강상의 평정을 유지하고, 마음의 문을 여는 순서로 진행된다.  


“동양의 경우, 명상 훈련은 종교뿐 아니라 문화적 전통의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영문학자 캐롤린 스퍼지온은 ‘영국 문학의 신비주의’에 관한 에세이에서, 동서양 신비주의의 흥미로운 차이점을 지적했다. 그녀에 따르면, 서양의 신비주의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자연미 사랑’에서 비롯되어 기독교 신앙의 가르침을 통해 완전히 성장했다고 한다. 기독교의 가르침은 육화 incarnation라는 교리에 초점을 맞추는데, 육화란 ‘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난다’는 뜻이다.”


저자는 단순한 명상에서도 이완반응을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티베트 승려들을 대상으로 연구한다. 승려들은 영하 18도의 추위에서도 오로지 ‘명상’만으로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었고, 마음을 고요하게 컨트롤 한 결과 체내의 기맥을 따라서 돌고 있는 불과 열을 모아 저체온증 등을 예방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번은 작은 샅바 하나만 걸친 티베트 승려들이 얼음이 얼 정도의 기온에 노출된 채 축축한 천을 몸에 두르고 있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나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다가 저체온증에 걸려 사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승려들은 다년간에 걸쳐 열생성 명상 heat-producing meditation을 수행함으로써 경이로운 생리적 제어능력을 터득했으므로, 그런 악조건하에서도 아무런 스트레스를 경험하지 않았다. 오히려 몇 분이 채 안 지나 그들의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며 ‘축축하고 차가운 천’이 바싹 말라 버렸다.”






허버트 벤슨은 ‘이완반응’이 단순히 개인의 신체를 균형 잡힌 상태로 만들고, 정신을 고요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의학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고 밝힌다. 환자의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의약품’, ‘외과적인 치료’와 함께 ‘자기치유(self-care)’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셀프케어란, 이완반응을 통한 명상이다. 어떤 질병이든 가장 이상적인 것은 자기치유를 바탕으로 적당한 양의 약물과 외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유베날리스의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명언은 어쩌면 옛말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지속적인 훈련을 거친 이완반응이야 말로 건강한 정신을 만들고, 건강한 정신은 육체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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